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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Feb 05. 2021

각 세대가 살아가는 법

나 전달법



 나를 전달하는 법? 과연 무얼까? 소식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전달 매체가 나다. 처음 들었을 때 낯설었다. 나를 어떻게 전달하라는 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얼마 전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고용센터다. 여러 사람에게 뿌려진 문자였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굳이 할 일을 찾는다면 글 쓰는 거다. 시간에 얽매인 일은 아니다. 강의는 나흘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게 줌으로 했다. 줌 강의는 전에 한번 들어본 적 있다. 낯설지 않다. 줌에 초대된 사람은 강사를 포함해 6명이다. 조촐하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다. 이렇게 다양하기도 쉽지 않다. 한 명이 한 세대의 대표주자가 된 셈이다. 현대식으로 바꿔봤다. 산업화 시대, 베이비붐 세대, 386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다. 참고로 70대만 남자다. 강의라는 게 그렇다. 듣기 좋은 강의는 없다. 무료 강의는 더 그렇다. 재미없다. 의무감으로 들었다. 그런데 강사가 문제다. 혼자만 하지 않는다. 질문에 답을 요구한다. 5명이라 한 명씩 꼭 대답을 듣고 넘어간다.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전에는 줌을 틀어만 놓고 딴청도 쳤다. 그런데 꼭 얼굴을 디밀고 있어야 한다. 경청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빠져들게 됐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각각이다. 세대별 특징이 바로 나타난다. 70대는 아저씨다.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그렇다. 나도 할머니 소리는 듣기 싫다. 그런 점에서 아저씨다. 답보다 사설이 훨씬 길다. 항상 샛길로 빠진다. 거디가가 말도 길다. 처음에 귀를 쫑긋하다가 어느 순간 딴짓을 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60대는  70대보다는 말이 짧다. 50대보다는 말이 길다. 강사가 듣기 거북한 소리도 슬쩍 건넨다.  50대는 줌마렐라다. 빨간 티셔츠를 입었다. 말도 의상도 적극적이고 목소리도 크다. 40대는 럭셔리한 나이라고 한다. 조곤조곤 말한다. 지금은 일을 쉬고 있지만 일과 나를 찾는 취미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30대는 아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20대는 본인이 욜로족이라 말한다. 욜로란 말은 들어봤다. 혼술, 혼밥을 한다. 1인 가구가 많아서 생긴 말이다. 그 친군 엄마와 같이 산다. 결혼은 안 한 상태고 남자 친구는 있다. 20대는 쭈뼛쭈뼛 댄다. 서먹서먹해한다. 그러나 자신만을 위한 건 꼭 한다고 한다. 각 세대별로 생각도 말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물론 사람이 다르니 다를 수밖엔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말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줌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말이 없는 편은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아줌마는 아줌마다. 강의 중에 나 전달법이 있다. 강사는 예시를 들면서 설명한다. 강의의 원래 취지는 취업희망 프로그램이다. 회사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를 예로 들었다. 회사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으나 우리 업체와는 잘 안 맞으실 것 같네요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겁니다.' 예시에 대한 나 전달법을 제시해준다. 사실을 인정하고 감정을 피력하고 바람을 나타내는 순서다. '제가 회사와 맞지 않다고 하시니(사실) 많이 아쉽지만 어려운 말씀 해주셔셔 감사합니다(감정) 실력을 갖추어 다음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바람)' 이렇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3가지를 차근차근 다 해야 한다. 이 강의를 듣고 난 후 숙제가 떨어졌다. 실제로 집에서 실습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강의에서 발표를 하라고 한다. 대화의 기회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말들이 통통 거린다. 건너갈 때마다 툭툭 삐져나온다. 나도 그걸 안다. 오늘은 나 전달법도 배웠으니 말도 조심스럽게 해야지 맘먹었다. 신랑이 퇴근했다. 퇴근 후 꼭 치르는 일과가 있다. 샤워를 끝낸 후 몸무게를 재는 일이다. 화장실 문 앞에 나오면 바로 체중계가 있다. 날마다 잰다. 몸무게에 관심이 많다. 마른 체격이다. 그런 사람들이 체중에 관심이 많다. 오늘도 변함없이 체중계에 올라갔다. 60킬로가 안된다고 투덜거린다. '이때다. 나 전달법을 써먹어봐야지' 신랑에게 말했다. '오늘도 몸무게가 안 늘었네. 사실 확인이다. '살찌는 체질이 아니라 그래' 감정도 말했다. 바람이 문제였다. 항상 그 언저리 몸무게라는 걸 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헛된 바람을 주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바람은 말하지 못했다. 결국 3단계를 다 실천하지 못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습관이 무섭다. 나쁜 습관은 고쳐야 하는데 잘 안된다. 이미 몸에 밴 것 같다. 나쁜 것일수록 몸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다음 날 강의에서 발표를 시켰다. 20대만 못했다고 했다. 나머진 다들 실천했다. 나름 선방이었다고 강사는 말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 전달법으로 말하는 경우가 실제 삶에선 많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간지러워한다. 나도 그렇다. 그럴 경우에는 상황을 먼저 설명해주라고 한다. ' 내가 이런 강의를 들었는데 이런 걸 해보라고 하네 그래서 해보는 거야' 솔직하게 말을 한다. 그런 경우 '이번 한 번만 하고 말 거면 하지 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솔직히 강의라는 게 들을 때만 반짝하는 건 사실이다. 행동에 옮겨 봐야지 생각은 한다. 듣고 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내가 언제 그걸 들었더라' 식이 된다. 문제라면 그게 문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바뀌어야 한다. 줌 강의 도중에 소회의실 운영도 했다. 두 명과 세명으로 조를 나눴다. 회의할 주제를 주고 각자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처음엔 아줌마 3명이 한 조가 됐다. 아줌마들끼리는 소통 거리가 많다. 주제는 초반에 얼른 해치운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많다. 그다음엔 20대 아가씨랑 조가 됐다. 여기서 난 꼰대가 된다. 지금까진 내가 항상 먼저 손들고 발표했다. 이젠 발표하기 싫다. 그래서 의견을 얼른 말해주고 발표는 20대가 하게 유도한다. 20대는 머뭇거리나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소회의실을 닫고 제자리로 다 모였다. 시간이 없어 그걸 발표할 기회는 사라졌다. 다행이었다. 꼰대 정신을 발휘한 내가 살짝 미안했다.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20대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내가 발표를 하라고 말했을 때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었다. 그건 발표에 부담이 된다는 증거다.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꼰대가 돼 가고 있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그 속에 발을 담고 있다. 강의가 끝났다.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나만의 우주가 있다. 너는 너만의 우주가 있다. 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을 말로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인정하기 싫다고 우주 밖으로 뛰어 나갈 순 없다. 우주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산다는 건 어쩌면 그 우주를 넓혀가는 일이다.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무언가를 배우면서 말이다.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남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전에 자기 세계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느꼈다.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를 너에게 전달하기 전에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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