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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Mar 22. 2024

초일류 K-의료는 의대증원이 아니라 이런 모습

올 들어 갑자기 의료개혁 문제(?)가 불거지더니, 현재까지 내가 본 것은 정부의 일방적 발표이고, 의료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에 불과하다.   

  

전국 의대 정원 3058명을 5058명으로 65% 늘린다? 지방소재 의대에 3~4배까지 늘린 정원을 배정한다? 왜냐고? 예전에 못 늘렸으니 내년부터 왕창?      


나는 문과 출신으로 이쪽에 관심이 거의 없다가, 한 달여 계속되는 사태를 보며, 여기저기 확인해보니 우리 언론들이 간단한 통계조차 찾지 않고 엉터리 기사를 써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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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지금까지     


2020년 초부터 세계 각국이 같은 시기에 처한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적 위기에서 가장 잘 대처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고, 그전에도 미국 오바마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부럽다고 하였다. 그런 나라가 갑자기 왜 이 모양이 되었나?     


그동안 한국 의학교육과 의료기관의 수준과 경쟁력은 세계 최고였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최고병원 순위에서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를 하였다. 세계 100대 병원에도 6개가 포함되었다. 즉 반도체, 문화(류), 자동차, 스마트폰과 함께 한국의 의료 수준은 단연 세계적이다. (중앙일보 20240322 박명림 `대화와 타협 절실한 의료개혁`에서 인용)


엊그제(3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못된(?) 의사들을 길들이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때 4백명인가 증원하려다가 유야무야되었다나 또는 27년 동안 한 명도 늘리지 못한 (한풀이로) 내년부터 5천명으로 의대정원을 늘린다나?          

 

그런데 그동안 어떤 큰 문제가 있었나? 지방에 소아과, 산부인과가 없다는 이야기,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몰린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어보았지만, 우리 의료시스템에 의사가 부족해서 큰 문제가 있었는지는 듣지 못했는데---. 간단한 통계 몇 개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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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비교한 통계     


1. 신생아 수 : 매년 줄고 있다 (작년은 23만명)     


2013년 43.6만명, 2016년 40.6만명, 2019년 30.3만명, 2022년 24.9만명

- 출처 KOSIS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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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체 인구: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 (작년은 5,175만명)     


2020년 5,183.6만명, 인구성장률 0.14%

2021년 5,177만명,  인구성장률 △0.13%

2022년 5,167.3만명,  인구성장률 △0.19%

- 출처 KOSIS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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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사 수(의사+치과의사) : 매년 3천명씩 늘고 있다     


2013년: 의사 9.1만명, 치과의사 2.2만명, 한의사 1.8만명

2016년: 의사 9.8만명, 치과의사 2.4만명, 한의사 2만명

2019년: 의사 10.6만명, 치과의사 2.6만명, 한의사 2.2만명

2022년: 의사 11.2만명, 치과의사 2.8만명, 한의사 2.3만명

- 출처 KOSIS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의료이용통계)     


도대체 2천명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하던 차에 로스쿨 정원이 2천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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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정원이 2천명이다     


지금 정권 잡은 사람들이 변호사와 의사를 비교하는 모양이다. 로스쿨 정원이 바로 2천명이다. 예전의  사법고시는 수십명, 사법시험은 최대 1천명이었는데, 로스쿨로 바뀌면서 2천명이 된 모양이다.      


다음은 인터넷 ‘메가로스쿨 공식 블로그’에서 찾은 자료다. 25개 대학, 일반 1,860명 특별 140명이라던가. 특별전형에는 신체적 배려, 경제적 배려, 사회적 배려가 있다고 한다.     


로스쿨 현재 정원은 16년 전인 08년에 시행되었고, 교육부의 심사 기준은 교육목표, 입학전형, 교육과정, 교원, 학생, 교육시설, 재정, 관련 학위 과정, 대학 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이다. 정원은 서울대 150명에서 강원대 등 40명까지 대학별로 차이가 있었다.      


서울대 150명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120명   

충남대, 한양대 100명

동아대, 전북대 80명

영남대, 충북대 70명

경희대, 원광대 60명

서울시립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50명

강원대, 건국대, 서강대, 제주대 40명      


그런데 변호사와 의사는 양성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로스쿨은 강의실과 인터넷강의로도 변호사 양성이 가능하지만(한국방송통신대에도 로스쿨 움직임이 있다), 의대는 장기간 교육이 필요하고 임상실습에 시설투자와 수련병원이 필요하다. 지금도 지방소재 의대는 실습하러 서울 등에 원정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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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의료시스템 비교     


누구든지 외국에 살면서 한번이라도 병원 신세를 져 보면, 우리가 얼마나 편리하고 낮은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 금방 알게 된다. 외국은 의사 만나기 어렵고, 진료받기가 오래 걸리고 비싸다.     


인구 1천명당 의사수가 OECD 평균 3.7명이고 우리는 2.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일본도 우리와 같은 2.6명이고, 미국은 2.7명이니 의사수로만 비교하는 것에 문제가 크다는 말부터 해주려 한다.     


한미일 3국을 제외한 OECD국가는 의료사회주의 (공공의료) 를 택한 나라로 의사는 공무원이며 정해진 월급을 받으니 환자를 많이 보려 하지 않는다. 의사를 증원한다면 의사들이 먼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일이 줄어드니까). 그래선지 영국 의사는 미국 등으로 빠지고 인도, 파키스탄 출신 의사가 영국에 들어온다던가.     


미국은 자본주의식 민영의료니까 돈이 없으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오바마 케어라든지 의료개혁문제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행위별 수가’로서 의사는 ‘진료행위당 얼마’라고 정해진 수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의사는 진료 회수를 가급적 늘리려 하고, 환자는 (건강보험료를 내지만) 병원에 가서 당장 부담하는 비용이 크지 않으니 이곳저곳 의료쇼핑을 한다. 실손보험이 자기부담분을 내주니까 병원을 순례하게 된다.     


일본에는 ‘자치(自治)의대’라는 공공의대가 있다. 2014~2019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 2454명 중 71.6%가 비수도권에서 일한다. 그들은 6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9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연합뉴스, 20240223, ‘일본판 공공의대 ‘자치의대’, 지역 의사 양성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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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의대의 모습     


인터넷에서 ‘세계 최고 의대’를 검색하니 다음 순서라고 한다.     

1. 하버드

2. 캘리포니아

3. 미시간

4. 존스 홉킨스

5. 토론토(캐나다)     


세계 1위 하버드 의대의 2023년 입학생은 164명, 4위 존스홉킨스 의대는 전체 학생 1,240명(MD 482, PhD 758명), 교직원 3,697명이라 한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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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Harvard Medical School)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의학전문대학원이다. 1782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미국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의학전문대학원이다. 2012년-2013년 M.D. 입시기간에는 165명 정원에 5,779명이 지원하였다.     


- 위치:매사추세츠주 보스턴

- 교직원수: 11,502명

- 학생수: 1,95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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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홉킨스 의학대학원(Johns Hopkins School of Medicine)은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존스 홉킨스 대학교소속 의학대학원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의학대학원 중 하나이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윌리엄 오슬러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및 존스 홉킨스 병원설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위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 교직원수: 3,697명

- 학생수: 1,240명(MD 482, PhD 758)     


미국 의대는 학생보다 교직원이 무척 많다. 하버드는 교직원이 학생의 6배, 존스 홉킨스는 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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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대 정원     


우리나라에 총 40개 의대가 있는데 총정원이 3,058명이다(서남의대 폐교로 39개). 이번에 정부가 증원하려는 2천명은 현재 정원의 65%에 이른다. 우리 의대 정원을 찾아보자.     


서울대 135, 연세대 · 한양대 · 경희대 110, 고려대 106명

부산대 125, 전북대 142, 전남대 · 조선대 125, 충남대 110, 충북대 49

정원 40명인 의대 : 성균관대, 아주대, 가천대, 대구카톨릭대, 울산대     


지방에 소재한 의대에는 지역인재전형이 있어, 그 지역에서 중고교를 다녀야만 응시할 수 있다고 한다. 몇개만 들어보자.     


전북대: 142명 중 지역인재 89명

전남대: 125명 중 지역인재 94명

부산대: 125명 중 지역인재 100명

충북대: 48명 중 지역인재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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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역 출신 인재가 지방의대에 갔다가, 서울 등 대도시로 빠지고 지방에 남지 않는 현상이 현저한데, 지방의대를 대폭 증원하는 건 의미가 적어 보인다.


세계 최고라는 하버드 의대 165명, 서울대 의대 135명인데, 우리 지방 의대가 200명이라면(특히 충북대 의대는 48명에서 200명으로)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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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 조정, 의료사고 형사책임 특례, 공공의대 설립     


1.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등 바이탈(vital) 분야의 의료수가를 대폭 올린다(일본은 우리의 4~5배 수준).     


2.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례를 만든다.     


3. 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를 설치, 국비로 공공의사를 양성 후 상당기간 의무 복무하게 하여, 지방과 바이탈 부문 등에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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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봄날에 미래의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마음이 아플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미안한 마음이 크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엉터리 포퓰리즘 촌극을 백지화하고, 맑고 밝은 청명(晴明) 절기를 맞았으면 좋겠다. 봄비라도 시원히 내렸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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