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알아? 사랑은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래서 나는 예술가가 되기로 했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랑은 모든 것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모든 곳에 사랑이 있다고 해서 지나가는 풀에 대고 ‘풀잎아, 사랑해’라고 말하면 다 내가 미친 줄로만 알 거야.”
“난 너를 미친 사람으로 보지 않을게. 풀잎아, 사랑해가 뭐 어때서.”
“네가 미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건 중요하지 않아... 나도 네가 이미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건 알거든? 사실 미친 사람으로 봐도 상관은 없어, 너라면.”
“그럼 뭐가 문제인 거지?”
“문제는 세상이야.”
“문제는 너라고 말하면 혼날 것 같으니까 세상이 문제라는 말에 동의는 할게. 근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이 있긴 해.”
“무슨 다른 생각? 너무 궁금하다.”
“세상이 문제인 건 맞아. 내가 아까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말했잖아. 사실 사랑은 모든 것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아니기도 하잖아. 길가는 모르는 사람한테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신고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엥? 이건 너무 나랑 같은 생각 아냐?”
“너랑 같은 생각이긴 한데, 너랑 다른 생각이야. 풀잎에 대고 몰래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건 남들이 보기엔 잘 모르거든. ‘그냥 풀을 보는가 보지’ 하는 거지.”
“응, 그런데?”
“근데 사람한테는 그게 좀 괴기해. 뭐랄까, 삶이 그래서 예술이 아닌 거지. 그래서 예술이 예술인 거겠지?”
“괴기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괴기’라고 붙이면 모든 게 다 용서되는 기분이야. 문제는 나라고 하려고 했던 널 용서합니다. 괴기스러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