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무리 진수성찬, 산해진미 일지라도 적절하게 간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짠맛 소금은 모든 요리의 마지막 맛을 결정하는 키맨이다.
섬 신안 증도에는 태평염전이 있다.
천일염 생산량 1위의 국내 최대 단일염전이다.
140만 평으로 여의도 넓이의 2배에 달한다.
1953년 조성된 후 6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섬 신안군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갯벌과 건강한 염전을 가졌다. 천혜의 생태 환경으로 인해 생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다. 국가습지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슬로시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특별히 이곳 태평염전은 다른 염전과는 다르다. 세계 소금 생산량의 0.1%에 해당하는 희귀한 갯벌천일염이다. 세계적 보전 가치를 지닌 국가 유산이다.
태평염전은 1953년 6.25 전쟁 이후 실향민의 정착을 돕고 소금 생산의 증대를 위해 조성되었다. 전증도와 후증도를 막아 지금의 현재의 모습으로 일구었다. 예전 두 개의 섬 사이로 불던 갯바람이 따사로운 햇볕과 만나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빚어낼 최적의 환경이 되었다. 명품 천일염 생산에 최적 조건인 바람, 갯벌, 바다, 태양의 조화로움은 태평염전에겐 축복이다.
이곳을 방문하면 기억 외진 곳에 묻혔던 소금의 소중함을 느낀다. 이어서 소금의 철학을 학습하게 된다.
소금은 정직하다. 자연환경과 노동의 협업의 산출물이다. 바다, 바람, 태양과 더불어 자연의 이치에 교감하며 땀 흘린 노동의 대가로 탄생한다.
태평염전의 천일염 생산은 천혜의 자연환경만으로 는 부족하다. 소금의 장인이 필요하다. 60년 이상의 염전 역사를 이어온 조제 기술이 덧입혀져야만 최고의 명품 소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곳에 소금박물관이 있다.
소금박물관은 1953년 태평염전을 조성할 때 인근 산의 돌 자재로 지어진 소금창고였다. 당시의 건축방식, 형태, 분위기 등 옛 소금창고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태평염전의 모든 소금은 이곳에서 보관되어 소금나루터에서 배로 전국 각지로 운송되었다. 염전 역사에서 중요한 유적이자 근대 건축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건축물이다.
소금박물관은 소금의 역사, 문화, 천일염전 등 소금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곳에서 소금의 신화와 다양한 소금의 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태평염전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과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살필 수 있다.
오늘도 알게 모르게 우리 입 속으로 빠짐없이 녹아들어 간 소금. 그 소금의 탄생 과정의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소금박물관 입구에는 마침 전시회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태평염전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금같은, 예술>이 주제이다.
작가는 '이어진 풍경들'(Scenery in Dialogues)의 마루야마 준코(Junko Maruyama)와
'땀, 눈물, 또는 바다'(Sweat, Tears, or the Sea)의 호리 마리코(Mariko Hori)이다.
그렇다. 염전들은 구획되어 이어져 있다. 염전의 이어짐은 끝없이 먼 지평선까지 펼쳐진다. 찰랑찰랑 얕은 바닷물이 차있는 염전의 광활한 전개는 그 자체가 장엄한 풍경이다. 태양볕에 그을린 노동의 땀으로 얼룩지는 바다 대지이다.
수고로운 땀의 노동과 고단한 근력의 노동만이 새하얀 소금밭을 일구어 낼 수 있다. 염전은 숭고한 노동의 대가로서만 마침내 하얀 결정체로 보은 한다.
모든 음식에 빠뜨릴 수 없는 약방의 감초인 소금, 여타 음식 재료처럼 외형이 드러나거나 빛깔을 드러내지 않는다. 스스로 녹아 형체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숨은 그림자 같은 음식 완성자인 소금은 겸허하다. 음식 재료의 맛과 풍미에 결정적인 기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숱한 음식 내용물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 맛내기의 일등공신이면서 스스로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은둔자이다. 소금의 철학은 스스로를 녹여버림으로써 여타 음식물의 미감을 감칠나게 하는 자기희생이자 자기 버림이다.
태평염전 인근에 소금향을 간직한 솔트카페(Salt Cafe)가 있다. 이 카페 자리는 이전 소금을 배로 실어 나르던 항구가 있었던 자리였다. 중도의 소금을 목포와 부산으로 실어 나르던 항구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이자 기억의 공간이다.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솔티미네랄라떼와, 소금아이스크림, 함초쿠기 등을 맛볼 수 있다.
한잔의 솔티미네랄라떼에서 커피와 소금의 달콤한 만남을 음미할 수 있다. 커피의 향은 살리고 쓴맛은 줄인 커피와 소금의 달콤한 어울림, 커피의 향긋함과 천일염이 품은 미네랄의 조화가 커피 한잔에 가득히 녹아있다. 커피 향을 맡으며 옛 소금 항구의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근처에 둘러보기에 딱 좋은 염생식물원이 있다.
갯벌 미네랄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염생 식물들이 군집을 이뤄 화려하다. 바다의 홍삼으로 알려진 함초를 비롯해서 겟메꽃, 해당화, 칠면초 등 100여 종의 식물들이 이곳에서 생장한다. 사시사철 색을 갈아입으며 식물원의 경관을 펼쳐 보인다. 염전 인근을 감싸며 화려하게 수를 놓는다.
소금의 역사는 인류의 먹거리 역사 시초부터 같이 시작한다. 그래서 소금에 생명의 시작과 역사의 시초가 담겼다고 하는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마태복음 5장 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