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게 하는 사람들
제가 항상 피던 담배를 잠깐이지만 끊게 했었던 여자가 있어요. 그녀는 담배라고는 한 번도 피워 본 적이 없었고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 중 누구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녀가 왜 저 같은 사람을 만나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담배 하나 못 끊어서 매일 괴로워하고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 하루는 그녀가 어리광을 부리며 담배를 빼앗아가더라고요. 이제 다시는 피지 말라는데 화도 내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는 그녀를 보면서 딱 한 개만 더 피고 남은 담배를 주겠다고 했어요. 도저히 끊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뒤로는 전자담배를 피기 시작했어요. 전자담배가 그나마 나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녀와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그녀는 비흡연자이자 나의 삶과는 거리가 너무 먼 밝은 곳에 있던 사람이었고, 저는 그녀 앞에서는 꾸역꾸역 전자담배를 폈지만 그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그녀 몰래 연초를 사서 또 피우곤 했거든요.
그와의 만남을 생각해보면 제가 그에게 담배를 빼앗았을 때 그가 짓던 정말 행복해 보이던 표정만 떠올라요.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요? 제가 그와 만나던 몇 달 남짓한 날들 동안에 가장 행복해 보이던 표정이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어쨌든 저는 담배가 그에게 좋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에게 담배를 끊어달라고 했었고 그는 한 개만 더 피우고 주겠다면서 엄청나게 귀여운 표정을 짓더라고요. 전 그때의 그가 제일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그와 어떻게 헤어진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억이 나네요. 누군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잊기 위해 그를 만났었던 것 같아요. 잊어지지 않으니 저를 위해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했던 그와 다시 끝나고 말았겠죠.
그와 헤어지고 난 뒤 몇 달이 흐르고 그에게서 빼았았던 담배를 제 책꽂이 어딘가에서 발견해서 피웠던 적이 있어요. 그게 제 생의 첫 번째 담배였을 거예요. 5mg이나 되는 담배여서 켁켁켁 거리면서 한두 모금을 빨고는 창 밖으로 던졌어요. 너무 역겨워서요.
지금은 그렇게 첫 담배를 피운 지도 몇 년이나 흘렀네요. 요즘은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아요. 담배를 피우지 말라던 제가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였을까요. 누군가가 과거의 저처럼 저에게 웃으며 담배를 빼앗아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