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 명태

변화의 아이콘

by 갈잎의노래

명태는 순한 물고기 같다.

몸체가 날렵하고 눈매를 가늘게 치켜뜬 날카로운 물고기들과 외모부터 다르다. 우선 눈망울이 멀뚱멀뚱 큼직한 게 어리숙한 모습이다. 입도 두툼하고 몸체도 통통하면서 길쭉하다. 이렇게 온순한 이미지를 풍기는 명태가 다양하게 변신하는 과정은 경이롭다. 인간들에게 생선 먹잇감으로 기여하는 유익성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통상 개별 어종들은 하나의 이름을 갖는다. 문어, 고등어, 갈치, 참치..처럼 불린다. 해당 어종의 고유 명칭은 하나로 고착되어 있다. 근데 명태만은 예외이다. 명태는 단 하나의 고유 명사만 가지지 않는다. 명태는 다양한 명칭들의 총괄 명일뿐이다. 고기가 처해지는 형편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명태를 잡았을 때 그때의 명태는 생태라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생태는 냉동시키지 않은 상태의 명태이다.


장기간 항해를 하는 명태잡이 원양어선들은 명태를 잡는 순간 부패를 막고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급속 냉동을 하여 저장고에 보관한다. 이처럼 생태 상태인 명태를 장기간 보관을 위해 얼리면 동태가 된다.

명태, 생태, 동태와 같이 이렇듯 명태 어종은 상태에 따라 불려지는 명칭이 다양하다.


명태를 생태라고 말하는 순간 명태는 새로운 상태로 변신한다.

겨울철에 입맛을 돋우는 탕으로서 동태탕과 생태탕이 있다. 같은 명태탕이지만 생태탕은 동태탕보다 조금 음식 격이 높다. 냉동된 동태를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얼리지 않은 명태 곧 생태를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생태탕은 겨울철에 추위에 움츠린 몸을 풀어주고 얼큰한 국물로 입맛을 돋운다. 얼렸다 풀린 육질이 아니니 생선살 식감도 좋고 맛도 있다. 그래서 생태탕은 동태탕보다 값이 더 비싼 고급 탕 식사로 매김 된다.


뚝배기에 손질한 생태 몇 덩이와 무, 두부, 파를 재료로 해서 고추, 고춧가루, 고추장, 국간장 등으로 양념하여 팔팔 끊이면 얼큰한 생태탕이 된다. 조금 매콤하면서도 컬컬한 양념이 어우러져 붉그스레한 빛깔을 띠는 생태탕은 움추러진 몸에 원기를 북돋운다. 뜨거운 생태탕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나면 마치 보양식을 먹은 듯 몸이 개운하다. 생태탕은 특히 겨울철에 먹고 싶은 한 끼 식사 메뉴로 일반인들에게 꼭 꼽힌다.


명태는 또 변신한다. 코다리로. 명태를 반쯤 말리면 코다리가 된다. 코다리는 조림이나, 튀김, 찜 요리로 많이 이용되는 식재료이다. 코다리는 지방 함양이 낮고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다. 코다리 살은 질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러지도 않는 적당히 탱탱하면서 쫄깃한 식감은 일품이다. 맛난 양념으로 찜 조리된 코다리 살점을 한 입 먹으면 입안이 미감에 젖고 마음까지 흐뭇하다.


명태의 변신은 끝이 없다. 이제는 황태로 변신한다. 황태는 명태를 완전히 건조한 명태를 말한다. 잡은 명태를 겨울 겨울 동안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찬 겨울에 완전히 건조하면 황태가 된다. 이렇게 말린 황태를 더욱 바짝 말리면 북어가 된다. 동해안에서는 겨울철 명태를 잡아 줄에 줄줄이 매달아 건조하는 곳들이 있는 데 이를 덕장이라고 했다.


말린 명태 북어는 포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제수 품목이었다. 그만큼 귀한 음식 재료였다. 북어는 북어 국 요리에 많이 이용되는 데 숙취 해소에도 좋고 담담한 국 맛은 입맛을 살린다. 북어채를 재료로 무와 양파, 대파를 썰어 넣고 다진 마늘, 참기름, 간 소금 등 양념을 넣어 끊이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북어국이 된다. 북어국은 입맛을 자극하지 않는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입속에서 부드럽게 감친다. 북어국 한 그릇에서 담백한 식감 뿐만 아니라 몸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명태의 변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노가리로 변신한다. 명태의 어린 새끼를 노가리라고 한다. 명태를 잡아 말린 것 가운데 크기가 작은 새끼 명태도 노가리로 칭한다. 노가리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있어 뜯어먹기에 좋다. 포만감 걱정도 할 필요 없는 알찬 안주거리이다. 씹는 맛이 구수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술안주로 많이 애용된다.


더불어 명태는 요리 과정에 몸통 어떤 부위나 속 내장 어느 하나도 버릴 게 없다. 명태알부터 시작해서 몸속 내장물 전 부위가 음식 재료로 쓰인다.


인간의 먹거리를 위한 명태의 변신은 이처럼 다채롭고 경이롭다. 이 모든 질적인 변신이 인간에게 유익함을 가져다 준다. 명태의 변신은 식재료의 영역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변신함으로써 명태는 다양한 식재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맛을 인간에게 선물한다. 각양각색으로 변신된 명태 식재료들로 인해 요리는 흥겨워지고 미감은 풍성해지고 입맛은 섬세해진다. 한 어종의 물고기가 이렇게 다양한 변신으로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놀랍다.

전방위적인 명태의 변신은 인간에게 분명 먹거리 축복이다.


인간도 명태처럼 변신할 수 있을까.

그 누군가에게 유익을 주는 변신을 기꺼이 단행할 수 있을까.


삶에서도 트렌드가 있다. 패션이 유행의 흐름을 타듯 당대의 삶에도 시대정신이 있다.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하면 퇴화한다. 변화의 영속성을 쫓아가는 변신의 몸부림이 꾸준히 필요하다.


변화의 시대에 닫힌 사고에 머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상황 변화에 둔감한 신념이나 시대 흐름을 숙고하지 않는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변화되는 환경에서 변화의 시선으로 늘 새로움을 감지해야 한다.

그러고 명태처럼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명태와 같은 변신이어야 한다.



p.s

안타깝게도 고성 등 동해안 북쪽 명태잡이의 고향 마을들은 이제 옛 명성만을 간직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동해안 인근에 우리 명태 어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 식단에는 러시아 해역에서 어획하는 러시아 명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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