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날

by Lydia Youn

난 그날 너의 모든 플레이 리스트를 훔쳤고

너에게 너는 도대체가 너랑 맞는 사람을 참 만나기가 힘들겠다 말했지

너처럼 특별한 사람을 모두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라면, 혹시 나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섣부른 판단에 네게 상처를 줄까 봐 더 다가가진 못하겠어


난 그날 눈을 반짝이며 너의 모든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너와 남녀사이로 지내지 않기로 한 새벽에도 넌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너처럼 알뜰살뜰하게 날 더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네가 이것저것 나를 챙기고 잔소리할 땐 그게 좋으면서도 귀찮다고 나무랐는데

너 같이 좋은 사람은 연인 아닌 인연으로 오래 곁에 두고 싶어


난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누구보다 네가 맘에 들었고

오늘 밤 네게 전화가 왔을 때도 꽤나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

너처럼 허심탄회하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에게 해주는 사람은 드물어

제발 다른 남자 좀 그만 만나고 나 좀 만나 달라는 말에

진짜 바쁘기도 하지만 어쨌든 바쁘단 핑계로 장난스레 전화를 끊지


난 그날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싶다는 네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너와 함께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위한 손길을 내밀고 있는 나를 상상했지

너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은 오랜만이야

매일 보고 싶다는 말에 속으로 좋아하다가도

그렇게 만날 수 없는 현실에 다친 마음을 혼자 조용히 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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