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은 날에는 와인에 물든 입가가 비운의 여주인공 마냥 아름다워 보였고 기분이 더러운 날에는 술을 마셔 왔던 모든 악한 날들이 화살처럼 그녀에게 그대로 돌아와 꽂혔다. 그녀의 기분이란 그렇다. 그녀는 물들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지만 술이 깨고 거울을 보면 괴기하게 다가오는 와인에 물든 입술이다. 입술이란 게 원래 이런 색이지 않냐며 다시 입술을 조금 깨물어 평소보다 붉게 만들어보지만 물든 보랏빛에는 역부족이다. 이것밖에 안 되는 나인 가, 그녀는 자신을 탓해본다. 물들걸 알면서도 기어코 마셔왔던 모든 관계가 참 버겁다. 그리고 이만큼이나 멋진 나이기도 한 것 아니냐며 소리쳐본다. 쓸 것을 알면서도 기어코 삼킬 수밖에 없었던 모든 관계를 참 잘 버텨왔다. 와인을 한 모금 더 삼켜본다. A의 입술은 더 보랗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