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연애?

나는 처음부터 후진이 없는 사람이었다

by Lydia Youn

나는 처음부터 후진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뒤로 물러나 지지가 않았다. 밀고 당기라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당기기 바빴던 것 같다. 참아본 적도 있지만 참고 참으면 결국 그만큼 더 많이 당겨지더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남의 눈에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 나에게 만나자 해도 내 맘에 들지 않으면 도저히 마주할 수 조차 없겠더라.

난 돈 많은 사람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돈 많은 사람은 그 돈만큼 생색을 내더라. 생색을 내지 않더라도 자기가 쓴 돈만큼 보답을 받고 싶어 하더라. 난 부자인 당신의 돈을 전혀 바라지 않으니 차라리 내가 돈을 쓰는 게 낫더라. 보답을 바라지 않고 그저 좋아서 쓰는 돈은 나는 아깝지가 않더라. 부자의 베풂이 좋으나 그건 참 쉽지가 않더라.

난 잘 배웠다고 유세 떠는 사람이 싫더라. 배운 자의 유세보다는 차라리 조금 덜 배운 자의 겸손이 좋더라. 배운 자의 겸손이면 더 좋겠지만 그건 참 쉽지가 않더라.

난 그저 손 잡고 걷는 게 행복하고, 함께일 때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같이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가끔은 좋은 곳에도 가고, 같이 책도 읽고, 영화나 시사나 정치나 예술이나 그냥 여러 방면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봉사도 다니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때론 미친 사람들처럼 장난도 치고, 때론 너무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밤새 끊이지 않는 이야기로 전화를 붙잡고 잠을 못 자며 행복해할 수 있는 연애가 좋은데, 혼자여도 행복한 내 삶에 둘이어서 더 좋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데, 연애는 참 쉽지가 않더라.

그래서 점점 더 직진하게 되더라. 좋은 사람은 한 번 보면 알겠더라.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더라. 난 내 마음과는 달리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더라. 후진 없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나와 속도가 맞는 사람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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