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셨다!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하면서 생에 처음 만나는 강렬한 스토리 전개와 생소한 표현들에 마음이 동해, 놓을 수 없는 책을 붙들고 하루 만에 다 읽었던 그 새벽이 아직도 떠오른다. 한국에도 이런 소설가님이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희랍어시간’에서는 고통의 표현 방식이 정반대였다. 고통을 뱉어내는 채식주의자의 주인공과 삼키는 희랍어시간의 주인공. 두 사람의 전혀 다른 고통의 해소 방식을 좇아가며 불편할 만큼 처절한 인물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글의 힘이 기뻤다.
작가님의 첫 시집이라고 하여 읽었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첫 장을 읽자마자 뭔가가 쾅하고 나를 크게 치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간결한 문장 몇 줄로도 인생을 관통하며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구나. 그 시를 수십 번 다시 읽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문장을 써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아직도 가끔 그 시를 읽는다.
그 후로도 가끔 서점에 가서 한강님의 이런저런 소설들을 사다 모았다. 이 분이라면 어떤 다른 생각을 하시고 어떤 다른 글들을 썼을까 기대했다. 나는 누군가를 심도 있게 불편하게 하는 글을 좋아한다. 폐부를 찌르고 읽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하는 글, 생각하게 하는 글. 작가님은 그런 소설을 쓰신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님이 소설가 최고의 영예에 올라가신 것에 기쁘다. 하지만 그녀의 글의 울림은 노벨상 그 영예 너머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며,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