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내 말을 들어주는 당신들
나 "어때?"
동생 "좋아.."
나 "어때?"
동생 "(끄덕끄덕)"
나 "어때?"
동생 "(끄덕끄덕)"
나 "그럼 이제 너에 대해 써야겠다."
동생 "아유.. 그만 좀 써~!"
내가 글을 쓰면 꼭 직접(기어코)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불쌍한(?) 나의 엄마와 동생. 딸의 글이라고 엄마는 관심이 별로 없는 주제의 글에 대해서도 한 마디씩 코멘트를 주시곤 하신다. 가끔 내가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의미를 놓치기 쉬운 시를 써서 낭독할 때에도 엄마는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네 글이 좋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한 번은 남이 이해하기 괴상한 글을 엄마 앞에서 낭독했을 때, 엄마는 사실 나는 이런 글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매일 내가 글을 보내 주거나 읽어주면 어느 부분이 좋다고 하거나 적어도 글이 좋다는 짧은 코멘트라도 해주는 엄마였는데 엄마가 원래 시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사실 엄마가 내 시 말고 다른 시를 엄청 재미있게 읽으시는 걸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책을 좋아하시는 편이긴 하지만 시보다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관심이 더 많으신 것 같다. 그 날은 내가 낭독하는 나의 자작시와 2020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다 들으시고는 머리가 아프시다면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시더라. 그래. 나도 머리가 아플 때는 넷플릭스를 찾지 않았던가.
동생은 그보다 더 괴로워한다. 내가 낳은 자식의 글도 아니고 같은 배에서 나온 동료의 글이니 굳이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동생은 내 글을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야 말았다. 불쌍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나는 다른 것을 해주면 되니.. 너는 내 글 좀 들어라.. 나는 동생이 기어코 기어코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지 않는다고 괴성을 지른 적도 (많이) 있다. 구독자가 50명이 돌파하는 와중에도 내 옆에서 맨날 누워있는 저 자식은 나를 구독하지 않는다니. 결국 그녀는 나의 득달같은 구독 요청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나를 구독했으며 구독과 즉시 몇 개의 글에 하트를 눌러줬다.
나 "야, 너 내 글을 읽기는 하고 하트를 누르는 거냐?"
동생 "언니가 이미 다 말해준 거잖아."
나 "그렇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