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동아일보 기사를 읽자마자 도서관에 달려가 『핵의 변곡점』을 빌렸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책이 있었다.
* 『핵의 변곡점 Hinge Points』, 시그프리드 헤커, 창비, 2023년 10월 27일 발간
- 부제 「핵물리학자가 들여다본 북핵의 실체」
사흘 만에 이 책 600여 쪽을 다 읽었다. 그동안 내가 북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문과 정말 궁금한 사항들이 있어서다.
먼저 동아일보 윤상호 기자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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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핵이냐 생존이냐 택하도록 안보국론 결집해야 (동아일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40122
(사진)
14일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자신이 ‘핵 기술자’라는 점을 내내 강조한다. 2004∼2010년 일곱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영변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핵 심장부’를 관찰한 기록과 자신의 견해가 정치적·이념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북한의 입장에 과도하게 치우치거나 핵 개발의 정당성을 두둔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북-미 핵협상 초기부터 북측 요구를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이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제네바 합의 무산과 하노이 회담 결렬 등 북핵 문제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 강경파의 이데올로기와 오판으로 북핵을 억제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하 글 뒤에 ‘읽을거리’로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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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민국은 없었다
책의 저자 헤커가 일부러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북한에 관련된 사안에 집중하였나? 본문이 560쪽인데도 우리 대한민국의 역할은 전혀(아니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지? 행간을 읽어야 하나?
나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었다. 지금껏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였고 4월 10일 총선을 앞둔 현재도 나도는 이야기다.
1. 김대중의 ‘햇볕정책’, 문재인의 ‘달빛정책’ 등 잘못된(?) 대북 유화책이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2. 남한에서 북한에 준 돈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곳이 60대 후반이 되도록 내가 살아온 곳인데, 헤커는 책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왜? 기여가 없어서인가?
그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기까지 과정을 이렇게 써 두었다.
- 김일성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대 초부터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 핵무기는 미국의 북한 공격을 거부하고, 북한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식시키려는 목적에서다.
- 헤커 등 미국전문가에게 북한은 핵 개발 실상을 모두 보여주려 했다.
-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 경제제재 해제와 핵무기 폐기를 교환하려 했다.
- 김일성, 김정일이 사망하자, 미국은 그전까지 진행되던 북한과의 외교를 버리고, 북한 정권의 자연붕괴를 기다렸다.
- 북한은 못살면서도 없는 재원을 짜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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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나는 현재 2회째 시간을 들여 이 책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나중에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보려 한다. 만일 바뀔 게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22년 5월경 탈고되었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말 번역본은 2023년 10월 27일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의 일에 대한 것이다.
책 뒤표지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추천글을 옮긴다.
‘이제 북핵 문제는 감당하기에 너무 늦은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헤커는 그저 북한에 들어가 핵시설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과학자 한 사람만이 아니다. 북한을 바로 읽고자 했던 그의 진심이 실로 존경스럽다. 다시 서게 될 ‘변곡점’에서 실기(失期)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완성하고, 세계 3번째로 미국까지 위협하는 나라가 되었다. 북한은 생존권 차원에서도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작년 말부터 이제 남북은 동족이 아니고 핵무기로 무력통일을 한다는 반민족 반통일적 행태를 나타낸다.
올 초 발표된 세계 군사력 순위(Global Fire Power)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5위, 북한은 36위다. 그러나 모든 재래식 전력은 핵무기에 대항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북한은 대한민국을 무시한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가진 세계 5위 한국군도 무시한다.
지금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미칠 행위, 즉 국방부가 현역복무기간을 (육군 기준) 18개월에서 24개월 또는 30개월까지 늘릴 수 있는데도 시도하지 않고 있고, 여성징병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는 걸 김정은이 이용한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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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야당은 당장 평화 유지를 위한 국방력 강화에 나서라
1. 의무병사의 복무기간을 (육군 기준) 18개월에서 24개월(병역법에 정해진 기간)로 늘린다. 나중에 남북관계의 추이를 보아 단축한다.
2.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을 미군으로부터 환수한다.
* 한국전쟁 초기 (1950년 7월 14일) 우리 국군이 탱크나 전투기 한 대 없던 시기에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에게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위임하였다.
* 2024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대한민국은 5위, 북한은 36위다(Global Fire Power). 세계 5위 군대가 전시작전권이 없으니, 북한이 우리 군을 보고 미국의 괴뢰군, 허수아비 군대라고 비아냥대는 것이다.
3. 일본, 호주처럼 국방력을 강화한다.
- 일본처럼 핵물질 재처리에 나선다. 북한이 핵 폐기 시 우리도 즉시 폐기한다.
- 호주처럼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에 나선다.
4. 이스라엘처럼 여성징병제를 실시한다. 임산부는 현역 근무를 면제한다. 공익근무 등 다양한 대체복무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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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北이 핵이냐 생존이냐 택하도록 안보국론 결집해야(동아일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40122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자신이 ‘핵 기술자’라는 점을 내내 강조한다. 2004∼2010년 일곱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영변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핵 심장부’를 관찰한 기록과 자신의 견해가 정치적·이념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북한의 입장에 과도하게 치우치거나 핵 개발의 정당성을 두둔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북-미 핵협상 초기부터 북측 요구를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이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제네바 합의 무산과 하노이 회담 결렬 등 북핵 문제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 강경파의 이데올로기와 오판으로 북핵을 억제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씨 정권이 오로지 핵 개발의 시간을 벌기 위해 외교의 장에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북한은 애초부터 핵 개발과 외교적 합의라는 ‘이중 경로’를 채택했지만, 미국이 협상에 미온적이고, 합의도 깨버리는 바람에 핵 고도화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북핵의 실체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울인 외교적 노력이 실패를 거듭해온 이유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쓰며 거들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북한이 그를 누차 초청한 의도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필자뿐일까. 객관적 분석이 아닌 북한의 입장, 소위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핵을 바라보면 모든 책임은 미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당연한 수순이라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은 실제 사용 목적이 아닌 대미 협상용 수단이고, 핵·미사일 도발도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이벤트로 순화된다.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고, 북한이 핵 개발 이유로 내세우는 ‘안보 우려’도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 영속화를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는 ‘팩트’는 발붙일 자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과거 동맹보다 민족을 앞세운 대북 유화기조의 진보정권에서 “북한의 핵은 자위적 수단이자 방어용” “5000개의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핵무기를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 등 일부 정치인의 발언 논란이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필자는 본다.
북핵 위협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재적 접근을 넘어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경찰 대신 납치범을 편드는 현상) 관점으로까지 오독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지금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인식은 ‘더러운 평화가 이긴 전쟁보다 낫다’는 평화지상론으로도 이어진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숱한 기습 도발로 우리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빼앗고, 영토를 유린한 북한 정권에 굴종해서라도 평화를 구걸하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북한 김정은이 최근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점령·평정·수복해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지난해 12월 말 당 전원회의에 이어 한국은 핵을 사용해서라도 괴멸시킬 대상이지 이 더 이상 ‘민족, 동족’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협박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집권 전후로 북한이 저지른 일련의 무력도발은 ‘민족’ ‘동족’이라는 단어가 사탕발림이었음을 진즉에 증명한 터다. 군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긴장 고조의 책임을 현 정권에 전가하는 동시에 한국 내 북한 옹호 세력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방적 전면 파기 선언에 이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과 경의선 일대 지뢰 대량 매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쇄 포격 등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도 이런 저의가 깔려 있다.
대남 핵 공격용 단거리미사일과 ‘핵 어뢰’,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미 전략폭격기 출동기지인 괌을 사정권에 둔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개발 중인 김정은은 4월 총선과 11월 미 대선을 겨냥해 7차 핵실험 등 전례없는 도발 폭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어선 비핵화도, 진정한 평화도 요원할 뿐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영토를 향해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하고, 여야와 이념적 진영을 떠나 국론을 결집해 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이야말로 북한 정권과 그 추종 세력에게 핵이냐 생존이냐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