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고운 빛깔의 털을 가진 작은 아기새는 가슴에 독수리를 품고 살았다. 121g의 작은 무게를 지닌 아기새는 자신의 무게 따위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품은 무게가 진짜 무게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육의 무게가 121g이든 121kg이든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독수리의 날갯짓 한 번을 위해 아기새는 무수히 날개를 파닥여야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품은 커다란 독수리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기새는 그 마음의 독수리로 인해 숨 쉴 수 있었다. 그 독수리는 아기새 삶의 목적 그 자체였다.
어느 날 비행을 하던 아기새는 태어나서 본 독수리 중 가장 거대한 독수리와 마주하게 된다. 장엄하고 무게감이 있는 거대한 날갯짓.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한 분위기. 아기새 마음의 독수리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아기새의 몸은 그 마음의 무게를 견디기 버거웠다. 마음으로는 저 먼 반도에 날아가 자유로히 비행하고 싶었지만 먼발치의 해안가 가까이 날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새의 비행이 항상 자유만을 가져다주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들 비행하면 자유를 곧 떠올리고는 한다. 자유를 향한 숨 막히는 날갯짓은 외면한 채 말이다. 아기새는 자유롭게 날아 저 먼 곳으로 닿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날고 또 날았다. 쉽게 얻어지는 자유는 없다. 중력은 아기새의 발목을 붙잡고 아기새를 땅으로 떨어뜨리려 하고, 수많은 천적들은 아기새가 잠시 지쳐있을 순간만을 노린다.
이제 아기새는 필사의 노력 끝에 자신이 가고 싶었던 모든 곳을 거의 다 둘러보았다. 물론 아직 가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하나 엄청난 욕심이 생기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만 해도 도저히 아기새의 몸으로는 이룰 수 없는 여정이었다. 아기새를 아는 주변의 모든 동식물들은 아기새를 한 마리의 커다란 독수리라고 생각했다. 아기새 마음의 독수리가 그들에게 날갯짓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독수리를 따라 기어코 멀리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 눈에 아기새가 참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기새는 이제 다시 자신이 태어났던 둥지로 돌아간다. 인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자유, 그리고 그 끝에 얻은 안식은 아기새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주었다. 아기새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