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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Dec 26. 2023

‘서울의 봄’과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그 나라 이야기 26

〈서울의 봄〉 영화가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 영화를 일찍이 보았고, 다음에 소개할 전두환의 다큐멘터리 책을 보면서 처음부터 좀 의아해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정아은, SIDEWAY, 2023.5.15.     


전두환을 어쩌자는 책일까? 그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하는 책일까? 등등     


작가는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라고 책 표지에서 묻고는 마지막까지 ‘왜’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하지 않고 370쪽을 써 놓았다.      


에필로그 마지막 문단을 여기에 옮긴다.     


‘원고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게 묻는다. 아직도 전두환이 두려운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내 안에는 사람들의 선함과 의지를 일순간에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가차 없는 폭군이 여전히 우뚝 서 있다. 하지만 그 옆에는 작고 볼품없는 아이, 제가 한 잘못 때문에 손에 쥔 것을 빼앗길까 벌벌 떠는 어린아이가 서 있다.---

---내 시선은 인물 군상의 한복판에 경직된 자세로 서 있는 한 무인에 머문다. 그리고 무인의 투명한 속내 안에서 손을 빨며 눈을 굴리는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알게 된다. 이제부터 내 안에 그 무인이 언제나 저 형상, 마트료시카 인형의 모습으로 떠오르리라는 것을, 그것은 또한 내가 가차 없고 절대로 깰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 사회의 형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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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인이라고?     


한글로 무인이라고 써두었던데, 이게 무슨 뜻일까? 고려 무신정권에 나오는 무신(武臣)? 아니면 어떤 무인일까? 무인(武人)이라는 건가 무인(無人)이라는 건가.      


앞쪽의 무인은 ‘군인’, 뒤쪽의 무인은 ‘사람을 인정사정없이 대한다’는 뜻.     


작가는 책 내내 그를 동포의 피를 묻힌 나쁜 사람이고 권선징악도 없느냐고 하더니 마지막에서 그를 무인으로 부른다는 건 형용모순이 아닐 수 없다.      


나도 40개월 해병대 장교로 전방에서 복무했는데(직업 군인이 아니지만) 나도 무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국토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모두 무인(武人), 즉 참군인이다.       


이렇게 무인에는 진짜 군인, 참군인이라는 뜻이 있기에 손에 동료와 동포의 피를 묻히는 군사반란, 쿠데타를 일으킨 자에게 무인이라는 호칭은 부당하다고 여겨진다.        


작가는 그에게 ‘경직된 자세로 서 있는데, 투명한 속내 안에서 손을 빨며 눈을 굴리는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마트료시카 인형’이라고 했다.     


이 인형은 큰 것에서 작은 것까지 같은 모양이 여러 개 있는 러시아 인형 아니었나. 그의 손자 전우원이 광주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것이 무어지? 혹시 할아버지 전두환을 대신한 거라는 뜻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작가처럼 그 인형을 두고 절대로 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형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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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반란 쿠데타는 역사를 후퇴시켰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 근세사에서 5·16군사반란 쿠데타(1961년)와 12·12군사반란 쿠데타(1979년)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멈춘 폭거였다.     


박정희 18년 통치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사회주의의 계획경제와 비슷했고, ‘10월 유신’, ‘국민교육헌장’ 등은 일본의 명치유신, 교육칙어와 비슷한 일본 군국주의의 흉내내기다. 물론 잘한 것도 있다.          


전두환 7년 반 통치는 때마침 불어온 ‘3저호황’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가 좋았다’ 어쩌고 하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이 책에 전두환의 뇌물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이런 정도라고? 그 시대를 함께 산 내가 보기에도 놀랍다.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와 1995년 재판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전두환은 재임 기간 동안 재벌들로부터 7,000억원의 상납금과 2,517억원의 기부금을 걷었다. 약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걷은 것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한 채가 평균 1,200만원이고 2021년 서울 아파트 한 채가 평균 6억 5천만원임을 감안하면, 요즘 시세로 약 53조 1,3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거둬들인 셈이다. 추징금으로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그중 1,005억원을 내지 않았고 이후에도 956억원 가까운 추징금이 미납금으로 남았으니, 현재 시가로 53조원에 달할 총 비자금 중 얼마나 많은 금액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통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311~312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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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군인들의 군사정부, 권위주의 정부가 사회혼란과 안보불안을 해결하고, 우리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것은 군사반란 쿠데타로 집권한 사람들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것은 그들의 다음에 들어선 민주정부 아래서 우리가 본격적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것으로 증명된다.      


대체역사라는 게 있다. 만약에 ‘그때 어땠더라면’이 있는데, 만약 그때 그들이 그 사건이 없었다면 등---. 그런데 모든 과거는 당시를 살아온 모든 구성원의 공동 작업이 분명하다. 모두가 열심히 살아오면서 노력한 결과가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곧 ‘푸른 龍의 해’가 밝아온다. 모두 힘차게 날아 오르자.     


(책 표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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