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절경을 8가지의 풍광에 빗대어 멋스럽게 표현했다. 목포의 진풍경을 4자 성어로 절묘하게 축약한 목포 8경은 도시의 정취와 미적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는 세월을 거치면서 문인들과 예술가, 시민들이 목포의 진면목을 제대로 포착한 내공이 스며들어 있다. 목포의 속살을 제대로 즐기려면 목포 팔경을 한 번쯤 되뇌어 보아야 할 이유이다.
유산기암(儒山奇巖).
천태만상 기묘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유달산은 멋들어진 풍채를 뽐내고 있다. 유달산은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끝산이다. 유달산은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군집을 이뤄 당당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봉우리 이름도 일등바위, 이등바위, 삼등바위 등으로 불린다. 자그마한 228m 높이의 산이지만 당찬 바윗돌 지형 형세가 유달산을 범상하지 않은 산으로 만들고 있다.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 전경이 한눈에 가득 찬다. 목포항구, 삼학도, 북항, 고하도, 목포대교, 목포시가지, 저 멀리 형산강 하구둑까지 볼 수 있다. 쾌청하면 멀리 영암 월출산 형세도 뚜렷하다. 목포와 유달산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유달산은 곧 목포의 상징이자, 목포 시민을 품는 안식처이다.
용당귀범(龍塘歸帆).
목포 앞바다에 마주하는 큰 섬이 하나 있는 데 고하도이다. 모양이 길게 펼쳐지고 우측 끝 부분에 두리뭉실한 형태가 있어 마치 용의 형상으로 보인다 해서 ‘용머리’, ‘용당’이라고 한다. 다도해를 뒤로 하고 돛단배가 고하도의 용머리를 휘돌아 나오는 풍경은 감미롭다. 반짝이는 다도해의 푸른 바닷 빛살 속에서 작은 물살을 가르면서 지나는 돛단배의 풍경에 마음은 호젓하면서 아늑해진다.
아산춘우(牙山春雨).
봄비 속에 청초한 아산의 풍경은 한 폭의 고운 그림이다. 아산은 목포항에서 보면 영암 쪽에 있는 마름모꼴로 보이는 산을 말한다. 봄비가 내릴 때 봄의 향기와 비의 연무에 쌓인 아산의 아련한 정취는 한 폭의 동양화이다. 목포항에서 아산을 바라보면 시시각각 경관이 변하면서 색다른 풍광들이 연출된다. 짙은 숲 사이로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을 때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거칠고 억센 마음들을 고요히 침잠하게 한다.
입암반조(笠巖返照).
저녁노을 빛이 드리운 갓바위의 풍광은 서럽도록 곱다.목포의 갓바위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병든 아버지를 모시던 자식이 약값을 벌기 위해 먼길을 다녀왔더니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말았다. 자식은 부모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돌아가셨다고 한탄하며 갓을 쓰고 그 자리를 지켰는 데 훗날 이 자리에 두 바위가 솟아났다. 하나는 아버지 바위, 하나는 자식바위이다. 석양빛 속에 고이 비치는 갓바위의 풍경은 슬픈 전설을 머금어서인지 더욱 에리고 먹먹하다.
학도청람(鶴島晴嵐).
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삼학도의 풍경은 아련하다. 비가 갠 후 피어나는 산 기운을 머금은 봄 아지랑이가 삼학도를 감싸면서 목포내항까지 연무로 덮으면 가이 전경은 일품이 된다. 자욱하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삼학도의 슬픈 전설은 되살아난다. 한 남자를 사모하는 세 자매가 그 누구도 남자와의 인연을 이루지 못한 채 세 마리의 학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애잔한 옛 사연들이 봄의 초록의 정취 속에 스며들어 마음을 더욱 아련하게 적신다.
금강추월(錦江秋月).
가을 달빛이 어린 영산강의 풍광에 눈은 한껏 사치에 고무된다. 목포는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목에 있다. 영산강은 곧 아름다운 금빛을 띄는 금강이다. 가을 달빛이 휘영청 밝을 때 달빛 아래 비추이는 영산강은 금비단을 수놓은 아름다움으로 반짝이는 밤바다가 된다. 밤하늘에 둥근달이 떠있고 영산강에 달빛이 어려 강에도 둥근달이 둥둥 떠다니면 어느새 하늘과 강, 바다는 하나가 된다. 요란스럽게 오가는 말은 없어도 서로가 눈빛으로 이해하고 껴안는 무언일통(無言一通)의 경지에 이른다.
고도설송(高島雪松).
눈이 내린 고도에 하얀 눈으로 덮인 소나무의 풍경은 한적한 절경이다. 고도는 곧 목포 앞바다에 있는 섬 고하도이다. 용처럼 길게 늘어진 고하도 해송 위에 하얀 눈이 가득히 덮히면 겨울 풍경은 스잔하면서 고고해진다. 거칠고 황량한 기운 가운데에서도 포근한 눈을 한아름 품은 해송은 고즈넉하게 한껏 운치를 품어낸다. 고하도는 임진왜란 시기 이순신 장군이 진을 치고 군사 훈련을 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눈을 품은 해송의 풍채에서 더욱 고고한 기상이 느껴진다. 지금 목포 북항에서 고하도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고하도에 손쉽게 접근하여 고하도를 관광할 수 있고, 고하도에서 항구 목포의 멋스런 경관을 조망할 수도 있다.
달사모종(達寺暮鍾). 유달산 달성사에서 울려 퍼져는 저녁 종소리는 내 맘을 고요히 흔들고 있다.
달사는 유달산의 유명 사찰 달성사의 축약어다. 목포 죽동에서 유달산을 바라보면 산과 사찰이 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달성사가 보인다. 해질 무렵 저물어가는 석양이 은은히 비칠 때 달성사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종소리는 평온함으로 도시를 감싼다. 속세의 허물을 벗기 위해 정화수를 앞에 두고 합장하며 마음의 번뇌를 내려놓게 한다. 종소리의 긴 운율의 여운은 시민들의 심신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목포는 큰 도시가 아니다. 작은 항구 도시이다. 그러나 개항기 시절에는 부산, 인천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3대 항구 도시였다. 이후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 확장하지 못해 옛 명성을 추억의 뒤안길로 하고 현 규모의 항구 도시로 정착되었다. 그럼에도 전라도 지방에서 목포의 도시 위상은 지리적으로 당차고 역사적으로 결코 얕지 않다. 오늘날 목포의 운치는 웅대하고 위풍당당함에 있기보다 여유로운 고즈넉함에 깃들어 있다. 항구 도시로서 상업적으로 빠르게 역동하는 세속적이기보다는 의외로 유유자적하며 차분하고 담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