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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May 29. 2024

브런치, 나는 눈으로 먹었다.

 

입이 감동하면 마음은 행복하다.

기분 좋은 여행자의 하루의 시작은 아침 브런치의 행복에서 판가름 난다.  

   

이스탄불 브런치를 예찬하고 싶다.

단언컨데 지금까지 이스탄불 브런치를 능가하는 브런치는 보지 못했다.

맛, 품격, 메뉴 구성, 가성비, 분위기, 체험 모든 항목에 단연 돋보였다.  

   

서양식 일반 브런치 구성요소는 대동소이하다. 샌드위치,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계란 프라이, 삶은 계란), 토스트, 와플, 팬케이크, 소시지, 감자취김, 샐러드 등과 같은 메뉴 중에서 적당히 재료들을 조합하여 식단을 짠다. 여기에 커피나 음료 혹은 주스를 곁들여 제공된다.   

  

그러나 풍성한 식재료의 나라 튀르키예(터키)는 다르다. 특히 미식의 도시 이스탄불 브런치는 서양식과는 음식 결부터 색다르다. 메뉴의 재료가 이스탄불적이고 식단 세팅이 미학적이다. 색감과 비주얼에 민감한 여성들에게는 깜찍 식단 벅찬 감동까지 밀려온다.     


삶은 계란, 빵, 치즈, 절인 무화과 열매, 포도, 잼, 꿀,소스, 햄 , 야채, 토마토, 오이, 치즈, 따뜻한 홍차..   

  


이 모든 게 작은 접시, 아담한 그릇, 쪼그만 종지에 마치 맛보기 인양 조금씩 담겨 나온다. 다종다양한 음식들을 찬찬히 음미할 때면 희열감이 든다. 이스탄불 브런치 식순(食順)은 눈으로 감탄하고, 마음으로 감동한 후 맨 마지막에 입으로 만끽한다.      


서빙되는 순간 깜찍하면서도 품격 있는 상차림에 감격한다. 음식 비주얼에 마음이 뺏겨 먹을 엄두가 냉큼 생기지 않는다. 포크를 들고 음식 맛보기로 나아갈 때까지 수 분의 정적 기를 거쳐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스탄불의 브런치는 눈으로 먹는다고 했던가. 입에 첫 음식을 넣기 전에 한눈 가득 눈으로 세팅된 요리판을 감상해야 한다. 각양각색 색감 있게 소품으로 담긴 음식판을 보는 순간 마음은 탄성을 지르고 눈은 놀라 휘둥그레지며, 입속엔 군침이 한가득 감돈다. 한판의 식단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음식을 먹기 시작할려는 찰나에 몇 번이나 멈칫거리며 들고 있던 포크를 다시 내려놓는다. 잘 짜인 예술품 같은 음식 풍경을 깨뜨려야 하기에 말못할 아쉬움을 속으로 되뇌인다.

  


이 정도면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긴 왕실의 아침 밥상 축소판이 아닐까.

추가 주문에 따라 터키식 향신료를 이용해 조린 고기 수프 혹은 야채수프나 해물 수프가 제공된다. 간편한 아침 식사기보다 감동적인 호화 식단이다. 게다가 우리 돈으로 환산한 가성비도 괜찮아 깜짝 놀랐던  당시의 억이 생생하다. 밑천이 딸리는 여행객들에게 제대로 한턱 베푸는 선심성 식단인가. 식당 인심 좋 차와 빵은 추가 비용없이 보충해 준다.  

         

푹 쉰다 해도 일상 여행의 피곤기는 늘 여행자의 몸에 스며있다. 잦은 이동과 오가는 관광길에서 오는 피로감은 몸에 축적되어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나릇함 노곤함에 젖은 여행자들은 입맛을 잃기도 쉽상이다.더구나 짜인 여행 스케줄로 집 생활처럼 때 맞춰 제대로 된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도 어렵다. 밤잠을 아침 늦은 시간까지 푹 잔 후 느즈막에 일어나 허기를 챙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잠으로 여독을 풀어야 하는 여행객들에게 딱 맞는 식단 패턴이 브런치이다.     

 

브런치는 늦은 아침 식사이다. 아침을 뜻하는 블랙퍼스트(breakfast)와 점심 런치(lunch)가 합해진 말이다. 우리식으로는 아점이다. 아침과 점심을 적절히 믹서하여 통합한 간단 식단이다.


그러나 아점보다는 브런치로 칭하는 이유는 브런치가 갖는 색다른 느낌 때문이다. 브런치는 그냥 아침과 점심 중간에 한 끼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한 끼 밥이기는 하지만 단지 한 끼를 해결하는 먹거리만이 아니다. 심플하면서도 맛깔 있는 비주얼을 갖춘 눈요기 식단이다.      


한국식 집밥 메뉴라기보다는 서양식에 가까운 요리 메뉴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브런치 하면 식당이 떠오르기보다 카페가 연상된다. 브런치 식당보다 브런치 카페라는 어감이 친숙하다. 이제는 카페 식사 메뉴로 자리매김한 여행 지역의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미식 문화 체험이 되었다.    

  


느긋한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브런치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전날 관광을 맘껏 즐기고 마음껏 밤잠을 푹 자도 된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약간의 허기를 느낄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브런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브런치는 여행자의 행복한 식단이자 벗이 되었다.    


동서양 대륙의 지리적 교차점인 튀르키예는 땅이 풍요롭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심 도시인 이스탄불은 식자재가 풍부해서 일찍이 음식 산업이 발전했다.    

 

아침 안개로 뿌연 포브러스 해협에 해가 솟아나면 하늘과 바다의 푸른빛과 햇볕의 붉은 볕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브런치를 음미하노라면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 브런치 한 접시가 맛의 향연을 넘어 말할 수 없는 리렉스와 행복감을 안겨다 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먹거리는 여행의 윤활유이다. 피곤한 몸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끼니때 절호의 기회로 만난 멋진 식단과의 조우이다. 건강한 식재료가 가득히 들어간 맛 당기는 음식은 입이 먼저 알아챈다. 이어 그 입맛의 여운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몸의 기력을 되살린다. 긴장과 초조감은 어느새 느긋함과 여유로움으로 변해간다. 신체가 힐링되면서 마음은 만족감에 젖어든다. 몸이 편안하면 만사가 평안하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있다’. 옛 격언은 현명하다. 경험으로 확인되고 체험으로 확증된 생활의 지혜이다. 몸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건 먹거리이다. 매일의 건강 식단이 몸의 건강을 좌우하는 일등 공신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미식적 감각을 유도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눈길이 가는 음식이 맛도 있다’.

눈길이 머무는 음식에 마음도 이끌리게 마련이다. 마음의 메시지는 몸에 전달되고 곧 생리 작용으로 식욕을 서서히 돋운다.     


이제 브런치는 한 끼 때우기가 주된 목적이 아니다. 배를 채우는 식욕의 차원에서 마음을 평정하는 감성의 경지까지 정체성을 높였다. 브런치는 우리의 여러 감각이 맛보고 몸의 다양한 기관이 지각하는 식단이다. 훌륭한 브런치는 눈으로 즐기고 코로 내음을 음미하고 입으로 맛보고 마음으로 포만스럽게 자족한다.

모든 감각 기관이 총동원된 입체적 식사 시나리오이다.      



브런치는 오전 늦은 시간 단순 식사 개념에서 자가 발전하고 있다. 사교와 친교 기능이 부가되고 있다. 맵시 있는 브런치 식사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담소하고, 교류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맛깔난 음식을 찬찬히 음미하며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 행복한 한 때를 누리기에 여념없고, 건강한 한 끼에 향유하기에 손색없는 브런치 시간 이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단순 입 맛에서 미적인 맛으로, 식욕 충족에서 행복 충전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를 이스탄불 브런치는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정성과 자부심이 배인 요리는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명예를 걸고 만든 음식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이스탄불 브런치,

아직까지는 감히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손색없는 선두주자임을

엄지 척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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