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당신이 죽는다면

by Lydia Youn

그냥 정말 친한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있어. 지금 당장 당신이 죽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만한 삶을 살았느냐고. 상대방은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어떤 어떤 일들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의 삶도 정말 괜찮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긴 해. 나와 스스럼이 없고,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질문이잖아.


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해본 적이 꽤 많아. 만약 지금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나는 내 삶에 한 점의 후회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근데 그 질문을 할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거였어. 지금 죽어도 후회나 여한이 없을 만큼 충만한 삶을 살았다. 내 자신이 내 삶을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잘 살아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나는 정말 이번 생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과 기회를 누리고 여행하며 사랑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다 누렸지만, 앞으로의 삶이 더 남아있다면 그 남은 삶까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람. 그게 내 자신이 평가하는 내 삶이야.


사실 누구나 행복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마다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 큰 부, 안정적인 가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삶, 스스로의 성취, 자유로움,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 등 행복을 느끼는 방향이 다양하겠지. 난 내가 정말 원하는 삶과 행복의 방향이 무엇인지 너무 열심히 고민하느라 그걸 일찍 파악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나만의 행복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


나에게 행복이란 혼자서도 충분히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것, 가족 관계가 좋은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일을 하는 것, 자유로운 것, 그 자유를 위해 돈을 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벌이, 건강, 소소한 매일매일의 행복이야. 몇 년 전에도, 작년에도, 오늘도,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살고 있고 살아갈 거야. 앞으로도 매일매일이 이런 삶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난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계속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실 그래서 난 내 삶에 딱히 두려움이란 것도 없는 것 같아. 무엇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 나와 취향이 맞는 새로운 사람이랑 친해지는 것,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는 것, 그냥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 등등? 이

삶이 만족으로 이미 마무리되어서 거저 얻은 삶을 살아가니까 남은 삶은 내게 보너스 같은 거랄까. 보너스 게임에 모든 목숨을 거는 사람은 없잖아. 내 후회 없는 행복이 사실 목숨을 걸어 빡빡하게 얻은 행복이 아니듯, 나의 남은 보너스 삶도 지금처럼만 내가 원하는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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