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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Feb 08. 2021

로또가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길 가다 돌멩이에 맞을 확률은 몇 프로일까? 로또 맞을 확률은? 궁금하다. 사람들은 전자와 같은 비교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로또 맞을 확률과 벼락 맞을 확률을 비교한다. 내 맘대로 바꿔 봤다. 확률은 50프로다.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앞이 나오거나 뒤가 나온다. 전자는 실제로 내가 겪는 일이고 후자는 주변에서 들어본 적 없다.


  중학교 때 일이다. 난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수업이 끝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친구랑 수다 떨며 정문을 향해 걷는 중이었다. 갑자기 뭔가가 내 이마를 스쳤다.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온 것이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뭔지는 보지 못했다.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너 이마에 피나' 친구가 말했다. 이마에 손을 댔다. 찐득찐득 느낌이 이상했다.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나 죽는 거 아닐까?' 그 짧은 순간에 죽음을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크게 다친 적 없다. 병원을 간 적도 없다. 다쳐봤자 무르팍 까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피가 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냅다 뛰었다. 친구가 따라오건 말건 죽어라 뛰었다. 안 뛰면 죽을 사람처럼. 시골이라 병원이 없다. 보건소가 하나 있었다. 곧바로 보건소로 갔다. 나중에 친구가 따라왔다. 보건소에서 다섯 바늘 꿰맸다.  '뒤에서 맞아서 그렇지 앞에서 맞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의사가 안심시키듯 말했다. 내 이마를 맞춘 것이 돌멩이였다는 걸 친구가 알려줬다. 그 돌멩이를 던진 애도 우리 반 친구였다. 그땐 체력검정이라는 게 있었다. 던지기, 오래 달리기, 멀리뛰기, 등 몇 가지가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친구들은 운동장에 남아 연습을 하곤 했다. 운동장에서 던지기 연습을 한다고 돌멩이를 던졌는데 정확하게 나를 맞춘 거다. 그 정확성 가이 칭찬할만하다. 날아가는 돌멩이가 나를 맞출 확률은 크지 않다. 그 흔치 않은 확률에 맞은 내 이마가 민망하다.     


 확률 게임 중 하나가 로또다. 흔히 벼락 맞을 확률과 로또 맞을 확률 비교를 한다. 벼락 맞을 확률은 60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로또가 될 확률은 800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그 어려운 것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 많다. '혹시, 나도 그런 희망이?' 곧바로 '역시나'로 끝난다는 걸 안다. 나도 산적 있다. 전날 똥 꿈을 꿨다. 꿈 검색을 해봤다. 아주 좋은 꿈이라는 해석이었다. 처음으로 복권을 샀다. 좋은 꿈은 말하지 않는 거라고 했다. 비밀로 했다.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설레었다. 혹시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까? 기대감에 부풀었다. 일주일이 이렇게 긴 줄 처음 알았다. 그러나 꽝이었다. 하늘로 날아오르던 풍선이 갑자기 빵 하고 터져 버린 것이다.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후론 복권을 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꿈을 꿔도 안 산다.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산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우리 집에 그런 사람 한 명 있다. 매주 사러 간다. 친구네 집 놀러 가듯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만원 내지 이만 원어치씩 산다. 50대 이후부터 그랬다. 주말은 그거 맞추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숫자 맞출 땐 경건하다.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책상에 앉아 온 마음을 쏟아붓는다. 그게 취미라고 하니 딱히 막을 방법은 없다. 복권 사는 게 취미라니? '무슨 취미가 그러냐'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한다. 유일한 낙이니 참견하지 말란다. 그래서 사던 말던 무관심하기로 했다. 복권이 맞을 때도 있다. 돼봐야 복권을 한 장 바꿀 정도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좋아한다. '큰 금액이 당첨되면 그 돈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물었다. 그랬더니 반은 나를 준다고 한다. 그 맘 변하지 말라고 다짐받았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고 듣는다. 금액이 큰만큼 사건도 엄청나다. 좋은 예는 별로 없다. 나쁜 경우가 더 많다. 이슈가 많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신랑은 5년 전에 백만 원에 당첨된 적 있다. 상금은 그전에 약속했던 대로 나랑 반띵 했다. 기분이 묘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생기니 정말 이상했다. 그것도 로또로 생긴 돈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통장에 50만 원이 찍혔다. 그걸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큰 금액으로 당첨된 건 처음이다. 그 날, 신랑은 번호를 맞춰보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쁨을 감추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기쁨을 잘 감추지 못한다. 감추려 해도 얼굴에 금방 표가 난다. 신랑도 그랬다. 백만 원이 당첨되었을 때 표정은 천만 원 짜리였다. 방에서 맞춰보고 나와서 들뜬 말로 나에게 자랑했다. 진정되지 않는 눈빛이었다.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1등으로 당첨되면 그걸로 무엇을 할 것인가?'로 대화가 진전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타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우린 땅을 샀다. 건물을 지었다. 집도 지었다. 차도 바꿨다. 남는 돈으로 저금도 했다. 별의별걸 다 하고 있었다. 돈이 수중에 없는데도 우린 물쓰듯 돈을 썼다. 그다음부터 신랑은 더 적극적으로 복권을 샀다. '그것 봐, 되잖아' 이런 말을 해가며 열심히 샀다. 행운은 거기까지였나 싶게 그다음부턴 당첨은 잘 되지 않았다. 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당첨금 얘기가 없었던 걸로 보아 별로 재미를 못 본 것 같다. 그래도 잊지 않고 복권은 산다. 금요일마다 치르는 의식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지역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산다. 1등 당첨자가 나온 곳을 찾아다닌다. 신랑은 그렇게 까진 하지 않는다. 근처에서 확률이 많았던 곳으로 가기는 한다. 복권을 사려고 지방을 가거나 비행기를 타거나 하진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얼마 전 일이다. 저녁 먹고 커피 한잔 홀짝 거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번호 하나만 더 맞으면 3등인데 아, 아쉽네' 한다. '그래? 3등이면 얼만데?' '금액이 다르지. 4등이랑은 비교도 안되지, 번호 하나 때문에 밀렸어' 아쉽게도 그 번호 하나는 바로 직전 번호를 썼다고 한다. 안타깝다며 내내 아쉬워했다. 4등은 5만 원이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거라도 된 게 어디야,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이 수두룩 해' 내 말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말을 난 서너 번 들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저럴까 싶다. 그 날은 잠들 때까지 복권을 쳐다봤다. 반은 희망의 눈빛으로 반은 실망의 눈빛으로. 복권은 되거나 안 된다.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금액이 크고 적다. 복잡하다. 등수는 크지 않지만 금액 차이는 엄청나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변수에 따라 사람이 바뀌기도 한다. 당첨 번호를 알려주는 AI도 등장했다.


  시대는 변한다. 사람도 기계도 진화한다. 우리는 미래를 꿈꾼다. 미래는 희망이다. 희망의 회로에 로또가 포함되기도 한다. 숫자로 한 방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난 한방을 꿈꾸진 않는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진 않는다. 기왕이면 운도 따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한방보다 운보다 더 많은 것들이 바로 코 앞에 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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