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추운 겨울날, 너를 너무 좋아하게 될까 봐 자전거를 열심히 탔던 때가 있어. 그날엔 손이 시릴 것 같아서 엄마의 가죽 장갑을 빌려서 나갔는데, 바구니에 장갑을 벗어뒀다가 반환점 전에 장갑 한쪽을 잃어버린 거야. 엄마에게 혼이 날 것 같아서 돌아가는 길에 장갑을 찾느라 얼마나 열심히 눈으로 길을 훑으며 갔는지 몰라. 그렇게 그맘때쯤에는 너에게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자전거를 탔었어. 아직 시작하는 사이쯤인데 너무 푹 빠지고 싶지 않아서, 네 답장만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해서, 너를 사랑하게 될까 봐.
이번 여름은 진짜 더웠는데 비가 몇 번 오더니 이제 해가 지고는 제법 가을 느낌이 들어. 오늘은 오랜만에 좋은 날씨도 즐기고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왔어. 내 옆으로 너를 사랑하기가 두려웠던 내가 장갑을 흘리고 가. 사랑에 빠지는 게 두려웠던 그때의 나는 결국 두려움보다 앞선 마음에 널 아주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 많이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어. 두려워하는 그때의 나에게 나는 말을 걸어. 맘껏, 맘껏 사랑해도 좋다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매 순간 열심히 사랑해도 좋다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도 뭔가가 잘못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고.
그렇게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탔던 자전거, 또 너와 사랑하며 함께 몇 번을 오고 갔던 길, 너를 기다리며 혼자 오갔던 길, 다시 네게서 벗어나려는 오늘.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지금의 나에게도 다시 똑같이 말해주고 싶어. 너를 사랑하면서도 너를 보내줬었지만 모든 순간은 내게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부디 네게도 나와의 순간들이 그런 순간들이었기를 바라. 앞으로의 나에게도 다시 똑같이 말해줄래. 앞으로의 사랑에도 두려움 없이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맘껏, 맘껏 사랑해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