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으르게, 더 미친것처럼, 더 말도 안 되게

여행 중 느끼는 느림의 미학

by Lydia Youn

인천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의 중간 좌석쯤은 대부분 중국인이거나 동양인들이었는데, 가장 뒷좌석 쪽으로 갈수록 서양인들이 많아졌다. 맨 뒤는 서양인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 좌석은 가장 뒤쪽. 아마도 체크인을 거의 가장 늦게 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비행기 줄도 가장 마지막쯤에 느지막이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난 후에 들어가는 편이다. 사실 체크인을 언제 하든 비행기에 언제 들어가든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같다. 그렇다면 굳이 일찍 가서 체크인을 하고 기다리고, 줄을 서가며 먼저 비행기에 들어가야 할까? 물론 시간을 넉넉히 두고 여유롭게 다니는 것을 즐기는 성향의 사람은 존중하지만, 나는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먼저 비행기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당연히 남보다 앞서거나 이기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나는 100년을 사는 인생에서 조금 더 먼저 앞서거나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난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오로지 나의 인생의 지향점과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항상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일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은 어쩌면 게을러보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국민성과 관련하여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시하고 빨리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욱더 이상해 보일지도. 근데 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게으르게 보이든 말든 나는 내 할 일만 잘 해내면 되고, 내가 미친것처럼 보이든 말든 내 정신만 올바르게 생활하면 되고, 내가 어떤 옷을 입어서 욕을 먹든 말든 내 눈에만 아름다우면 된다. 그렇다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니 전혀 상관없다.

그냥 난 계속 느리게, 이상할 만큼 특이하게, 그저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며 나의 인생의 지향점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미래를 꿈꾸며 살 것이다. 더 게으르게, 더 미친것처럼, 더 말도 안 되게,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게. 오늘의 행복과 앞으로의 행복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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