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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n 19. 2024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3 : 비토크라시

한풀이 22 (정·경 11)

1. 들어가는 글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거리는 정부 측과 의사들이 서로를 거부하고 있다. 어제 깜짝 뉴스는 여당인 국힘 108명의 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국회의 11명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 등이 잘못되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이것은 거의 해외토픽에 나올 이야기 같은데 말이다.        


요즘 이 나라는 온통 ‘거부하는 몸짓’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런 걸 비토크라시(vetocracy)라고 부르는데,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나.     


* 비토크라시     

거부'를 뜻하는 '비토(Veto)'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로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한다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2013년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하였으며이후 정치학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비토크라시는 거부권을 남용하고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김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을 높이고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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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과 한국의 비토크라시     


2021년 1월 미국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의회습격사건이 일어나고,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했는데, 그가 11월 대선에 다시 나온다던가. 바이든보다 유력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와 우리의 핵무장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력싸움, 비토크라시가 심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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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9일 우리나라 대선에서 0.73%(48.56%: 47.83%)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 후 윤 대통령의 헤게모니에 대한 야당의 반대, 야당 주도 입법에 대한 여당 쪽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4월 10일 총선에서 국힘(여당) 108석 : 다른 당들(야당들) 192석으로 다시 여소야대가 되었는데,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6월 5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데, 국힘 의원들은 밖에서 시위하면서 참석하지 않았다. 법사위원장 등을 주지 않아서라는데 말이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던가 차-암.     


이런 국회의 모습에 실망해서 나는 그들을 ‘구케우원’, 舊케愚원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그들 모두가 구태와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에서 붙인 말이다. 나리들이 빨리 개과천선해서 우매한 국민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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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태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쓰던 말을 계속 사용하면서 정치현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토가 ‘현장의 진실을 중앙에 두다’라는 모 신문의 6월 6일자 1면은 ‘거야, 초유의 단독 개원 국회의장도 반쪽 선출’로 되어 있는데, 이게 맞는 말인가? 내가 보기로는 ‘작은 여당(소여), 선거결과에 불복, 또 다른 비토크라시’가 맞는 제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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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거 결과는 합법적 지배     


지난 글(20240605)에서 나는 권력(power)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정의했는데, 이 힘은 여러 가지 형태에서 비롯된다.      


막스 베버가 말한 지배의 3유형, 전통적, 카리스마적, 합법적 지배에서 가장 민주주의적 형태인 선거 결과에 대한 거부, 즉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비토(veto, 거부)가 가장 위험한 것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정치관행은 매우 중요하다. 여태까지 법사위를 다수당 아닌 제2당이 맡는 관행이 있었다는데, 이번도 야당이 좀 양보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에 법사위를 맡은 국힘이 (소수 의석으로) 횡포를 부리고, 거부권 행사를 남용한 탓도 있지 않을까. 


그후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국힘이 참가하지 않아 오늘까지 국회는 야당들(야 7당)만의 국회가 되어 있다. 그러나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 하고, 이걸 야당의 단독 운영이라고 말한다면 어폐가 있지 않나. 거기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신청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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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군대의 사망사건     


이번 글 권력(power)과 정의(justice) 사례 연구는 군대에서 벌어진 병사 사망사건 이야기다. 먼저 숨진 병사를 애도하고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먼저 작년 7월에 있은 해병대 채상병 이야기이다.     


그는 홍수피해자 수색을 위한 대민 작전에서 희생되었다. 여기서 해병대 1사단장이 권한 없이 지시하였고, 이를 지적한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를 받고 나서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중에 수사단장에게 사단장 등을 혐의에서 빼라고 권한 없이 명령하고는 이를 명령불복종이니 하극상이라며 조작한 사건으로 보인다.     


이것은 권력이 특정인을 위해 개입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의 지원율 저조 등 군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다고 한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대로 조사를 거쳐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지난 5월에는 육군 훈련병 사망사건이 있었다.      


육군 12사단 신병훈련대에서 (여성) 중대장이 9일 차 훈련인 병사에게 얼차려를 주다가 그가 사망했는데, 여기에도 잘못된 권력행사가 있어 보인다. 중대장 자신이 심한 훈련을 받아보지 않은 탓으로 과도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여 훈련병의 체력 한도를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현재 가족을 군에 보냈거나 앞으로 보내야 할 사람들의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 정치판이 조용하다. 각 정당 대표가 정상적 군 복무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1989년에 6개월 동안 석사장교(소위 예편)였다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군에 복무하지 않았다.     


헌법상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은 마침 12사단 훈련병의 영결식 날 여당인 국힘 행사에 참석, 의원들과 술자리에서 어퍼컷을 날렸다고 하는데--- 이건 좀 심했다. 그가 현충일 기념사로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데. 부디 장병의 안전과 복지 향상에 노력해 주면 좋겠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해서 공정과 정의를 지켜달라는 게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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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한 권력 이야기      


『선한 권력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었다. (대커 켈트너, 프런티어, 2018). 이 책 제목처럼 착한 권력이 있다면 좋겠다. 모두를 위한 선한 권력이라면 역사 속의 세종대왕이 있을까, 그를 성군(聖君)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권력이 착하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원시상태에서 ‘인간은 인간에 대한 늑대’이고, ‘만인이 만인에 대하여 투쟁’하니까 갈등 예방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하여 강제력을 가진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괴수(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토머스 홉스의 사회계약론이다. 권력은 좀 악하고 무섭고 그런 게 아닐까?     


리바이어던의 표지에는 인간이 뭉쳐서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형의 존재가 산 너머에서 도시를 굽어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홉스가 국가를 “인조인간”, 즉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적인 존재로 기술한 것을 형상한 것이다. 그에 비해 리바이어던이 들고 있는 왕홀과 검 및 그 머리는 하나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정체, 즉 리바이어던이 인민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만이 아니라 단순한 인민의 집합체와는 구분되는 독자적 성질을 갖고 있으며, 왕홀과 검으로 상징되는 공권력과 머리로 상징되는 정치적 지도를 인민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위키백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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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프런티어, 2018)의 소개글이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16세기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에서는 무력, 기만, 무자비, 전략적 폭력을 권력의 요소로 규정했다. 이처럼 ‘권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복종과 지배라는 의미 때문에, 또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 때문에 우리는 권력에 대해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버클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대커 켈트너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실제 사례와 임상 실험을 통한 연구 끝에, 권력에 대한 이 오해를 낱낱이 풀어냈다. 『선한 권력의 탄생』은 권력의 속성에 대한 그의 정리와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권력이 독재자의 전유물이라는 관점은, 노예제 폐지, 다양한 독재의 몰락, 시민권과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확대, 소셜 미디어의 등장 등 우리 시대의 다양한 역사적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권력에 대한 일반 통념을 새롭게 조명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권력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할까? 그리고 권력은 우리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권력은 악하고, 폭력적이고, 무조건적으로 강한 힘이 아니다. 권력은 나 자신이, 나만이 만드는 힘이 아니다. 권력은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힘이며, 연민과 이타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사회관계망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는 권력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사회조직과 직장에서도 그러하고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을 동정하면서 우리는 결국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이 힘은 사회적으로 선의의 힘, 공동체를 최대 선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한 권력의 탄생』은 우리 안의 연민과 이타심이 권력을 부여해주는 이유와, 권력이 어떻게 공익을 위해 사용되는지를 생생히 드러내는 의미심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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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착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걸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역사책에 나오는 황희 정승, 이순신 장군이라면 공익을 위하여 권력을 행사했을까, 남산골 딸깍발이나 청백리라면 착한 권력일까? 나는 30년 있은 공직생활에서 착한 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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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주주의가 위기라는데     


요즘 서점에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책이 늘어난 것 같다. 민주주의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Gettysburg Address’에서 시작된다던가.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우리 조상들은 자유가 실현됨과 동시에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평등하다는 원리가 충실하게 지켜지는 새로운 나라를 이 대륙에서 탄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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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처럼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하느님의 가호 속에서 우리나라는 새롭게 보장된 자유를 누릴 수 있고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이면서국민에 의한 정부이면서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권력자가 ‘착한 권력’을 행사하고, 국민들이 ‘나쁜 권력’을 억제하고 저항하는 가운데,  모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찾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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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구체적 신호들을 이렇게 써 놓았다.

-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스트와 손잡는다.

- 정치인들이 경쟁자에게 반국가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한다.

-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 행정명령을 남발한다.

- 의회가 예산권을 빌미로 행정부를 혼란에 빠드리거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탄핵을 추진한다.

- 정부가 국가기관을 여당인사로 채우고 명예훼손 소송으로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막는다.      


우리 사회가 요즘 흔히 보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무얼 어떻게 고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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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반대한다』 (제이슨 브레넌)는 무능한 민주주의에 반대한다며 새로운 정부체제로 에피스토크라시(epistocracy)를 내세운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사실 중우정치에 가깝다.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인다. 유능한 시민에게 더 많은 정치참여 권리를 부여하자는데, 이런 지식인 정치가 바람직할까? 

     

플라톤이 이야기하던 철인왕이나 귀족정이 이런 모습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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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벤 앤셀)은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자고 한다. 정치를 고치자며,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결과는 서로를 악화한다’, ‘독재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무정부 상태를 피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더 부유한 길은 장기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길이다’라고 한다.     


여기저기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정당이 올바르게 일하는 것이다. ‘과두제의 철칙’에 의해 사당(私黨)화, 독재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탈피하여, 민주적이고 책임지는 정치로 바뀌는 것이다.         


*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4’는 2024년 6월 26일에 계속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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