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봐야 할 모든 곳에 가본 사람들

이별 전에 하는 생각

by Lydia Youn

"A,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어디 가보고 싶은 곳이라곤 정말 없다. 가봐야 할 모든 곳에 가본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P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질문이 참 고맙다.

"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곳 찾기가 참 쉽지 않네."

고맙다는 말은 취소.

"그렇지?"

나는 이제 그에게 살색인 걸까. 그는 나를 보고 주황색이라며 다가왔었다. 주황색이라고.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주황색의 의미를 '특별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주황색의 의미는 '새로움'이었다. 그는 '특별한' 여자를 찾았다는 칭찬처럼 그 단어를 위장했지만 그저 '새로운' 여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제 살색이 되었겠지. 혹은 검은색. 살색이든 검은색이든 이젠 주황색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곳 찾기가 참 쉽지 않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안다. 핑계도 좋다. 핑계를 대지 않을 남자는 없을까.






그냥 우리 집에서 피자나 먹자고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A에게 물었다.

"A,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또 어디를 찾아보라는 말인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묻지를 말걸.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곳 찾기가 참 쉽지 않네."

"그렇지?"

나는 그녀가 주황색인 줄 알았다. 특별한 여자. 살색 혹은 회색만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주황색 여자. 망할. 내가 주황색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봐서 그녀가 주황색처럼 보였던 건지도 모른다. 혹은 그녀가 주황색인 척 나를 속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질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고 말하는 여자는 주황색이 아님은 분명하다. 내가 주황색 색안경을 끼고 A를 바라봤든 A가 주황색인 척 나를 속였든 중요한 것은 그녀는 주황색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황색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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