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버렸다.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의 구차한 변명을 끌어안아 줄 수도 없었으면서. 그래, 나는 당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욕망했던 것이다. 나는 당신을 욕망했다.
당신은 쉽게 눈에 띄는 사람이다. 나뿐만이 아닌 다수의 타인에게도 쉬이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 당신은 그런 욕망의 시선과 몸짓들에 익숙함을 넘어 질려하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 했을 때 나는 당신을 믿을 수 없으면서도 미치도록 믿고 싶었다. 당신의 나를 사랑한다는 말에 목을 매달고 당신과 함께이고 싶었다. 당신이 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말할 때면 나는 허황된 꿈과 같은 당신과의 나날들을 조심스레 떠올려보고는 했다.
당신은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었고 나 역시 당신 못지않게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의 어깨에 얹힌 짐이 문제인 건지 내 발목에 걸린 무게들이 문제인 건지 우리는 현재에 함께일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너무나도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혹은 온전히 가질 수 없는 당신에 대한 욕망인지는 불분명하나 나는 아직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그리운 당신, 보고 싶은 당신, 잊히지 않는 당신. 당신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