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고 싶어도 정리할 수 없는 삶에 관하여

by Lydia Youn

“가끔은 정리하고 싶어도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일이 생기잖아요.”
“청소? 연애?”
“청소나 연애나..”
“내가 정리할 수 없는 건 내 방이야.”
“그건 다들 그렇지 않나.”
“음, 소수일 수도 있지만 방을 잘 치우고 사는 사람들도 있더라. 미니멀한 걸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종종 방을 뒤집으면서 치우는 걸 봤어.”
“으아.. 미니멀도 좋은데 난 맥시멀리스트인걸 어쩌나.”
“나도야. 비워내는 건 채우기보다 더 힘들더라.”
“저 같은 경우에는 좀 웃긴 게, 가끔은 내가 주르르 열어놨던 컴퓨터 창을 끄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래?”
“네. 제가 보고 있던 창이 꺼지면 영영 내 삶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냥 쌓아둘 때도 있어요.”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붙잡는 건 사실 미련하긴 해.”
“미련한 걸까요? 미련하고 싶지는 않은데..”
“꺼야만 하는 창도 있잖아. 창을 자꾸 열어두기만 하면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거 너도 알잖아.”
“알죠. 아는 게 더 문제예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속 편하다고 해도 결국 꺼야만 한다면 지금 끄는 게 좋겠다.”
“슬퍼.”
“사실 붙잡고 더 늘어져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긴 해. 나도 가끔은 정말로 끄고 싶지 않은 창들이 있거든. 정말로 버리고 싶지 않은 옷도, 정말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람도.”
“그렇죠? 좀 엇나가면 어때요. 아직 치울 날이 더 많잖아요.”
“그래도 가끔이라도 치우며 살자.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가끔씩은 컴퓨터를 끄기도 해야지.”
“정말로 끄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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