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부터 다시 나에게로

by Lydia Youn

사실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긴 했어. 너를 많이 사랑했으니 그냥 그런 부분은 눈을 감고 싶었나 봐. 네가 좋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만나고 싶으니까. 안 맞는 부분도 꽤나 많았던 것 같아. 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타입이고 그러려니 하는 타입인데 넌 그렇진 않았으니까. 너한테 할 수 없는 말들을 메모장에 좌르르 써 내려가면서 화를 푼 적도 있었어. 그냥 온갖 욕을 하면서 말이야. 근데 그러면서도 너랑 있었을 때의 좋았던 기억이 내겐 더 매력적이었나 봐. 불같은 사랑, 그런 거였을까? 그냥 너랑 재밌던 일들, 새로웠던 기억들, 웃고 떠들고 술잔을 기울이던 순간들이 너무 기억에 남긴 해.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내가 너랑 평생 살면 결국 계속 이렇게 살게 될 텐데, 이게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부터야. 웃고 떠들고, 그래 즐겁지만 내가 너의 시간과 공간에 모든 걸 맞춰주며 사랑했었거든. 물론 너도 나를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해. 근데도 내가 나를 잃어간다고 느꼈다면 그건 우리가 맞지 않는 인연이었다는 거였겠지. 그래, 즐거웠지만 내가 바라는 방식의 삶은 그런 게 아냐. 눈을 가렸었지만 이제 가린 손을 억지로라도 치워보니 알겠어. 그래, 그건 아냐.


그 가렸던 손이 네 손이었든 내 손이었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치워버린 손이 네 손이든 내 손이든도 별로 중요하진 않고. 어쨌든 아는 거랑 행동하는 건 다른데 이젠 알고 행해졌으니 나는 나를 찾아가야지. 네게 돌렸던 사랑의 마음을 다시 나 자신에게로 가져와야지. 너랑 헤어지기 전에 마음에 돌이 얹힌 것처럼 답답했어. 사랑하는데 아닌 걸 아니까 그냥 그 기한이 언제 끝나나 벌벌 떨면서 기다렸달까. 그래도 많이 사랑해서 그랬던 거야. 고맙고 사랑했고 미안했고 응원해. 내가 부족한 게 많았다면 나의 과오를 용서해 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 내가 네게 남은 건 감사함과 그래도 보고 싶음이 크니까. 잘 지내.

매거진의 이전글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