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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r 01. 2024

전공의는 파업이 아니라 사직했다는데

올 들어 주말에는 글을 쉬는데, 요즘 벌어지는 일이 기가 막혀 이번 연휴에는 글을 쓰게 되었다.     


요즘  ‘의료대란’인지 ‘의료위기’라고 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의료법에 지도나 명령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게 뭐람?

        

의료법에는 정부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 대해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고, 여기에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 등이 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이런 조항이 있다니? 갸우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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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59(지도와 명령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③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88(벌칙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제59조 제3항---을 위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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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의 명령과 개인의 자유 문제     


대한민국은 근로의 자유, 영업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군인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 의사에게 이런 조항을 둔다? 이런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까? 위헌적 요소가 있어 보이는데---       


이번에 전공의들은 파업이 아니라 사직했다는데, 이렇게 사직한 전공의나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예비) 의료인에게 이 법에 따른 명령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다음이 이 법 조항의 발동요건 부분인데,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1.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     

2.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     


우리나라 의사 14만명 중 전공의 1만명이 현장을 떠났지만, 아직도 13만명은 그대로 진료하고 있으니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스스로 전공의가 사직했는데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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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한의사를 합하면       


인터넷에서 ‘의사 수’를 찾으니 2022년 현재 의사 11.2만명, 치과의사 2.8만명이지만(합계 14만명), 한의사도 2.3만명 있다고 한다(네이버에서 ‘의사 수’ 검색).     


그렇다면 의사 14만명은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 2.6명이지만, 여기에 한의사 2.3만명을 더하면 총 16.3만명으로 1천명당 3.2명으로 인구 1천명 당 미국의 2.7명이나 일본의 2.6명을 훨씬 넘는다. 그러면 현재 의사가 정말 부족한 지부터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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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는 ‘응급실이 진짜 응급실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예전에 경증 환자까지 대형병원에 몰려 바빴지만 이제 중증환자 위주로 바뀌고 있어 정상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현재 문제는 의료체계개선이나 바이탈 분야 수가 조정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인구 1천명 당 의사 2.6명인 일본은 오히려 의사 수를 줄이고 있다는데 말이다.     


오늘자 조선일보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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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응급실진짜 응급실’ 됐다… 경증인데 의사 찾는 사람 급감 

(20240301, 조선일보)

- ‘중증’일 때만 대형병원 찾아/ 조백건, 오유진, 김영우 기자     


(앞 부분 생략)


응급실을 지키던 전공의들이 지난 20일 근무지를 집단 이탈한 뒤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줄어들고 중환자가 늘고 있다. 일선 응급실 교수와 전임의들은 “전공의 파업으로 힘들지만, 응급실이 응급실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전공의 집단 이탈 후 환자 수가 40% 정도 감소했고, 경증 환자도 줄었다”며 “환자들이 지금은 큰 병원 응급실에 가도 의사가 없어 빨리 검사·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 대형 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중환자들이 주로 오고 있고 전체 외래 환자 수도 40~50% 줄었다”며 “(전공의 파업은) 의도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게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진짜 대형 병원과 응급실의 모습”이라고 했다. 


강원도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중증 환자가 상급(대형) 병원으로 가고, 경증 환자는 그보다 작은 규모의 병원으로 가는 게 느껴진다”며 “(경증 환자는)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가도 의사가 없다고 하는 뉴스를 보고 스스로 자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 간호사도 “주취자나 단순 두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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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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