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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읽고

by 신윤수

단재 신채호 전기를 다룬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읽었다.


저자 김삼웅은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바른 역사 찾기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재 신채호와 일가로서 그의 이야기를 미리 접했지만 새로운 이야기도 있었다.


신채호의 본관은 고령이고, 자신은 조선 세조 시대의 ‘명신’인 신숙주의 18세손이었다. (30쪽). 나는 19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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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는 「천도론(天道論)」에서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불실(疎而不失)’의 여덟글자로 천도와 인도의 이치를 설명했다. 즉 ‘하늘의 그물은 촘촘하지는 못하나 결코 놓치지는 않는다’라는 뜻이다.

역사의 물레방아는 천천히 돌지만 잘게 갈고, 천망(天網) 즉 하늘 그물은 크고 성기나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다. (17쪽)


신채호 선생은 지식인과 언론인의 전범이고 학자의 전형이고, 선비의 모델이다. (21쪽)


신채호는 1880년 어느 겨울날에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충청도 대덕군 정생면이나 자란 곳은 어릴 적에 가족이 이사한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였다. 고령 신씨가 모여 사는 이 지역은 일명 산동(山東)지방으로 불렸다. 당시 할아버지가 세운 사숙에서 함께 공부한 신채호와 신규식, 신백우는 ‘산동 지방이 낳은 삼재(三才)였다. (33~34쪽)


날씨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날을 우리는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을사늑약’이 강제되면서 백성들의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乙巳年)스럽다’고 표현하다가 ‘을씨년스럽다’로 변이되었다 한다. (48쪽)


젊은 시절 한때 다산 정약용에 심취했었다. 다산의 말 중에서 “시대를 가슴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글)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69쪽)


태백산아

네 얼굴이 너무도 희다

구름이 모여야 비가 되고

바람이 불어야 꽃이 피나니라

나의 갈 길 꽉 가로막아선

태백산아 한 걸음만 물러다고

(을지문덕의 탄식, 134쪽)


1921년 《천고》 창간사

천고여, 천고여,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이 땅에 가득찬) 더러움과 비린내(역겨움)을 씻어 다오. 혼이 되고 귀신이 되어 적의 운명이 다하도록 저주해 다오. 천고여, 칼이 되고 총이 되어 왜적의 기운을 쓸어 버려 다오. 폭탄이 되고 비수가 되어 적을 동요시키고 뒤흔들어 다오.

(중략)

천고여, 천고여, 너는 북을 두드려라~나는 춤을 추리라. 우리 동포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 보자꾸나. 우리 산하를 돌려다오. 천고여, 천고여, 분투하라, 노력하라, 너의 직분을 잊지 말지이다. (177쪽)


신채호는 김부식이 발해를 우리 국사에 편입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게 된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이는 ‘조선 민족이 자기 민족 영웅에 대한 숭배심을 깎아내린 점, 조상 종래의 강토인 요동과 만주 일대를 후인들이 망각한 점, 대국이 소국이 되고 대국민이 소국민이 된 점’이었다. (213쪽)


신채호는 서경 천도 실패를 ‘독립당 대 사대당’의 싸움이자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싸움’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런 정의는 지난 1천 년 민족사 모순구조의 틀이 되었고, 친일파에 이어 숭미주의자들이 판치는 오늘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그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215쪽)


‘조선과 동양에서 무지배·무강권·무착취를 보장하는 아나키즘 사회를 구현하자!’ 신채호와 무련의 동지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234쪽)


신채호의 역사관은 『조선상고사』 총론에서 제기한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기록이라는 데 함축된다. 역사란 무엇이뇨. 인류사회의 아와 비아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여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 홀동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함은 세계 인류의 그리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며 조선사라면 조선 민족의 그리되어 온 상태의 기록이니라.” (257쪽)


내가 살면 대적(大敵)이 죽고

대적이 살면 내가 죽나니

그러기에 내 올 때에 칼 들고 왔다

대적아 대적아

네 칼이 세던가 내 칼이 센가 싸워 보자

(소설 『꿈하늘』에서)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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