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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Nov 25. 2022

지구에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지금 비가 내린다. 당신을 내게 돌아오게 하기 위한 비다. 아린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 당신에게 기어코 닿기 위해 내리는 비다. 내 슬픈 마음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거리가 있는 당신의 지역에도 비가 내리는 지를 살펴보았다. 당신에게 닿기 위해 내리는 비이니 물론 당신에게도 닿았겠지. 나는 내가 슬퍼해서 비가 오는 것이라고 당신에게 말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보며 실없다고 생각하다가도 언젠가는 비를 보며 생각할 것이다. 내가 슬퍼하고 있는 것이라고.


 어느 날은 난데없이 슬픔이 찾아오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버겁게 느껴진다. 별 것 아닌 말들이 날카롭게 다가와 마음을 찌르고는 한다. 그렇게 갑자기 내린 비에 당신은 가까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비닐우산을 사기도 했다. 그렇게 산 우산이 그 해 들어 벌써 5개가 넘는다.


 어느 날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당신이 작은 우산을 들고 나를 만나러 와주었다. 나는 슬픈 마음에 비를 내리게 만들어 당신이 보고 싶었다. 작은 우산에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어쩔 수 없이라도 붙어있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내 슬픔이 지속되는 날들에는 오래도록 비가 내리기도 한다. 당신의 날씨에 난데없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들이 지속된다면 그건 분명 내가 오래도록 슬퍼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럴 때면 당신은 우산을 들고 나를 찾아와 주어야 한다. 그럴 때면 다음 날 여지없이 맑은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리는 비는 금방 그칠 것이다. 내가 곧 눈물을 닦을 것이니. 오늘은 내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주는 정도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이 그저 평범한 날들 중에 하루일 뿐인 별 것 아닌 날로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나도 비가 내리는 날들이 그리 달갑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언젠가는 멀어질 나를 비를 따라 찾아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슬퍼하는 나를 찾아주어 비를 닦아주면 좋겠다. 멀어질 나에게 멀어지지 말라며 수증기들을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지 말라고 발악해주었으면 좋겠다. 비를 따라 나를 놓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비를 없애주면 좋겠다.


 어느 날 비가 내리지 않는 날들이 이상하도록 지속된다면 우리가 영원의 사랑을 위해 이 세상을 떠난 것이리라. 모두가 의아해할 그쯤 모두를 위해 비에게서 나의 슬픔을 떼어낼 것이니 지구에는 그때 다시 비가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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