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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12. 2024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2 : 김건희의 명품 수수

한풀이 21 (정·경 10)

1. 들어가는 글     


지난주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1 : 부자감세와 25만원’을 쓰고 나서 다음 글 소재를 생각하다가 어제 국민권익위원회의 충격적 결정을 접했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명품 수수는 규정이 없어서 권익위가 사건을 종결한다나 어쩌나, 아무리 보아도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았다. 김영란법(2015년) 이전에 공무원을 오래 한 내가 보기에는 전혀 타당하지 않던데.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반부패기구까지 있으니, 이래서 공정과 정의가 지켜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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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헌법의 평등조항     


모처럼 헌법 제11조 평등조항을 써 본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제11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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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의 평등에 대한 계명도 떠올랐다. 웃기는 이야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일부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1789년 프랑스혁명에서 있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지니고 태어나서 살아간다. 사회적 차별은 오로지 공공 이익에 근거할 경우에만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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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통령 배우자에게 명품을 주었다는데, 여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말이 성립하나? 그가 특권을 가진 계층인가? 왜 국가기관, 그도 청렴을 지키는 반부패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나라가 망조가 들었나.    


권익위 위원장이 대통령과 대학 동기라고 하던가.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있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도 있다. 공직기강 확립을 위하여 누구에게보다 엄하게 다스려야 할 사안에 대한 이야기다.         


어제 한겨레신문 뉴스브리핑에 상세한 설명이 있어 이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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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겨레신문의 뉴스브리핑

이제 공직자 부인은 ‘명품백’ 받아도 되나? [6월11일 뉴스뷰리핑]


 # 권익위, ‘명품백의혹 종결처리
 
. 6개월 만에 제재규정 없다
 
 - 지난해 12월19일 참여연대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습니다. 2022년 6월과 9월에 명품 향수(180만원 상당)와 명품백(300만원 상당)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 이후였습니다.
 
 -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신고를 받으면 90일 안에 처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권익위는 이 조사시한을 연장했습니다. 참여연대에 처리 기한 연장을 통보하며 “쟁점이 있다”고만 밝혔을 뿐, 그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어제(10일)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종결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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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점
 
1) 이제 공직자 배우자는 480만원까진 받아도 되나?
 
 -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한번에 100만원이 넘거나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대통령의 직무엔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그런데 ①왜 대통령과 직무관련성이 없는지, ②윤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③이후 규정에 따라 ‘신고의무’를 다했는지 ④가방은 받은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2) 6개월간 뭘 했나?
 
 -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은 물론 서면으로도 조사한 적도 없어, 권익위가 이 문제를 놓고 어떻게 조사했는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권익위 발표를 보면, 권익위 조사는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 ‘직무연관성’을 살피는 정상적인 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수수’와 ‘직무 관련성 없음’ 논리를 세우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도 ‘규정 없음’으로 처리했고, 그 이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결론을 내리는데 6개월이 필요했을까요. 신고(2023년 12월) 이후 법정시한(90일) 안에 발표하자니,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연기한 것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습니다.
 
3) 출국하자 발표, 우연인가?
 
 -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마지막 순방이 네덜란드였고, 12월15일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12월19일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6월10일 오전에 6개월 만에 다시 순방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에 권익위가 ‘종결’ 처리했습니다. 마음 편히 다녀오시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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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이유 쌓는다
 
 -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권익위의 이번 조처는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니라, 대통령부부권익위원회라는 지탄도 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임명된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법대 79학번 동기입니다.(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을 주요 요직에 많이 임명했는데, 이외에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이완규 법제처장,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이 있습니다.)
 
 -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만, 아마 임기가 두어달 남은 이원석 검찰총장 시기에 김 여사 소환조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또 검찰이 이번 권익위와 비슷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그 경우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 이처럼 국가기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지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오히려 더 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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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백 들고 출국한 김건희 여사
 
 - 오랜만에 해외순방에 나선 김건희 여사가 이날 비행기 트랩에 올라 인사할 때, 손에 천으로 만든 에코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에코백에는 ‘ByeByePlasticBags’라고 쓰여 있습니다.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이번 사안이 아니어도, 많은 이들에게서 이런 점을 문득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좋은 말이나 선행을 하고 있는데, 실제론 그 메시지보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자신’을 더 내세우려는 경우입니다.)
 
 -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명품백’ 때문에 그 난리가 났고, 또 오늘 권익위의 ‘명품백 처리’ 발표 사실도 알고 있었을텐데, 이 에코백을 ‘전시’하면, 사람들이 김 여사를 기특하다고 생각할 것이라 짐작한 걸까요.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명품백’ 연상 효과만 더 불러일으키거나, ‘위선’, ‘포장’ 이미지만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왜 이를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요. 대통령 부인을 담담하는 제2부속실이 없다고 하지만, 부속실에 영부인 보좌팀이 별도로 있을 뿐 아니라, 부속실 전체가 대통령과 영부인을 분리해서 움직이지 않을 테고, 또 시민사회수석실에는 오랫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해온 정호성 비서관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들도 아무런 생각을 못했던건지, 생각을 했지만 말리지 못하거나 말도 꺼내지 못한건지. 둘 다 문제입니다.     


(비단 대통령실 같은 공공조직 아닌, 작은 민간조직이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에서도 ‘나의 의도’보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어야 합니다. 어리석은 이들은 늘 문제가 터지면,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골방에서 혼자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없는 말입니다. 상대방 의사에 맞춰 거기에 그대로 따르는 건 ‘눈치보기’이고, 행동에 앞서 상대방의 마음을 예측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 예측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앉아선 안되고, 아예 무시하는 사람은 공적인 일을 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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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 대부분 신문들이 오늘 아침 이 기사를 1면에 싣고, 안쪽면에 해설 기사도 실었습니다. 중앙일보(10면)와 조선일보(12면)만 뒤쪽 면에 다소 간략하게 보도했습니다.     


경향= 결국 ‘배우자’는 명품백 받아도 된다는 권익위(1면 톱)
 
한겨레= 권익위, 김건희 명품백 의혹 “제재규정 없다” 종결(1면)
 ‘명품백’ 116일 끌다 손털어...대통령 부부 봐주기비판 일어(6면)
 
한국= 권익위 “명품백 의혹 제재 규정 없다”(1면)
 대통령 직무관련성 대통령 기록물 결론없이 검찰에 공 넘긴 권익위(6면)
 
동아= 권익위 “金여사 디올백 제재규정 없어” 조사 종결(1면)
 174일 끌다 ‘디올백 조사 종결’…특검 필요(4면)
 
중앙=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종결 처리…“공직자 배우자 제재규정 없다”(10면)
 
조선=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권익위 제재 규정 없다(12면)
 
경향신문은 1면 제목부터 사설 느낌이 나는 주관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았고, 다른 신문들은 모두 ‘제재규정 없다, 종결’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드라이하게 전하다보니 제목이 다 똑같습니다. 다만 안쪽 기사나 제목에서 한겨레는 참여연대 등을 인용해 “대통령 부부 봐주기”, 한국은 ‘결론없이 검찰에 공 넘긴’, 동아는 ‘174일 끌다’ 등의 제목으로 이 기사를 바라보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조선은 모두 권익위 발표를 전하는 형태로만 처리했는데, 중앙은 5단, 조선은 1단으로 간략하게 보도했습니다.
 
3) 사설
 
 - 한겨레와 경향만 관련 사설을 썼습니다.
 
한겨레= 김 여사 6개월 만의 출국 당일 면죄부 준 권익위
 
경향= 김건희 명품 백 면죄부 준 권익위, 존재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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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 내가 당황스럽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자제했는지 한 6개월만에 해외출장을 떠나는데, 이때를 맞추어 그간 미적대던 일을 발표했나(?) 오죽하면 용산쪽 일이라면 보도를 삼가고 몸 사리던 언론이 대거 나섰나?      


올 들어 ‘의대 정원 대폭 증원’을 하면서, 실질과 절차가 모두 엉망인 채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의료개혁’인지 ‘의료개악’인지로 사회를 온통 뒤집더니, 이번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직사회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 벌어졌다. 예전에 공무원을 오래 한 내가 다 당황스럽다.      


국민권익위원회 이야기 중 이전 정부가 임명한 전현희 위원장을 임기 전에 쫓아내지 못해 안달하더니, 올 1월에 임명된 유철환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나 어쩌는데, 그들은 차-암 대단한(?) 의리를 가진 모양이다.      


이제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니라, 대통령부부권익위원회라는 지탄까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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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위 공직자의 엄격한 책임     


대통령이나 그의 배우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청탁금지법이 있다? 마치 옛날 왕국, 군주정을 방불케 하는 해석이다. 예전에는 제왕무치(帝王無恥)라 하여 황제나 왕은 하는 일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때도 이게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데?      


민주사회에서 높은 권력자일수록 권한에 비례하여 책임도 커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민형사 책임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바로 이끌어 가야 할 도덕적 책임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처리한다고?        


헌법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데(헌법 제7조). 대통령이  국민이 아니고 황족, 왕족 등 특별 신분인가? 더욱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한 사람 아닌가?      


21대 국회에서 제안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권익위 하는 걸 보니 검찰 수사라고 제대로 이루어질까 의문이다. 어영부영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게 분명하다.     


엊그제 국회 이야기다. 지금껏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다른 당이 맡아온 관행이 있었는데(법이 아니라 관행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모두 차지하여 여권의 반대가 심한데(다수결로 정한 거 아닌가), 지금처럼 대통령과 헌법재판소장, 국민권익위원장, 법제처장 등이 대학동기라는 걸 알고는 야당 의도가 이해되었다.     


이제 이 사안을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회의 특검법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3’은 2024년 6월 19일 계속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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