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될 나이가 된 게 분명해

엄마도 처음 엄마가 되어 본 거였어.

by Lydia Youn

엄마도 처음 엄마가 되어 본 거였어. 나는 첫째 딸이야. 우리 엄마는 나를 낳고 난생처음 엄마가 되었어. 엄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26살에 20살 때부터 만나던 우리 아빠와 결혼했고 28살에는 나를 낳았어. 아빠는 나를 낳을 때 32살이었고. 엄마 아빠는 심지어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네.

이제 내 나이가 우리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야. 나도 엄마가 될 나이가 돼버린 거야. 이 나이가 돼보니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돼. 엄마, 참 힘들었겠구나. 엄마도 나를 처음 낳았을 때 애였던 거야. 나도 아직도 애 같거든. 난 28살이 되면 내가 엄청난 어른이 될 줄 알았고, 당연히 엄마 아빠처럼 5년 이상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건 줄 알았고, 엄마처럼 엄마와 비슷한 나이에 애를 낳게 될 줄 알았어. 사실 엄마와 나른 다른 사람인데. 그걸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야.

어렸을 때 내 꿈은 5년 이상 연애를 해서 20대 후반쯤에 결혼을 하고 30살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는 거였어. 갓댐. 너무 이상을 꿈꾼 거야. 엄마 아빠는 너무 이상적인 사랑을 한 거야. 엄마 아빠의 결혼 생활에서도 당연히 불화가 없었을 수는 없지만 모든 걸 떠나서 진짜 이상적인 사랑을 했던 거였어.

현실을 자각한 건 몇 년 전이야. 도저히 5년 연애로 결혼은 불가능하겠다고 느꼈고, 점점 5년에서 3년으로 3년에서 1년으로 1년에서 사랑만 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로 바뀌어가는 거지. 그래서 나는 부모님과 비교하면서 왜 내 연애는 오래가지 못하는 걸까, 자꾸 어른들이 결혼할 나이라는데 연애마저 힘든데 무슨 결혼할 사람을 찾으라는 건가, 애는 또 어떻게 낳아서 어떻게 먹여 살리고 가르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어.

꿈은 현실과 다르다고 말해주는 어른들은 없었어. 단 한 명도 내가 대학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할 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어. 좋은 대학만 가면 인생이 풀릴 거라고 탄탄대로가 열린다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남들이 들으면 칭찬할 만한 네임밸류의 대학에 들어갔는데 죽고 싶더라. 내 길이 아니어서. 대학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는 단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학을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더라. 그때 나를 지지해준 몇 사람은 부모님, 여동생, 10년 지기 친구 몇 명.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한 분이 나를 지지해줬어. 그전에 딱 한번 예배를 듣고 누군가 나를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해서 무작정 찾아갔던 교회의 목사님이야. 난 그 교회에 기부를 할 거야.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목사님이거든.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들기고 찾아가서 우니까 모든 걸 듣고 위로해주시던 분. 그분은 학교를 다니는 게 좋겠지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하라고 하셨던 것 같아. 내가 그 목사님을 찾아간 이유도 있어. 그 예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세상이 전부 우리 것인데 지금 있는 지갑의 돈이 뭐가 중요하냐고, 밖에만 나가면 멋진 자연이 우리 집이라고. 그때 내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상황도 좋지 않았을 때인데 그 말을 듣고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전부터 그런 생각은 있었지만 힘들 땐 돈이 왜 없지 싶잖아. 근데 그 뒤로는 돈이 별로 없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야.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인 거니까. 언젠간 돌아오겠지.

엄마는 나를 말리고 말리더니 내가 그만두고 싶어 하는 그 대학을 가라고 해서 미안했다고 하시더라. 나 때는 2012 수능이었는데 수시 제한이 없어서 원서를 19개를 쓰고 5개 대학에 붙었어. 그중 제일 좋은 이름의 대학을 선택한 거였거든. 근데 제일 좋은 이름의 대학이 나를 제일 행복하게 해 주는 건 아니었다고. 난 지금 유급 상태인 거 같아. 자퇴를 하러 가는 것도 싫었거든. 가끔 누가 대학을 물어보면 난 내 대학교 이름을 말한 다음 무조건 뒤에다 졸업을 하지 않았다고 꼭 말해. 고졸이 뭐 어때서. 지금 난 같은 대학을 졸업한 동기들보다 더 잘 벌고 있어. 일등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등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해.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곧 좋은 직장이나 많은 돈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거든.

엄마는 요즘 내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시더라. 나한테 배우고 싶대. 나는 엄마가 엄청난 사람인 줄 알았어. 엄마는 역시 엄청나. 28살 딸에게 배우려는 엄마는 드물 거야.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과 같기도 하고 하고 전과 다르기도 해. 특히 요즘 많이 달라지긴 것 같은데 엄청 사람이 유해지셨어. 엄마도 처음 엄마가 돼봐서 서툴렀다고, 일 하느라 바빠서 챙겨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엄마는 대단해.

사실 오늘도 엄마랑 엄청 싸웠어. 내가 엄마를 사랑해서 싸운 거라고 한다면 웃긴 건가? 사랑하지 않으면 싸울 이유도 없어. 그냥 서로 무시하면 되거든. 근데 엄마랑 나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해서 맹렬하게 싸운 다음 바로 화해했어. 그게 우리 방식인 거야. 근데 계속 그러니까 힘들어서 요즘은 중요한 문제로 싸움이 날 것 같을 때 있을 때 카톡으로 말하기로 했어. 그게 우리가 열을 내지 않을 방법이더라. 우리는 그렇게 서로 사랑해. 엄마가 있고 엄마랑 싸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느끼는 걸 보니 나도 엄마가 될 나이가 된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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