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심 주제 프리즘을 통해 인간 삶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문학적인 창작 기법과 서술 방식, 표현 기교를 채택하여 인간군상들의 모습들을 투영해 낸다.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다종다양한 희로애락들을 포착하고, 시대와의 타협과 불화의 어느 지점에서 방황하고 속앓이 하는 뭇인간들의 감정들을 작품을 통해 표출한다.
근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들을 엿보려면 근대문학에 침잠하면 좋다. 인천에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있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광역시가 함께 조성한 공공문화시설이다.
인천의 원도심인 개항장의 근대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 문학관이 서있는 자리 자체가 근대의 역사적 색채가 짙어 공간의 의미가 남다르다.
이곳 문학관에서 한국근대문학의 일련의 흐름을 만날 수 있다. 189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5년 해방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태동과 변모, 전개과정을 접할 수 있다.
우리 역사의 근대는 국운이 기울고 마침내 일제에 강제병합된 시대였다. 희망이 없어 암울하고 먼 훗날을 기약할 수 없어 어두웠던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가들은 문학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었다. 근대 한민족의 고뇌, 비애, 좌절, 감성과 서정을 읇조렸던 다양한 작가들의 기록과 흔적들이 근대의 역사에 새겨져 있다.
당시 다양한 문학파들의 열정은 스스로의 색채를 드러내며 제각기 전개되었다.
1900년 접어들 즈음 근대 문학의 토대가 놓인다.
근대 문학 운동의 선구자격인 이광수. 최남선은 문학을 계몽의 수단으로 보았다. 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자각하고 깨어나길 희망했다. 이광수의 소설에서는 구 시대의 도덕과 윤리를 비판적으로 보았다. 이들에게 근대성은 새로운 윤리적 가치관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계몽주의 문예가들은 낡고 비합리적인 옛 굴레를 벗어던지고 새 시대에 맞는 제도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새 시대가 모색할 가치관이 식민지적 근대성이라는 현실적 제약 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우리말로 순수 서정을 노래한 이들이 있었다.
시문학파는 순우리말로 순수 서정의 세계를 빚어내었다. 정지용, 김영랑, 박용철이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연마하고 우리의 영혼을 조탁하여 순수한 서정을 노래하고자 했다. 우리의 언어에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다. 우리말에는 우리의 정신이 깃들어있다. 가장 탈사회적인 순수언어였지만 우리의 서정을 담아낸 언어이기에 문화적인 저항의 씨앗이 날카롭게 꽂혀있다. 내선일체라는 구호아래 황국화가 팽팽하게 확산되던 시절 우리의 것을 끈질기게 놓지 않고 품고자 했다.
한편 진보적인 문학 단체도 역사에 등장한다. 카프(KAFA–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라는 이름으로 문학가 동맹이 태동했다. 이들은 문학이란 단순히 텍스트가 아니라 사회현실을 변화시키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근대 문학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만나 식민지 현실을 혁파하기를 꿈꾸었다. 1925년에 결성하여 1935년 해산되기까지 카프운동은 문학을 통해 식민지 현실을 직시하고 조선 독립과 혁명을 꿈꾸었다. 이들의 작품에는 부조리한 식민지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농민들을 주체로 강조했다. 문학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전개되면서 리얼리즘 문학은 한층 첨예해졌다.
문학을 그 자체 순수한 영역으로 보듬으려는 문학가 부류들도 있었다. 곧 예술지상주의자들이다. 문학을 정치나 사회 변화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문학 자체를 독립적인 실체로 간주하고자 했다. 문학 작품속 인간상을 통해 독자가 감성으로 느끼고 인간적인 감정으로 공감하며 즐기는 순수 문학 기능을 중요시했다. 이들에게 문학은 다른 그 무엇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시인 이상은 시대를 앞서갔다.
이상처럼 식민주의 시대지만 근대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주목하는 문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형식 실험을 통해 모더니즘을 꿰뚫어 보고자 했다. 정형화된 고전주의와 달리 모더니즘은 과거와 다르게 모든 것이 새롭고 다채롭다. 문학도 구습의 일정한 틀 속에서만 존재할 수 없다. 작품들의 형식과 내용들이 다양한 양태, 장르, 기법으로 구성될 수 있고 새로운 형식을 채용하여 내용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민족의 서정을 읇조린 이들도 있다.
종교사상을 바탕으로 민족을 얘기하고 민요시를 채용하여 한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시인들도 있었다. 소월과 한용운은 한이 스며든 우리의 서정을 얘기한다. 한용운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식민지 현실을 토로하고 민족애를 담아낸다. 소월은 민족적 정서를 개인의 감정에 담아 우리의 서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는 전통적인 민담을 우리의 서정과 리듬에 녹여 자유시를 창작하였다. 민족의 아픔과 한을 우리의 서정적 언어를 매개로 승하시켜 표출하고 있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는 그의 시를 통해 민족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문학이 아니라 현실에 받딛고 있는 문학, 관념적인 낭만을 애찬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 현장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리얼리즘 문학을 지향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식민지 현실을 직시하며 민족의 비애를 슬퍼하고 리얼한 서정성으로 자각을 토로했다. 현실에 등돌리지 않고 민족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외침은 공감과 울컥하는 울림을 낳았다.
근대문학 갈래는 지향이 다양했다.
그들 문학가들과 작품들에는 우리의 근대 역사의 상흔이 맺혀 있다.
이제 한 시대의 흐름은 되돌아볼 여지를 준다. 상호 대립적이고 갈등적으로 전개되어 온 문학지형에서 우리들은 성찰의 재료들을 얻을 수 있다. 근대 문학이 지나온 역사적인 자취와 경험들이 뿌듯하고 아름답던 혹은 쓰라리고 추하든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문학의 역사적인 자산이 된다. 도약을 향한 되돌아봄과 되새김을 위한 값진 체험의 결과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