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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by 신윤수

1. 주요 내용


1943년 발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인 나는 이상한 소년을 만나 양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소년은 애인인 장미꽃을 자신이 사는 별에 남겨 두고 여행길에 오른 왕자로서 몇몇 별을 순례한 후에 지구에 온 것이다.


외로운 왕자에게 한 마리의 여우가 나타나서,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다른 존재를 길들여 인연을 맺어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왕자는 이 세계 속에서 자기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장미꽃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깊은 뜻이 있음을 깨닫는다. 시적이며 고귀한 분위기 속에 지혜를 짜낸 휴머니스틱한 작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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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우와의 대화(21)


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거야, 너는 나에게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거야, 나는 너한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것처럼 밝아질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너의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가 나면 나는 땅 속으로 숨을거야.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거야.


내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면 돼.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우선 넌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야. 난 곁눈질로 널 볼 거야. 넌 아무말도 하지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을 거야.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난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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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다는 건 중요한 말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상대방에 익숙해진다는 말이다. 익숙해짐에 따라 발자국 소리에 길들여지고, 그가 온다는 시간에 맞추게 되고.


그런데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있으니까.


여우와의 이야기가 맘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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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왕의 별 이야기(10)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어요. 왕은 자줏빛 천과 흰 답비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서 소박하면서도 위엄있는 왕좌에 앉아 있었어요.


아! 신하가 하나 오는구나.


짐이 그대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더 가까이 오너라.


왕 앞에서 하품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남이니라. 짐은 그대에게 이를 금하노라.


“어쩔 수 없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하느라 잠을 못 잤거든요……”


그러면 짐은 그대에게 하품을 하도록 명하노라. 여러해 전부터 하품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짐으로서는 하품은 신기한 것이로다. 자, 다시 하품을 하여라. 명령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겁이 나요……. 더 이상 하품이 나오질 않아요…….


어흠! 어흠! 그러면 짐은……, 짐은 그대에게 명한다. 어떤 때에는 하품을 하고 어떤 때에는…….


왜냐고요? 왕은 본질적으로 자기 권위가 존중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불복종에 관용이란 있을 수 없어요. 그는 절대군주였던 거예요. 그러나 왕은 아주 선량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명령을 내렸어요.


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바다새로 변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그 장군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면, 그건 장군의 잘못이 아니라 짐의 잘못이니라.


짐이 만일 어느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든지, 아니면 비극을 한 편 쓰라든지, 바다새로 변하라고 명령했을 때 그 장군이 내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면 짐과 장군 둘 중 누구의 잘못인가?


“폐하의 잘못이에요”


맞도다. 누구에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만 하느니라. 권위는 우선 이성에 근거를 두는 법이니라. 만일 그대가 그대의 백성들에게 바다에 빠지라고 명령한다면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니라. 짐의 명령이 온당하기 때문에 짐은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로다.


떠나지 말라. 짐은 그대를 장관에 임명하노라!


“무슨 장관인데요?”


음……법무장관!


“하지만 재판할 사람이 없는데요!”


그러면 그대 자신을 심판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로다.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심판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라. 그대가 정말 자신을 잘 심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대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로다.

에햄! 에햄! 짐의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있음이 확실하다. 밤이면 쥐 소리가 들리노라. 그대는 늙은 쥐를 심판할 수 있으렸다. 어쩌면 그 쥐를 사형에 처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쥐의 생명은 그대의 심판에 달려 있도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 쥐를 특별 사면하도록 하라. 쥐는 한 마리밖에 없으니까.


“저는 사형선고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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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탄핵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누구를 탄핵하느냐 마느냐란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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