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술이 취해서 친구한테 보낸 메시지를 봤어요. 진짜 귀엽더라고요. 나는 너무 귀여워요. 근데 제가 너무 귀여운 사람이라는 걸 잊고 산 적이 많아요. 사실 매일 매 순간 내가 귀엽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가 참 쉽지 않잖아요. 난 정말 귀여운 사람인데 말이죠. 가끔은 이게 진짜 귀여운 건지 맛이 간 건지 싶기도 하고요.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진짜 멋지거든요. 그게 내가 당신을 바라보면서 낀 '멋짐' 필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거든요. 그 필터도 당신이에요. 제가 생각한 게 있거든요? 뭐냐면요, 필터도 나라는 거예요. 전 항상 제가 예쁘거나 똑똑하거나 멋지거나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그렇게 예쁘거나 똑똑하거나 멋지거나 좋은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죠. 근데 또 누군가가 그렇게 '척'하며 사는 제 모습을 보고는 예쁘고 똑똑하고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면 또 정말 제가 예쁘고 똑똑하고 멋지고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더 깊이 생각해보니까 그건 착각이 아니었어요. 척도 아니고요. 그 말 정말 나쁜 말이에요. '~인 척하다' 이 말이요. 그런 척하다 보면 진짜 그렇게 되기도 하거든요. 예쁜 척하고 있으면 예뻐지고 똑똑한 척하려고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똑똑해지고 좋은 사람인 척하다 보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되잖아요. 그 말 진짜 나빠요. 그래서 당신은 멋진 척하는 사람 아니고 멋진 사람이에요.
저는 바람이 불면 항상 눈물을 흘려요. 눈이 약한가 봐요. 눈이 약해요. 울음이 많은 사람이기도 한데 바람 때문에 우는 거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바람 부는 오늘,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너무 귀여워요.'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외쳤어요. 나는 귀여우니까요. 귀엽지 않은데 귀여운 척하는 거라는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을래요. 그런 사람 옆에 있다 보면 내가 귀엽다는 걸 잊게 되니까요. 행복하지 않거든요. 안 그래도 눈물을 잘 흘리는 눈을 가진 사람인데 굳이 날카로운 바람 같은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당신을 떠나게 된다면 하나만 알아주세요.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지만 내 눈에 바람 같아져서 당신을 바람처럼 떠난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