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소매치기당하지 않는 방법

조심하는 것을 들키는 순간 당신은 표적이 된다

by Lydia Youn

오랜만에 4호선 지하철을 탔다. 친구와 강화도 여행을 가려고 친구의 차를 타기 위해 친구가 사는 동네로 가는 길. 지하철에는 조현병에 걸린 것 같은 청년이 알 수 없는 노랫말 같은 단어들을 부른다. 할렐루야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청년은 이어폰을 꽂은 채 기타를 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상태로 지하철 안을 돌아다니다가 이 칸으로 또 저 칸으로 옮겨 다녔다. 아마도 자기만의 세계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나 보다. 그는 행복해 보인다.


예전에 친구와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번화가 지하철역 근처를 지나가는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 둘 중 한 명이 어떤 단어를 계속 읊조리며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듣고 말할 줄 아는 친구에게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죽어, 죽어, 죽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 소름이 돋았다.




작년 가을에는 혼자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의 기억이다. 지하철에 도둑이 많다는 말을 듣고 우버를 타거나 걷고 다니다가 늦은 시간이 되어 유럽에서 처음 만나게 된 한국인 친구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다고 하여 지하철을 처음으로 타게 되었다. 그 친구가 먼저 내려야 할 상황이어서 먼저 내리고 나는 몇 정거장을 더 가서 갈아타야 했던 상황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보는 것이고 자정쯤의 한밤중이어서 사실 엄청 무서웠다. 여행하면서는 혼자 어디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근데 참 웃긴 일이다. 내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도둑은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이곳의 지하철을 타는 어리숙한 여행자라는 것도 도둑은 알고 있다. 나는 도둑이 많다는 것을 알고 가방을 먼저 매고 겉옷을 입어서 누가 쉽사리 내 가방을 가져갈 수가 없는 상태였고, 겉옷의 주머니에는 코 푼 휴지 조각만 있었다.

도둑은 세명 정도의 백인 남자 무리 중 한 명이었고, 그 도둑이 내 주머니를 손대는 것을 본 다른 백인이 그 도둑에게서 나를 보호해줬다. 나를 도와주신 분은 옆에 어린 딸아이 손을 잡고 계신 것 같았고, 나 대신 그 도둑과 말싸움을 하더니 나에게 파리의 지하철에는 도둑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해주셨다. 들어보니 그 도둑은 내가 언제 저 여자의 주머니에 손을 댔냐면서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욕을 해대며 떠났다. What the fuck? 정말 What the fuck이다. 그 후로 파리에서는 정말 중요했을 때 한 번을 제외하고는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Omg! 이럴 수 없어. 세상은 내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한 이후였다. 생각보다 좋아 보이는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위험해서 도저히 가면 안 되는 구역들이 있었다. 특히 파리 몽마르트 근처는 도둑이 많기로 유명한 구역이라고 들어서 근처에도 가지 않았었다. 난 동양인이고 여자고 혼자이고 너무 어렸기 때문에 최고의 범죄 대상자이므로.

약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한국에서는 내가 어떤 면에서는 강자였을지도, 어떤 면에서는 약자였을지도 모른다. 외국에 여행을 가면 내가 강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쓸 수 돈이 많은 것 그래서 돈을 쓰는 것이다. 이것은 강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자 도둑의 타격이 되기 쉬운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소매치기를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고서 소매치기당하지 않기 위한 여러 장비들을 준비하곤 한다. 힙색부터 각종 자물쇠, 잠금장치, 심지어는 돈을 넣을 수 있는 속옷을 가지고 오겠다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조심하는 건 당연히 무척 좋은 방법이지만 조심하는 것을 들키는 순간 당신은 표적이 된다. 사실 나는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그 코 푼 휴지가 들은 주머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항상 심각하게 조심하며 다녔지만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최대한 프랑스에 사는 사람인 척 다녔다.

백인만 있는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당당히 밥을 먹기도 하고, 최대한 한국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했던 것 같다. 외국에 가서까지 한국인들을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특이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한국에서 유명한 식당이라고 다 맛있는 것도 아니었고, 한국인이 아무도 안 가봤을 법한 정말 멋진 식당들을 발견한 적도 많다.

최대한 여행자가 아닌 척하는 것, 두리번거리며 지도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놓지 않는 것, 중요한 물건은 아무도 쉽게 가져갈 수 없는 곳에 두는 것, 가방은 겉옷 안에 매고 겉옷을 그 위에 입는 것, 백팩은 자물쇠를 잠그고 다니는 것, 정말 위험하다고 하는 곳에는 가지 않는 것이 초보 여행자에게는 중요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게으르게, 더 미친것처럼, 더 말도 안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