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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Jan 15. 2021

외모

                                          



얼마 전에 입술에 뾰루지가 났다. 건조해서 생긴 것 같다. 약을 열심히 발랐다. 상처로 인해 입술이 더 커 보인다. 말할 때마다 퉁퉁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되도록 말을 줄였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계시인가?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유난스럽다. 별스럽다. 세수를 하다가 상처를 자주 건드린다. 고양이 세수를 할까? 원시인으로 살아 볼까? 좋은 방법이다. 이럴 때 마스크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한 일주일 고생했다.

겨우 입술이 진정됐다.

난 입이 크다. 큰 편에 속한다. 이빨이 고르지 않다. 그래서 입이 돌출형이다. 교정은 못했다. 했으면 옛날에 했어야 한다. 지금은 무섭다. 치아는 부모를 닮는단다. 치과의가 한 말이다. 딸을 데리고 치과에 갔다. 딸 이빨을 보기 전에 내 이빨을 보여달란다. 의아했다. 그다음 딸의 이빨을 본다. 이빨도 유전인가? 이상하게 나쁜 건 꼭 닮는다. 좋은 것만 닮으면 좋으련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딸의 이빨마저 내 이빨처럼 만들 순 없었다. 딸 치아는 대학 가기 전에 교정해줬다. 이빨이 고르지 못하니 할 수없었고 나쁜 유전자를 물려준 것도 한 몫했다.

그럼 나도 엄마한테 이빨 교정비 달라고 할까? 말도 안 된다. 우리 엄마 세대엔 불가능한 일이다.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성인이 되면서 엄마를 원망한 적 있다. 왜 날 이렇게 낳았을까? 미인으로 낳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그것도 엄마 잘못은 아니다. 특별히 외모를 비하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내세울 것도 없다. 콤플렉스는 있다.

입 큰 것이 싫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싫었다. 언니가 있다. 언니 친구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그 언니는 날 볼 때마다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넌 웃는 게 제일 이뻐, 근데 왜 입을 가리고 웃니? 난 큰 입이 부담스러워 입을 가리고 웃곤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었다. 외모에 대한 기대는 없다. 시쳇말처럼 생긴 대로 산다. 성형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겁이 많다. 돈도 없다. 견적비용이 엄청날 걸 알기 때문이다.

난 더블라인이 없다. 딸도 없다. 쌍꺼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딸이 거부했다.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해줄 순 없다. 요즘 애들은 부모의 말대로 되지 않는다. 강요한다고 되는 세상도 아니다. 또 그런 애들도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돌출형 입의 경우도 그렇다. 흔한 예로 유재석이다. 돌출형인데 그걸 장점으로 극대화시킨 예다. 그러나 난 유재석이 아니다. 유명하지 않다. 티브이에 나오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웃는 모습이 이쁘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칭찬할 게 없어서 겨우 하는 소리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서 난 좋다. 립서비스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립서비스면 어때? 속으로 웃는다. 해피바이러스는 빨리 퍼진다. 좋은 이야기를 하면 주변이 좋아진다.  

얼굴도 크다. 남들에 비해 크다.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찍어야 할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몇 년 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가면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물론 눈으로 담아 오기도 한다. 눈에 담긴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흐려진다. 그러나 사진은 볼 때마다 그곳을 상기시켜준다. 그래서 사진은 꼭 찍어야만 한다. 비싼 돈을 들여 간 여행이니 사진은 당연히 많이 찍는다. 가이드들도 한몫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늘 남들보다 뒤에 선다. 일부러 그렇게 한다. 그렇게 서야 겨우 남들과 비슷하다.

 비애다. 슬픈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친구들이 놀린다. 얼큰이라고.

행사에 간 적 있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해갔다. 촬영을 해도 실제로 방송이 나오는 건 일부다. 포스터나 성명서나 회장이 말하는 모습 정도만 나온다. 그런데 내 얼굴이 뉴스에 나온 모양이다. 지인이 전화했다. 티브이에 나온 것 같은데 봤냐고? 언니인 줄 금방 알았노라고. 고향 친구도 전화했다. 얼굴이 커서 넌 줄 금방 알았다고. 이걸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하나 슬픈 일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한 가지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얼굴이 작게 나올까?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경우가 생기면 아예 뒤로 간다. 친구 얼굴로 내 얼굴을 반쯤 가릴 때도 있다. 얼굴 작게 나오게 하려고 별 수를 다 쓴다고 친구들이 놀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얼굴 큰 사람의 고충이다.

그럴 때마다  자기 얼굴을 희생하는 친구가 있다. 셀카를 찍어야 할 때다. 셀카는 찍는 사람이 제일 앞에 있고 나머진 뒤쪽에 선다. 셀카 찍는 친구 얼굴이 제일 작다. 그렇게 찍어도 얼굴이 비슷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태생이 그런 걸 어찌해볼 도리는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형을 할 것도 아니니 그냥 생긴 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

안분지족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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