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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10. 2022

우리는 언제 나라를 세웠나, 제대로 헌법을 고치자



우리는 언제 나라를 세웠나     


처음 나라를 세운 시기가 언제일까. 지금 헌법(1987년 헌법)은 3·1운동(1919년)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1919년부터 겨우 103년, 역사가 아주 짧은 나라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서도 기원전 2333년에 시작된 단기(檀紀)를 사용한 시절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자.      


이나저나 1910년에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는데, 1919년부터라는 건 무슨 말일까. 우리가 1910년에 망한 조선(대한제국)을 잇지 않았다는 말인가(이 부분에 대해 전혀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웃 일본을 보자. 그들은 한 번도 왕조가 바뀌지 않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고 주장한다. 1889년에 제정된 대일본제국 헌법 제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천황이 통치한다”로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5·16군사쿠데타(혁명) 전에 사용하던 단기(檀紀)를 사용해야 한다. 국제적 편의를 위해 서기(西紀)도 써야 된다면 단기 옆에다 서기를 병용하면 될 것이다.     

(예) 올해는 단기 4355년(서기 2022년)           



헌법 전문(前文)의 단기·서기 문제     


헌법 전문(前文, preamble)은 헌법에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헌법 제정의 목적이나 이념, 가치질서 등 중요한 사항을 전문에 담아 놓는다고 한다. 나는 헌법 전문에 쓰여 있는 연도의 표시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단기 4281년(서기 1948년) 제헌헌법의 전문(前文)을 살펴본다. 이때 우리는 단기(檀紀)를 사용하였다.      

대한민국헌법(시행 1948.7.17.) 헌법 제1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국회에서 단기 4281712 이 헌법을 제정한다.”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한다고 한 까닭에 1919년 건국된 대한민국은 1910년에 일제가 강점한 왕조국가 조선(대한제국)을 이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고, 헌법을 제정한 연도가 서기 1948년이 아니라 단기 4281년이라 한 것이다.     


단기(檀紀)는 기원전 2333년을 원년(元年)으로 한다(따라서 서기 1948년은 단기 4281년이다. 2333+1948=4281).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5·16쿠데타(혁명) 이후 단기가 서기(西紀)로 고쳐졌다.      


이렇게 헌법에서 ‘옛 조선’(보통 ‘고(古)조선’이라 하는데, 나는 ‘조선’은 국가이름이지만 고조선은 국가이름이 아니므로 우리말 ‘예’의 관형형인 ‘옛’을 붙여 ‘옛 조선’으로 써야 한다)의 존재를 아예 없애 버린 이유를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9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1963년 5차 개정(제6호 헌법) 전까지 단기(檀紀)를 사용해 왔는데, 1962.12.26. 서기(西紀)로 바꾼 것은 반만년 역사를 없애버린 반역행위가 아닌가.     


이때는 박정희 등의 5·16쿠데타(당시 헌법개정안에는 5·16을 ‘혁명’이라 하였고, 군사쿠데타라는 말은 나중에 생겼음)로 국회가 해산되고 정치가 사라져버린 때(국가재건최고회의가 있었다)인데, 나는 단기에서 서기로 연호가 바뀐 것을 설명해주는 어떤 자료도 찾아내지 못했다.


대한민국헌법(시행 1963.12.17.) 헌법 제6, 1962.12.26. 전부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1948712일에 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다음은 1987년에 개정하여 지금까지 35년째 사용하고 있는 현행 헌법이다. 지금 헌법에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 헌법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왔다고 본다(나는 2020년 발간한 『푸른 나라 공화국』의 부제를 「헌법의 실패, 정부의 실패를 넘어」라고 하였고 나름의 헌법 개정안도 제시한 바 있다.)     


대한민국헌법(시행 1988.2.25.) 헌법 제10, 1987.10.29. 전부개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19487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여기서 헌법 전문(제헌, 제6호, 제10호)을 비교해 보자. 제헌헌법과 제6호 헌법 전문에서는 ‘민주주의’라고 하다가 제10호 헌법(현행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바꿨고, 제6호 헌법에 있던 ‘5·16혁명의 이념’이 빠졌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은 건 우리 역사에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때 6·29선언이 나오고 야당과 대통령직선제로 바꾸자는데 합의하여 헌법개정을 하였고, 민주화 세력과 보수세력 등 여러 정파에서 나온 8인의 대표가 합의하여 단시간 내에 현행 헌법을 만들었다.     



건국의 아버지와 헌법개정     


미국에는 ‘건국의 아버지’가 있다. 미국은 1776년에 건국되어 이제 25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적어도 20세기 들어오면서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세계를 이끌어 온 나라다. 절대 왕정이던 영국·프랑스 등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당시에 아무런 선례도 없는 가운데 훌륭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치학이나 헌법 책에는 미국에는 헌법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가 있다고 칭송하고 있다.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하면서 그때까지 세계사에 유례없는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정부가 되게 한 최초의 약속, 건국헌법을 잘 만들었다. 후세 사람들이 1787년부터 계속 이 헌법을 사용하는데, 미국은 건국헌법을 계속 ‘수정’해서 사용한다.(그들은 이걸 ‘수정’이라 하지 ‘개정’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건국의 할아버지’가 있었다. 바로 시조 단군(檀君)이다. 역사적으로 단군이 실재 인물임을  입증하는 근거가 많이 있고, 우리 현행법(교육기본법)에도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뒤에서 다시 살핀다.       


미국과 우리를 비교해 보자. 우리는 단기 4281년(서기 1948년)에 만든 헌법을 9차례 고쳤다. 그런데 군사쿠데타 와중에서 나라를 처음 만든 시기(이걸 보통 개국기원(開國紀元)이라고 부른다)에서 단기(檀紀) 연호를 없애버리는 바람에 반만년 역사가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 헌법 전문에서 서기(西紀) 1919년에 건국된 임시정부를 잇는다고 하니 말이다. 이걸 선조들이 보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살아온 기간 동안에도 분명히 단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언제 없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에는 1장짜리 달력에도 왼쪽에는 단기 ****년, 오른쪽에는 서기 ####년이 있었다. 올해는 단기 4355년이다(2333+2022=4355).     


우리가 건국헌법을 만드는데 불과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 후에도 여러 번 헌법을 ‘수정’ 한 게 아니라 ‘개정’했다. 그 후 1987년부터 35년 동안 한번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나는 작년과 재작년에 출간한 2권의 책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 전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특히 대통령 임기 조항과 중임제 부분만이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푸른 나라 공화국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의 헌법개정 제안      


2020년에 발간한 『푸른 나라 공화국』에는「헌법 개정」 (20~54쪽) 부분이 있었고, 책의 부제가 「헌법의 실패, 정부의 실패를 넘어」였다.      


2021년에 발간한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에도 13장 「헌법을 제대로 고치자」 (278~291쪽)가 있었다.     



우리 정치의 진짜 문제 : 소 잃고나서도 외양간 그대로 두기     


최근 몇 년간 계속되던 선거와 투표가 6월 1일에 끝났다. 그런데 내가 보기로는 우리 정치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않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이번에 야당으로 바뀐 모 정당에게 한마디 하려고 한다. 헌법에서 국회의원 과반수를 가진 정당은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상기시키려 한다.     


헌법 제128조

  ①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②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나는 이렇게 ‘헌법의 실패, 정부의 실패‘가 드러난 헌법은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데 심각한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헌법과 정치가 계속된다면 국민에게 큰 피해가 귀결된다고 본다.


지금 헌법에서 대통령 임기나 중임제 관련 조항을 바꾸어도 그 조항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새로 임기를 시작한 현직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주도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말의 관용적 표현과 역사문제     


지금껏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했으니 좀 부드러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이야기다. 예전 역사서에는 우리 최초의 나라(시조 단군)는 중국의 요임금과 같은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상고(上古)의 이야기로 알기가 어려우니 나중에 하기로 하고 늘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우리말에는 지명과 연관된 말들이 많다. 언제부턴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아는 역사와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게 보인다.     


몇 개만 살펴보자. 어떤 일이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면 ‘장안의 화제’라고 하는데, 여기서 장안(?)이 어디일까? 장안은 수도라는 뜻으로 ‘서울’을 이르는 말이라는데, 중국 산시성(산서성, 山西省)의 시안(서안, 西安)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이번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거나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오니’에서 강남(?)이 나오는데 이게 어느 강(江)의 남쪽인가? 양쯔강(양자강, 揚子江) 남쪽이라고 한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나 ‘티끌 모아 태산’에서 태산(?)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는 태백산이 있지만 태산은 없다, 여기서 태산은? 중국에서 오악(五岳)의 하나인 태산(泰山)이라고 한다.        


여기서 장안, 강남, 태산이 현재 우리가 사는 지역(소위 ‘한반도’)이 아니라 대륙에 있는 지명인 것이 분명하다. 그럼 이 말의 유래를 제대로 추적해 보면 이 지명들에서 진짜 역사가 드러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본거지가 대륙임을 암시하는 언어적 징표가 분명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고향(청주) 거리이름이 모두 일본말 투성이었다. 중심가를 본정(本町, 혼마치), 북문로와 남문로가 있었고,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는 오정목이 있었다. 그런데 해방 후 77년이 지나 이걸 ‘성안길’ ‘방아다리’라고 바꾸었다는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 옛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만 그런가?     


계속되는 이야기지만 지명은 바로 역사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바꾸어 놓은 지명(약 3만 6천개)을 찾아 되돌리는 것, 이게 바로 마을과 고을, 산·내·들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기록과 기억이 다 없어지기 전에 옛 지명을 되찾는 국민운동을 할 것을 주장한다. 이게 진짜  <역사 바로 세우기>이다.     



교육기본법(홍익인간)과 대통령 선서(민족문화의 창달)      


교육기본법은 우리나라의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 기본적 법률이다. 여기 제2조에는 우리의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이 규정되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널리 이익이 되도록 하는 정신이 우리 교육의 기본 이념이라는 것이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인가 이런 교육기본법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없애려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 정부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면서,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 내가 보기에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사안에 집중하는 것 같더니, 신화가 아닌 실화로서, 사실(史實)인 단군의 존재를 아예 법에서 없애려 했던 것이기에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교육기본법의 ‘홍익인간’은 바로 우리 현행 법제에서 단군이 신화(神話)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 사화(史話) 임을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다. 이런 교육기본법의 정신에 따라 조선총독부가 조작한 국사교과서를 제대로 고쳐서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헌법의 대통령 선서 조항에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민족문화란 단군을 신화(神話)가 아닌 실화(實話)·사화(史話)로 바꾸고, 개국기원을 단기로 명확하게 하며, 한글을 우리의 공용어로 선포하는 등의 노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새 정부도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할 텐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현하는 일을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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