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친구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가까운 친구와 먼 친구를 나누는 기준이 예전보다 모호해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이 떠들게 되면서 그렇게 바뀌어갔다. 10년 지기 친구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완전한 타인과 더 많이 떠들게 되는 세상이다.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해서 꼭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오늘은 나의 SNS 친구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다. 나와 관심사나 가치관이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하는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행복하다. 잘 지내냐고 물은 것도 1-2주 만의 대화이다. 실제 친구들에게 묻는 안부의 주기보다 더 짧은 것이다.
“응! 그냥 열심히 버티며 즐기며 사랑하며 지내지!”
친구의 대답이 참 멋있었다. 저런 대답을 할 수 있는 친구여서 그런지 오랜 기간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꼭 만나보고 싶은 친구이다. 누군가 나에게 안부를 물었을 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해왔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잘 지내지~”
“그럭저럭이야.”
“항상 잘 지내지~”
“너는 어떻게 지내?”
“요즘 별로야.”
이 정도의 대답이었던 것 같다. 이 정도의 대답을 하기에도 사실 쉽지는 않았다. 항상 조금 더 잘 지내는 것처럼 대답해왔었다. 누군가가 묻는 안부에 “항상 잘 지내지~”라고 답했을 때는 내가 정말로 잘 지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 대답을 하면서 내가 이 대답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기간이 걸렸을까를 생각했다.
나 역시 열심히 버티며 즐기며 사랑하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버티기가 힘들 때는 놓기도 한다. 놓아야만 하는 것들을 놓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내 삶을 도저히 즐길 수가 없을 때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도 한다. 길거나 짧은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집 앞을 산책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사랑은 그 보다는 더 어려운 문제이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열심히 버티며 즐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그래야 삶을 즐길 수도, 열심히 버틸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본다면 이런 대답을 해보고 싶다.
“나와 타인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며 즐기며 열심히 버티고 있어!”
우리 모두에게는 원하는 멋진 삶의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세밀하고 확고하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이 사랑하며 즐기며 열심히 버티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당신의 오늘 또한 그러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