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도 너를 다 잊었어

by Lydia Youn

무섭게도 너를 다 잊었어. 도서관에서 어느 에세이를 보다가 그 사람을 잊지 못할 때라는 글귀를 읽는데 영 내 이야기 같지 않은 거야. 그래, 지금에야 절실하게 느끼네. 이젠 무섭게도 너를 다 잊었나 봐.


내가 잊은 감정은 너에 대한 각종의 미련이 섞인 감정들이야. 이성으로서 더 만나고 싶었던 마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타이밍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지난 얘기들. 이젠 그 모든 것들에 뒤를 돌아보고 싶지가 않아 졌어.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그 감정이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 누굴 만나더라도 잊히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어떤 부분은 있기 마련이거든. 그냥 그보다는 너라는 사람에 대한 모든 상념이 내 존재에서 씻겨나갔어.


헤어지기 전부터 헤어짐을 앞두고 굉장히 많이 힘들어했었고 그전엔 엄청나게 많이 사랑했어. 내 삶의 나침반을 너에게 맞춰놓고 너를 바라보며 돌아가도 좋다고 생각했어. 가끔 이게 맞나 싶다가도 매일 내 곁에 있는 너를 사랑하면서 다른 모든 건 지워졌어. 불같이 사랑했는데 그 불같음이 계속 이어져서 참 즐거웠던 것 같아. 언제라도 활활 타오를 수 있었던 우리가 좋았어. 그렇게 활활 태웠던 날들이 어느 순간 더 타들어갈 수 없음을 느꼈을 때부터 엄청난 공허에 시달린 것 같아.


난 너를 보내주고 혼자가 되기 위해 내 자신을 단련했어.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보기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매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 너랑 만나면서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맘껏 다니고 세상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니 너를 사랑하며 놓쳤던 내 모습이 다시 돌아오더라.


난 이제 무섭게도 너를 다 잊었어. 이별 후의 눈물 나는 그런 노래나 글귀에 너라는 사람을 두고 울지는 않아. 대신 그냥 이런 글을 쓸 때 그 모든 사랑했던 날들과 이별에 슬펐던 날들, 그 모든 순간의 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할 뿐야. 사랑은 뭘까. 그땐 너랑 평생이고 싶었는데, 평생이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평생이고 싶었는데. 뒤돌아보면 평생이면 안 될 사랑이 맞았지만, 사랑은 옳고 그른 게 없으니 너와 평생이었어도 평생 활활 타올랐을 것 같아. 우리는 잘 타오르는 사람이니 나와 너도 언젠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또 불꽃을 만들며 살아가겠지. 내 인생의 참 큰 불꽃이었던 너, 너도 어딘가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너만의 불꽃을 더 일으키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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