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법세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Feb 22. 2024

대통령 경호, ‘신문고’가 아니라 ‘입틀막’이라니

요즘 신조어(新造語)인지 ‘입틀막’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 입틀막 : 입을 틀어막다’를 줄여 이르는 말. 놀라서 벌어진 입을 막을 정도로 벅차오를 때 쓴다.      

(예문)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입틀막.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러니까 무언가 즐겁고 감정이 복받칠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는데. 이게 아니라고? 요즘 들어 용법이 바뀌었다고---     

새로운 용법? 인터넷에서 찾은 기사 3개를 글 뒤에 실어 두었다. 모두 대통령 윤씨를 경호한다면서 다른 사람의 입을 틀어막았다는 이야기다. 요즘 의료개혁 파동이 한창인데 의사부터, 카이스트 졸업생, 국회의원 등 전방위로 입틀막을 하는 모양.  

   

1.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소아과 의사회장’을 입틀막

2.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졸업생’을 입틀막

3.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을 입특막

-----------     


왕조시대에도 신문고가 있었는데     


예전에도 왕이 행차하는 중간에 백성이 뛰어들어 민생고를 말하는 이야기가 있다. 왕이 이걸 듣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 주었다던가. 한편 신문고(申聞鼓)라는 제도도 있었다. 민원인이 직접 북을 쳐서 왕에게 호소하는 제도라는데.     


(나무 위키에서 찾은 글)

중국 송나라 제도를 조선에서 모방해 1401년(태종1년) 대궐 밖 문루에 청원과 상소를 위해 매달았던 북으로 초기에는 등문고(登聞鼓)라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자는 서울에서는 주장관, 지방에서는 관찰사에게 신고하여 사헌부에서 이를 해결하도록 하였는데, 이 기관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는 신문고를 직접 울리게 했다. 그런데 이 절차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라서 소요시간이 대략 1년은 걸렸다.     


지금도 국민권익위원회에 ‘국민신문고’가 있다. 이렇게 왕이 직접 인민, 국민, 궁민(窮民)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데, 요즘은 왜 그래?     


‘의료개혁 민생토론’, ‘카이스트 졸업’,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등은 대통령이 주인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 같은데 이런 곳에서 자기 말만 하고, 다른 사람의 입을 틀어막으면 이게 바로 인권 탄압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닌가.

----------------     


대통령경호법을 살펴보자     


법적 근거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약칭 ‘대통령경호법’)’이다.     


여기서 경호는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이 있고,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1. 말이나 피케팅 등이 ‘생명과 재산에 위해(危害)’를 끼치는가?      

2. 용산 대통령집무실 등은 경호구역이 되는지 몰라도, 대통령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출입하는 장소를 이 법에서 정한 경호구역으로 볼 수 있을까?     

3. 카이스트 등을 ‘경호구역’으로 고시했을까? 만일 카이스트, 민생간담회장, 도청 강당 등도 모두 경호구역이 된다면 다른 사람의 행동권을 심각하게 방해하니까, 그는 돌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     


대통령경호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경호”란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危害)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ㆍ순찰 및 방비하는 등의 모든 안전 활동을 말한다.     


2. “경호구역”이란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이 경호활동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말한다.     


5(경호구역의 지정 등)① 처장은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경호구역의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③ 소속공무원과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ㆍ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          


18(직권 남용 금지 등) ① 소속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경호처에 파견된 경찰공무원은 이 법에 규정된 임무 외의 경찰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      


(읽을거리)     


소아과 의사회장,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입틀막' 체포

(뉴시스, 20240221)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려던 의사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간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1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퇴거불응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임 회장은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에 찾아가 필수의료 패키지 관련 의견을 개진하려다 체포됐다.
 
토론회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붕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임 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토론회 전날 공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토론회장에 찾아갔다"며 "경호원들에게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뜻을 전하러 왔다'고 하자 안 된다고 하며 입을 틀어막고 끌어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분당경찰서로 이송된 후 4~5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일 입건해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지난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끌려나가는 모습(사진=임현택씨 제공)

------------     


카이스트 동문들, 대통령경호처 고발550입틀막 규탄서명

- 직권남용·감금·폭행 혐의

(한겨레, 김가윤 기자, 20240220)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동문과 재학생들이 학위수여식 강제 퇴장 사건을 비판하며 대통령경호처를 직권남용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카이스트 동문과 재학생들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경호처(경호처장과 직원)를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과 감금·폭행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에는 동문과 재학생 2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카이스트에서 축사하던 도중 한 졸업생이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라’고 항의하자,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그를 저지하며 밖으로 끌고 나간 사건을 문제 삼았다.     


(이하 생략)

------------     


강성희 입틀막에 김진표 과도한 대응국힘은 고성 항의

(한겨레 이우연, 강재구 기자, 20240125)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 관련 대통령실의 과잉 경호 논란을 두고 “대통령 경호원들의 이와 같은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신임 국무위원 소개에 앞서 “지난 18일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 사이의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은 “국회와 정부는 국정 운영 파트너인데도 서로를 배타적으로 적대하는 정치 문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국회도 정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국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뭐하는 거야 지금” “의장이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라는 거센 항의와 고함이 터져나왔다.     

(이하 생략)

---------------     


*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