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모든 걸 바랄 수는 없잖아. 너는 날 항상 웃게 만들어. 엉덩이 춤도 춰주고,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잘 사주고, 애교도 부려주고, 말도 진짜 재밌게 해. 너만큼 날 웃게 하는 사람은 잘 없을 거야. 아마도 너에게 나만큼 웃어주는 사람도 잘 없겠지?
이런 너에게 갑자기 진지하게 정치에 대해 토론을 하자는 둥,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자는 둥의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물론 나는 정치와 독서를 좋아하지만 네가 딱히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함께해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리고 그게 딱히 아쉽거나 하지도 않아. 정치이야기나 책 이야기는 친구나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랑 해도 되는 거니까.
너는 너만의 철학으로 너만의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난 그 부분에서 네가 참 존경스러워. 어렸을 적부터 자기가 어떤 걸 원하는지 확실히 알았고, 쭉 그 길을 걸어오고 있으니까. 남들이 보기에 아직 큰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너의 철학과 네가 이루어낼 일들을 믿거든.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어느 자리에 있든지 나는 너를 믿어.
이런 너에게 갑자기 이것저것 여러 취미생활을 하러 다니자고 요구할 수는 없잖아. 본인이 하는 일이 바쁘고, 딱히 취미가 다양하지 않더라고 그 삶에 만족한다면 뭘 굳이 더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물론 나는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즐겨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뭐가 재밌나 둘러보기를 좋아하지만 그건 나 혼자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난 너에게 네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달라고 바라지 않아. 그냥 너는 너로서 나와 함께 있어주면 돼. 너는 내가 뭐를 한다고 하면 그저 지켜봐 주곤 해. 나는 그런 네가 있어서 어디든지 날아다닐 수 있어. 얼마를 헤매든 얼마나 지치든 돌아오면 네가 있으니까. 너와 함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