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린이다. 주식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사고 판다. 차트도 볼 줄 모른다. 차트는 그래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per도 잘 모른다. 모르는 거 천지다. 동학 개미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종목을 가지고 있었다. 오래됐다. 처음으로 주식 산 날을 기억한다. 이십 대 후반이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굴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 생각해 낸 것이 주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가까운 대신증권으로 갔다.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그 당시 증권회사 전광판은 대문짝 만했다. 전광판 아래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들로. 그 앞에서 뚫어져라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는 광경이 낯설었다. 날이 선 시선이었다. " 다들 부자 일거라 생각했다. 백만 원을 들고 갔다. 나에겐 큰돈이었다. 계좌를 만들었다. 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을 소개받았다. 다행히 여직원이었다. 여러모로 편했다. 나잇대도 비슷하고.
처음부터 주식을 사라고 권하진 않았다. 채권을 사보라고 했다. 채권은 주식보다는 안정적이었다. 국채를 권했다. 4- 5프로대였던 것 같다. 2년 정도 가지고 있으라고 귀띔해 주었다. 채권을 팔고 난 후에는 주식을 샀다. 우량주를 추천받았다. 이름만 아는 회사였다. 재무제표나 이런 것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다. 그냥 사라고 하면 사고팔라고 하면 팔았다. 여직원이라 여러모로 편했다. 우량주만 권해주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두 번 주식을 사고팔다 보니 조금씩 돈이 늘기 시작했다. 물론 적은 돈을 투자했으니 적은 수익을 볼 수밖엔 없었지만. 새롭게 만난 신세계였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반대의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 판단 오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종목에 콱 물려버렸다. 우량 주식이었다. 회사 재무도 좋았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주식이 그렇다. 남들에겐 큰돈은 아니었지만 나에겐 큰돈이었다. 물리다 보니 한동안은 주식 쳐다보기도 싫었다. 빨간색에서 금방 파란색으로 변했다. 볼 때마다 돈이 줄어들었다. "미쳤지 미쳤어, 내가 왜 이걸 했을까"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내가 저 돈을 어떻게 모은 건데?" 탄식해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난 몰빵은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간덩이가 작다. 지금도 분산 투자 중이다. 그리고 파란색 종목은 절대 팔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몇 년씩 묵힌 종목도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남들은 2-3프로 마이너스가 나면 팔아 치운다. 그러나 난 손이 떨려 팔지 못한다. 끈질기게 갖고 있는 사람이 승리자다. 물론 그동안 이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빨간색이 도래할 때 판다. 그런데 팔고 나면 더 많이 오른다. 타이밍 정말 기가 막히다. 흔히들 말하는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른다"는 공식이 나에게도 적용된다. 꼭 그렇다. 이상하리만큼 정확해서 너무 놀란다.
천만 원, 손해 본 적 있다. 어느 날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누나 천만 원 있어?"" 없는데, 갑자기 천만 원은 왜, " 천만 원 있으면 투자를 해보란다. 모 회사를 주식을 사란다. 난 그때 천만 원이 없었다. 돈은 다 묶는 상태였다. 그래서 시골 아버지 한데 천만 원을 빌렸다. 아버지는 농협 마이너스 카드로 천만 원을 나에게 빌려줬다. 천만 원을 받아 동생이 말하는 주식을 샀다. 남동생은 나와 각별하다. 손해가 날 일을 하라고 할 사람은 아니다. 그 동생은 대학 다닐 때부터 내 도움을 받았다. 신혼 때는 내가 분양받아 놓은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 물론 지금은 용인에 나보다 훨씬 더 큰 아파트에서 떵떵 거리며 산다. 동생 말을 안 믿을 수 없었다. 동생 말을 믿고 그 주식을 샀다. 두 달쯤 지났을까?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난 그 주식을 사놓고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무관심했다. 전화를 받고 보니 이미 그 주식은 똥값이었다. 거의 휴지나 다름없었다. 그때는 상폐되는 회사도 많았다. 동생이 알아서 해 주려니 했다. 동생은 지금이라도 빨리 그 주식을 팔라고 했다. 얼른 그 주식을 처분했다. 겨우 백만 원 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치를 떨었지만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백만 원이 어디냐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동생은 나에게 주식의 주자도 꺼내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 돈을 홀라당 까먹고 그 돈, 천만 원을 갚느라 생고생했다. 아버지 빚은 갚았다. 그런 대형 사고가 터진 이후에도 주식을 그만두진 않았다. 동생도 나도 지금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식을 하고 있다.
아들이 장가를 가겠다고 했을 때, 그나마 빨간불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주식을 팔았다. 좀 더 갈 수 있는 주식이었는데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팔면 꼭 후회한다. 내가 판 이후에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내가 팔고 나면 오르고 내가 사면 내리는 주식들, "정말 왜 그럴까? 물어보고 싶다." 그 주식은 내가 팔자마자 수십 배 뛰었다. 몇만 원 하던 주식이 몇 십만 원 대로 껑충 뒨 것이다. 처음엔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이러니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지금도 그 주식만 쳐다보면 배가 아프다. 아프다 못해 쓰라리다. 그렇다고 어찌하겠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속상하다. 그런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주식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빨리 잊어버리고 다른 쪽으로 신경을 쓰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속상해서 증권회사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그 직원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애널리스트와 원숭이가 주식 게임을 했다. 나중에 보니 원숭이의 선택이 맞았다고 한다. 사람보다 원숭이가 종목을 더 잘 맞추었다고 한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게 주식이다.
퇴근 후에 뭘 배울까 하다가 생각한 게 연필 데생과 수채화다. 노후에 그림을 그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또 워낙 그림에 소질이 없다. 초등학교 때도 교실 뒤편에 내 그림은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 그 정도로 그림을 못 그린다. 그래서 그림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4년이 지나고 있다. 미술 선생님, 얼마 전에 한 종목에 몰빵 해서 대박 났다. 대박 난 기념으로 우리에게 저녁을 샀다. 자연스레 나하고도 주식 이야기를 한다. 올 초 코로나가 퍼질 당시에 관련주 하나에 몰빵을 했단다. 삼천만 원을 전부 한 곳에.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난 것이다. 그 주식은 몇 천 원 하던 주식인데 지금은 몇 십만 원대로 오른 주식이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나 그 주식을 팔았을 때 최소한 억대가 넘는 이익이 났던 것으로 들었다. 그 샘은 한 가지에 몰빵 하는 스타일이다. 그림쟁이이자 주식쟁이 이런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그 샘과 가끔 그림 얘기가 아닌 주식 이야길 한다. 최근엔 자동매매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난 주식만 하지 않는다. 펀드, 해외증권, 연금저축 등 여러 군데로 분산투자를 한다. 간덩이가 작아도 너무 작기 때문이다.
처음 나에게 주식을 알려주던 여직원은 강제 퇴직을 당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 계좌는 넘어갔다. 그렇게 계좌는 파란불과 빨간불 사이를 넘나들며 살아 있다. 신호등 사이에서 서로 눈치를 봐가며 번갈아 움직인다. 인계받자마자 직원이 전화했다. 자기가 담당 직원이라며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한 사람의 끝은 또 다른 사람의 시작이다. 어쩌면 시작과 끝은 일직선 상에 서 있는 것인지 모른다.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끝낸다는 말과 함께 한 곳에 너무나 다정하게 서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되고 난 또 다른 주식을 샀다. 이것은 주식방송을 보고 회사 재무상태도 봤다. 잘 알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찾아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내가 고른 주식이라고 맘대로 사기에 난 아직도 주린이다. 그래서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담당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몇 가지를 골라놓고 이 중에 어떤 걸 사면 좋을지 여부를 묻는다. 그렇게 해서 한 종목을 샀고 직원보고 추천해달라고 해서 두 종목을 더 샀다. 이 두 종목은 내가 사자마자 떨어졌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 이런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주식 토론방에 들어가 보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얼마나 떨어지려나 이런 생각으로 몇 달이 지나갔다. 그렇게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보니 담당 직원 말이 생각났다. 주식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 그렇다고 마이너스만 줄곧 달리기 중인 주식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안 볼 수도 볼 수도 없는 그런 상태의 연속이다. 그런 와중에 유튜브도 찾아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찾아낸 곳.
청개구리 클럽,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정년퇴직을 하고 시간이 남아돌던 나는 다시 자연스럽게 주식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주식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찰나에 무료체험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무료라는데 한번 들어가 봐야지 해서 클럽 채팅창에 들어갔다. 내가 증권회사 직원한테 소개받은 주식이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더니 이게 웬 떡인가 싶었는지 내가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줬다. 나는 그렇게 개구리 문턱을 폴짝 넘었다. 쉽게 유혹에 빠진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나를 끌고 다녔다. 왠지 클럽 사람들 말을 들으면 그 마이너스를 보상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들 말대로 하면 엄청난 수익이 날 줄 알았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나에게 자랑을 하곤 했다. 실제 수익이 난 것들을 증거로 내밀면서 나를 다그쳤다. 여하튼 그렇게 난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렇게 추천받은 주식을 5가지를 샀다. 그런데 그 채팅창, 어떤 때는 아침에 어떤 때는 저녁에 들어오라고 카톡을 수시로 보내곤 했다. 처음 몇 번은 들어가서 보다가 나중엔 그것마저 지겨웠다. 그래서 채팅창에 안 들어갔더니 사놓은 주식 팔 기회가 없어졌다. 채팅창에 들어오지 않으면 종목에 관한 소식을 전혀 주지 않았다. 그나마 시간 날 때, 채팅 창에 겨우겨우 들어가서 2 종목은 3프로 이익을 내고 팔았는데 나머지 종목들은 물리고 말았다. 채팅창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팔 시기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니 나 스스로 하는 수밖에. 스스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주식을 잘 모르는 주린 이인 나에겐.
아, 그리고 참 증권회사 직원이 추천해 줘서 마이너스를 달리던 종목은 최근 들어 하나는 빨간불에 들어섰고 한 종목은 아직도 파란불에 있다.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즉시 나는 미국 etf를 샀다. 이것은 순전히 내가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검색해 보고 결정한 종목들이다. 그렇게 샀지만 솔직히 잘 모른다. 검색해 봤다는 것은 남들이 많이 산 것을 산다는 말과 비슷하다. 미국 etf는 돈이 생길 때마다 한 두 주씩 사서 쟁여 놓는다. 우리나라 주식 사듯이 사고파는 게 아니라 그냥 펀드처럼 사서 묻어 놓으려고 샀다. 물론 많은 이익은 아니지만 한국 주식처럼 마이너스는 잘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돈이 생기는대로 조금씩 산다. 몇 달 전에 미국 펀드도 두 종류 샀다. 하나는 빨간 불인데 한 종목은 원재료 섹터를 샀는데 마이너스다. 펀드는 오래 두려고 산 것이다 라며 혼자 위안을 삼는다. 내 증권계좌의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펀드 45프로, 주식 24프로, 연금저축 14프로, 해외증권 12프로 그 외 신탁상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