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그들에게는 사랑의 한 표현방식

그래서 지구인의 사랑은 어렵다

by Lydia Youn

S의 핸드폰은 매일 방전된다. 방전이 될 때까지 충전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방전이 돼버리면 그제야 충전을 시작한다. 그녀는 무엇인가가 정말 끝나기 전까지는 채워야 함을 알면서도 채우지 않는 자신의 심보가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다.


방금은 그녀의 노트북이 방전됐다. 그녀는 어디선가 방전이 되어 꺼진 전자제품을 충전하는 것보다는 방전이 되기 전, 조금이라도 배터리가 남았을 때 충전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또한 충전을 하는 동안에는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꽉 채워서 충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도.


얼마 전에는 스쳐 지나간 인연 L에게 연락이 왔었다. 역시나 전과 같은 새벽시간에, 역시나 술을 마신 채로, 역시나 같이. S는 생각한다. 그는 방전이 되고 오랜 기간 꺼져있어야지만 나를 찾는 남자라고. 나 또한 꺼져야지만 충전하는걸, 그를 탓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고.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너무 꽉 채워서 충전해준 것이라고. 꽉 채워서 충전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었다고.


L은 말했다. 항상 먼저 연락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용기가 나지를 않아 술을 마시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고. 용기를 내서 연락을 할 때마다 모질게 내친 당신 때문에 상처를 받았었다고.


S는 대답한다. 항상 그 시간에 연락하는 당신이 참 미웠다고. 모질게 대했던 건 상처 받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내가 상처를 줬던 것이었다면 미안하다고.


그들은 다시 만났고 다시 헤어졌고 다시 상처를 주었고 다시 상처를 받았고 다시 상처를 줄 것이며 다시 상처를 받을 것이다.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그들에게는 사랑의 한 표현 방식이었으리라. 그들은 그렇게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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