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1 : 부자 감세와 25만원
한풀이 20 (정·경 9)
1. 들어가는 글
역사와 지정학에 대한 글을 잠시 멈추고, 이번부터 권력(power)과 정의(justice)에 대한 글을 쓰려한다. 여기에 대해 무언가 할 이야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그리고 ‘이걸 어떻게 고칠까’이다.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되고 아직도 개점휴업, 우리 정치는 안갯속에 있고, 여러 정치가인지 정치꾼인지 들이 입방구만 꾸고 있다.
NATO(No Action Talk Only), 이것이 문제다.
요즘 일어난 사건은 다 권력과 정의에 연관된다.
1. 부자감세와 25만원
2. 의대증원이 개혁? 개악?
3.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4. 북한과 9.19.군사합의 중단
5. 각종 개혁안 표류 등등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나라 꼴이 이상한 때가 없었다. 이게 권력행사라면 독재인지 합법적 지배인지, 여기저기 기능부전의 나라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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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권력,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과 ‘정의’에 대해 한평생 생각해 왔는데, 이걸 글로 쓰려니 마치 태풍 치는 망망대해에 일엽편주로 나선 심정이라 할까? 힘들겠지만 그저 차근차근 써보려 한다.
권력은 ‘힘’이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바꾸는 힘’. 이런 힘, 권력에는 어떤 근거가 있고, 행사하는 사람과 여기에 응하는(또는 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모두에게 행복한 힘은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인데---
여기저기서 적어둔 글 몇 개 적어둔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나쁜 정부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스스로 개혁에 착수할 때다.
* 존 댈러그 액턴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 로베르트 미헬스, ‘과두제의 철칙’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들은 모두 소수 간부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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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른바 의료개혁/ 개악
올해 발생한 가장 황당한 사건이 의대증원문제다. 이른바 ‘의사집단행동’이 마무리되어 가나 모르지만, 이 일이 내게 ‘권력과 정의’가 무언지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는 여러 동물들이 자기들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동물주의’가 있었다.
‘네 다리는 착하고 두 다리는 나쁘다.’
‘두 발로 걷는 것들은 다 적이다. 네 발 달렸거나 날개가 있으면 친구다.’
돼지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사냥개가 돼지를 지키던가, 그러다가 이런 식의 표어가 생기던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일부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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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강준만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는 책이 있다. 이 책이 2020년 10월에 발행되었으니 문재인 정부의 한복판에 나온 책이다.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부패는 권력의 숙명인가? 라고 물으며 문 정부를 일갈하더니---
이 책은 권력으로 인해 아예 뇌(腦)가 바뀌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데, 독선과 오만은 기본이고, ‘내로남불’로 변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훗날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썼다.
‘과거 민주화 운동가들은 폭압적인 정권 권력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온갖 불이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온몸으로 모진 탄압을 견뎌내야 했던 그들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존경을 받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정권은 그런 운동가들이 핵심을 구성한 가운데 탄생한 정권이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의 독재정권들과는 다른 민주 정권이다. 어디 그뿐인가.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선한 권력’ 임을 내세운다.’ (7쪽)
윤석열 정부가 2년이 넘어간다. 문재인과 윤석열의 권력은 다른가? 같은가?. 문은 ‘선한 권력’을 주장했다는데, 윤은 어떤 권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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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3김’이 등장했다, ‘女3Kim’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일상에 ‘3김’이 등장했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3김이라고 했다. 그동안 마초이즘은 사라지고 페미니즘이 세진 탓인가, 요즘은 3김의 여성 편이 등장하는 모양. 매일 ‘女3Kim’의 활약상이 신문방송과 인터넷을 장악한다.
김건희, 김정숙, 김혜경. 모두 전현직 여사 또는 미래 여사 후보라나? 어떤 국회의원(그도 여성이던가)이 그들 3명을 함께 ‘3김 특검’을 하자는데---
요즘 검찰공화국이지만, 권력 서열에서 ‘검사’ 위에 ‘여사’라니까 무언가 제대로 파악하려면 최고의 권력자를 따져봐야 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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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의로운 사회
정의에 대해 누구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정의(正義)가 무언지 훌륭하게 정의(定義)한 멋진 말쟁이들도 많다.
그런데 나의 ‘정의로운 사회’는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리던데) 토마 피케티(1971년 출생)가 쓴 책의 정의와 비슷하다. 그는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정의로운 사회’란 사회구성원 전체가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기본재화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다. 이러한 기본재화에 해당하는 것에는 특히 교육·보건·투표권이 있고, 더 일반적으로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시민적 정치적 삶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완전한 참여가 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 1023쪽)
내가 주장하는 ‘시민기본소득’은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한 시민(외국인도 포함한다) 에게 국가가 일정한 돈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본납세’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소득이 생기면 얼마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나중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 (좋은땅,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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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자 감세와 25만원 문제
이번 ‘권력(power)과 정의(justice)’에 대한 썰은 요즘 유행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는 예전에 재무부(지금의 기획재정부)에 오래 있었다. 이때 담당한 일 중에 관세는 해 보았지만 내국세쪽은 직접 해보지 않아,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총선 후 22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힘 쪽에서 부자감세(종부세, 금투세를 폐지)를 주장하고, 민주당도 여기에 동조하는 모양이다. 세금 없애면 좋으니 이걸 국민투표에 붙이면 모두 찬성할 것이다. 이게 중우정치(衆愚政治), 조삼모사(朝三暮四)다.
* 나는 국회의원을 가끔 ‘구케우원’으로 쓴다. ‘舊케愚원’! 한자를 구(舊), 우(愚)로 쓰는 것은 구태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새롭고 쌈박한 의정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들이 종부세를 폐지하자거나 금투세를 없애고, 상속·증여세도 없애자고 주장한다는데 이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별 이해관계가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브루나이처럼 세금은 일절 없고 교육비도 내지 않으며 60세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나라이거나, 미국 알래스카처럼 석유 판 돈으로 거주자에게 돈(기본소득)을 나누어주는 나라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세금을 걷어서 모으고(세입), 이걸 공공 필요에 써야 하는(세출) 나라다. 원래 재정은 양입제출(量入制出)이라 해서 들어올 세금부터 따져보고, 쓸 곳을 정하는 게 기본이고, 이게 국가운영의 정도다.
* ‘포항 영일만 석유, 가스 이야기’가 돌던데, 30년 전 이야기의 재탕이 아니고 진짜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세금(세입)을 줄이면 좋지만, 써야 할 곳(세출)이 그대로라면 어디서든지 새로 세금을 걷어야 한다. 지금 세수 부족이 심각한데(작년에 60조원이 덜 걷혔는데), 이미 있는 세금을 깎아주려는 감세는 엉터리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한편 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인 1인당 25만원씩 돈을 나누어준다면 소비진작과 경제활성화에 나쁘지는 않지만, 어디에 재원이 있나? (국민 전체에 주면 13조원 든다). 다른 분야를 절약해서 하면 몰라도, 이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면 미래세대에서 돈을 빌어다 쓰는 것으로 이것도 포퓰리즘이다.
조세와 재정 분야의 정의를 살리는 길은 이런 포퓰리즘을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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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는 자신의 책에서 사회주의를 재활용하자고 한다. (은행나무, 2021년)
요즘은 괜찮은가? 내가 대학 다니던 1970년대 후반만 해도 마르크스 『자본론』을 집에 두었다가 걸리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 가던 시절인데, 지금은 『사회주의 시급하다』가 버젓이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
극한으로 치닫는 소득분배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를 구원할 대안은 무엇인가?
나라마다 다르고 연도마다 달라지는 통계자료를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데, 소득 하위 50% 인구가 차지한 부(富)가 나라별로 5~25%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국가소득에서 상위 10%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라별로 30~70%에 이르고, 하위 50%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상위 10%가 더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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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선한 권력의 탄생』
어디 착한 권력이 없나요?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선한 권력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다. (대커 켈트너 짓고 장석훈 옮김, 프런티어, 2018).
원제가 ‘The Power Paradox’이고 2016년에 나왔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영향력을 얻고 잃는가?”를 묻고, 나눌수록 커지는 권력의 역설에 대해 썼다. 권력은 무엇인가?
‘권력 역설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인간성 차원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권력을 얻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반면, 최악의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권력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상황이 안 좋을 때는 그 권력과 특권을 이용하여 충동에 휩싸인 통제불능의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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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가는 글
우리나라의 권력과 정의가 비틀거리고 있다.
이걸 어떻게 고치지? 혁명을 해야 하나?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고민할 시간이 길어질 모양이다.
* ‘권력과 정의에 대한 생각 2’는 2024년 6월 12일 계속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