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응원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by Lydia Youn

거울을 봤거든요? 집안 어딘가에서 굴러다니다가 오늘 처음 밖으로 가지고 나온 손거울이에요. 여름이 돼가는지라 그런지 저녁 밥때가 되어도 해가 쨍쨍한 게, 길가에서 손거울을 들고 얼굴을 오밀조밀 쳐다보니 참 가관이더라고요. 얼마나 별로인지요. 엄청나게 대단하게 내 본모습 그대로를 비춰주는 무섭도록 깨끗한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은 진짜 별로였어요. 모공도 하나하나 다 보이고요, 화장 안에 가려지지 못한 잡티도 보이고요, 그냥 보기가 싫어지더라고요. 진짜 보기 싫었어요. 너무 가까이서 보이는 단점들이 괴로워서 팔을 쭉 뻗어서 멀찌감치에서 다시 거울을 바라보니까 뭔가 봐줄만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날 볼 때는 그 정도 거리는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정도쯤 거리에선 그래도 괜찮았어요. 근데 또 팔을 쭉 다시 당겨서 거울을 얼굴 가까이에 들이미니까 또 보기가 싫대요. 솔직히 좀 징그럽기까지 해요. 이 거울을 집안 어딘가에 두고 굳이 쳐다보지 않았던 이유가 그거 하나 같아요. 징그럽도록 솔직한 거울 이어서요.


다른 거울을 봤거든요? 맨날 보던 거울이에요. 음... 어떤 거울이냐면, 화장품 종류 중에 쉐도우 팔레트라는 화장품 알아요? 쉐도우 팔레트라고 하기에는 그 팔레트에 쉐도우가 아닌 것도 포함돼있기는 하는데... 아무튼 그 화장품 안에 내장되어있는 거울이에요. 그 거울에는 엄청 얇은 필름이 붙어있었어요. 제가 칠칠맞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아까 말했던 저의 취향대로 필름이 낀 거울이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 얇은 필름이 좋더라고요. 그 거울을 바라보면 요즘 많이들 쓰는 어떤 사진 어플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얼굴이 뽀얗게 보정되어 보이더라고요. 전 항상 그 필름을 붙인 거울을 보면서, 아! 예쁘다! 하고 살았어요. 그러니 솔직한 거울이 무서웠겠죠. 요즘은 그 필름 붙은 거울이랑 징그럽도록 솔직한 거울을 두개 다 들고 다니곤 한답니다. 저에게 칭찬이 필요할 때는 뽀얀 거울, 저에게 쓴소리가 필요할 때는 솔직한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요즘은 sns에 보정으로 가득한 사진들을 올려대니 보정되지 않은 본인의 삶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우울하다는 내용의 글이요. 딱 제 삶 같더군요. sns에 올리든 올리지 않는 우울함은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제가 찍는 사진이 행복을 말하든 우울함을 말하든 우울함은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이 행복을 말하든 우울함을 말하든 우울함은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제게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넌 참 밝아 보인다고요. 전 집에 돌아오면 밝았던 만큼 우울해지는 사람이곤 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당신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 당신을 만났던 옷을 벗으며 왠지 모를 눈물이 흐를 때 내가 우울하다고 하면 나는 우울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을 위해 울어주고 있습니다. 또, 나를 위해 웁니다. 당신 덕분에 우울하지만 그래서 행복합니다. 참 미운 당신,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웃기죠? 미운 사람에게 행복을 빌다니요. 아마도 저희 할머니를 닮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린아이인냥 어린아이가 되고 싶어서 할머니에게 ‘나 예쁘지!’라고 외쳐본 언젠가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모든 세월을 담은 얼굴을 하시고서는 저에게 ‘예쁘긴 뭐가 예뻐!’라고 말하고 웃으시면서 ‘예쁜 거 이제 알았냐.’라고 하십니다. 꼭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우울함은 언제나 제 곁에 있지만 그 또한 행복인 오늘이길 바랍니다.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쓸모없는 것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