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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Apr 17. 2021

너와 나는 다르지만 서로 같아요




  오늘은 특별한 수업이 있었어요. 특수반 선생님의 멋진 수업이에요. 어른인 나에게도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티브이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멋진 닭이 될 거야"라는 그림책으로 진경과 진주 자매의 작품이에요. 노란 병아리들이 주인공이거든요. 노란 모자, 노란 책가방, 노란 킥보드를 타고 병아리들이 학교에 가요. 삐약삐약 똑같은 인사를 하고, 모두 똑같은 공부를 하고 똑같은 밥을 먹어요. 낮잠도 똑같이 자요. 그런데 정말 다 똑같은 병아리일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달라요. 울고 있는 병아리, 안경 쓴 병아리, 눈이 작은 병아리, 눈이 큰 병아리, 셈이 빠른 병아리, 셈이 느린 병아리도 있어요. 아빠가 오리인 병아리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앉아서 뭐든 할 수 있는 병아리도 있어요. 노래하는 병아리, 춤추는 병아리, 운동 좋아하는 병아리도 있거든요. 병아리들이 자라면 모두 멋진 닭이 될 거예요. 생김새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우리는 같은 듯 하지만 모두 달라요. 그러나 어른이 되면 모두 멋진 닭이 되는 건 같아요. 같은 듯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 같아요.


  우리 부서에 장애인 학생이 두 명 있었어요. 지적장애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로 직장생활이 처음이었어요. 문제는 그 친구들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이 문제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한 커플 접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는 거예요.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을 보기도 전에 우리는 벌써 그 친구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챘어요. 같이 일을 해보면 알아요.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요. 또한 말을 알아듣는 것도 평범한 직장인과는 달라요. 그 친구들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머릿속에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 앞에서 우물쭈물거릴 땐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거든요. 그런 경우 나는 그 친구를 나와 같은 동급의 직장인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될 텐데 말이죠.


  한 친구는 오전 근무고 다른 친구는 오후에만 근무해요. 처음엔 낯설고 힘들어했어요. 직장 일이라는 게 그래요. 일도 일이지만 부서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하기도 해요. 사람들과 친분도 쌓아야 하고 일도 배워야 하고 많은 것들이 산재해 있지요. 우리 부서 일은 매일 거의 같은 패턴의 일들이에요. 처음엔 너무 힘들어했어요. 간단하지만 영어로 된 물건들이 많아서 외우는데 한참 걸리더라고요. 저도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때 영어 잘 못했어요. 그 친구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이 바로 영어 때문이에요. 알파벳 외우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영어 시간에 뭐했냐고 물었더니 잠잤다고 하네요. 하하하 이해가 가긴 해요. 저도 가끔 수업시간에 멍 때린 적 많거든요. 차 마시는 시간에 알파벳을 가르쳐주곤 했어요. 그럴 땐 정말 저를 아주 미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을 하려면 알아야 하는 일이니 싫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억지로 주입시키곤 했지요. 그것도 오래 하다 보니 익숙이 되고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어요.


  일 년이 지났어요. 이젠 웬만한 일쯤은 알아서 잘해요. 물론 아직도 어려워하는 일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적응을 잘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 친구들, 정말 머리가 나쁜 걸까? 이런 의구심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친구들 둘 다 남학생이거든요. 한 친구는 지각대장이에요. 이 친구는 담배를 펴요. 오후에 출근하는 친구예요. 물론 근무시간에는 피지 않아요. 필 수가 없지요. 더군다나 우리 부서는 여직원들만 있는 부서거든요. 근무시간에 담배를 필 수 없으니 출근 시간 전에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요. 집에서 조금만 더 일찍 나오면 지각을 안 할 텐데 그게 잘 안되나 봐요. 지각인 줄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늘 핸드폰을 끼고 사는데 시간을 안 볼리는 없겠지요. 핸드폰을 정말 잘 다루는 친구예요. 핸드폰 만지작 거리다 모르는 게 생기면 그 친구에게 물어볼 정도거든요. 그런 친구가 출근 시간을 까먹진 않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가끔 거짓말을 해요. 거짓말인 줄 뻔히 아는데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아요. 그럴 땐 정말 난감해요.


  특수반에는 7살 3명, 6살 1명이 있어요. 특수반 선생님이 "콩이 왔나요?"물어보면 "콩이 안 왔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아요. 아마 반대 심리가 작용하나 봐요. 우리도 어렸을 때 청개구리 이야기 듣고 자랐어요. 가끔 청개구리가 된 적도 있지요. 엄마 말 안 듣고 무조건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요. 이쪽에서 한 친구가 개굴개굴 하면 저쪽에 있는 친구도 개굴개굴 하거든요. 교실이 온통 개구리 소리로 시끄러워요. 한 친구가 블록을 가지고 놀면 자기도 블록을 가지고 싶어 해요. 그런 심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블록을 무너뜨리게 되지요. 알다가도 모르는 게 아이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알듯하지만 정말 잘 모르겠어요. 어른들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누가 발레를 배우면 발레를 배우고 싶고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를 치고 싶잖아요. 특히 티브이에서 먹방 장면이 나오면 그걸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잖아요. 그런 것과 같아요. 다르지 않은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 반대 심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냥 그럴 때가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아요. 인정해주면 간단한데 인정해주기가 어려워요. 나만 그런 걸까요?


  우리는 모두 달라요. 사람이라고 병아리 하고 다르지 않아요. 병아리나 사람이나 상황은 같아요. 아이든 어른이든 말이죠. 다르다는 것, 머리로는 인정이 되는데 심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잘 안돼요. 아침 출근길에 휠체어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를 만나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보다 눈길이 먼저 찾아가는 걸 느껴요. 시선에서부터 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그 눈길을 거둬 들일 땐 참 민망해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분은 나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이러면 안 되는 일인데 하고 마음을 고쳐 먹기도 해요. 저와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지요. 앞서 말한 것처럼 병아리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멋진 닭이 되듯이 우리도 모두 멋진 사람이 될 거예요.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서로 다른 우리, 좀 더 멋진 시선이 되도록 노력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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