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슬픔이 같은 방향이었다면

by Lydia Youn

솔직히 말할까? 너를 생각하면 그냥 슬프고 미안하고 가끔 귀찮아. 온종일 나를 생각하는 것만 같은 네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널 보내기가 힘들어.


너도 내게 나만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하더라. 우리의 슬픔이 같은 방향이었다면 우린 서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너를 보고 슬퍼서 도망치고 싶고 너는 나를 보고 슬퍼서 질질 끌려오네.


언젠가 두 번쯤은 너를 생각하면서 몇 방울 울었어. 그냥 네가 너무 불쌍해서라고 말하면 미안하긴 한데 그게 사실이네. 내가 네 삶에 개입해서 너의 모든 슬픔들을 없애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너의 슬픔 사분의 삼 이상은 가져가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넘치도록 행복한 사람이니까. 줄 수 있는 행복이 아직도 차고 넘치거든.


예전에는 그냥 줘도 다시 괜찮아져서 사랑도, 행복도

무작정 주기만 했어. 그러면서 상처도 받고 고생도 하고 나 역시 행복했던 적도 많았지. 근데 이런 방식의 사랑이 나에게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


네가 내 친구라면 난 너에게 무조건의 사랑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친구는 그런 거니까. 너무 맞지 않아서 더 이상 볼 수 조차 없을 정도가 아닌 이상, 친구는 평생 가니까. 그래서 너와 친구라면 내가 평생 동안 너를 조금은 더 기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넌 친구가 아니잖아.


그래서 친구를 하자는 말을 하고 싶기도 한데 그 말조차 네겐 상처겠지? 내가 친구하고 싶다는 말은 네가 인간적으로 참 좋다는 말인데 참 그게 어렵다. 누군가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건 참 어렵다. 그것도 이성을 인간으로서 좋아하기가 참 힘들어. 오늘 너에게 나의 이 모든 진심 가운데 하나만 털어놓았는데 그것도 너에겐 크나큰 상처겠지. 내가 그냥 다 미안해.


우리의 슬픔이 오늘로서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가지만 난 그래도 널 좋아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응원할게, 나의 좋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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