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라면 먹어줘서 고마웠어

오늘 저녁은 라면을 먹었어. 당신 생각이 나더라.

by Lydia Youn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멀어. 난 참 보잘것이 없는 사람이거든. 잘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게 나 스스로도 우스운데 당신이라고 날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끔은 내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당신이라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내 삶이 참 비참해 보이더라. 당신은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건지 오늘도 멋져 보이네. 언제쯤 당신 곁에서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저녁은 라면을 먹었어. 당신 생각이 나더라. 라면은 몸에 좋지 않다면서 연간 라면을 먹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던 당신. 근데 나는 라면을 자주 먹는걸. 오늘은 가족이랑 같이 먹으려고 두 개를 끓였어. 한 개만 끓이고 밥을 말아먹으려고 하다가 맛있어 보여서 두 개를 끓였네. 처음부터 두 개를 끓일 생각을 했으면 좋았을걸. 라면 봉지에 있는 레시피대로 처음부터 레시피를 제대로 읽고 끓였더라면 좋았을걸. 갑자기 더해진 라면에 물을 맞추기가 참 쉽지 않네. 또 당신 생각이 나서 라면이 불었네.




우리 같이 라면 먹었던 날 기억해? 당신이 가자고 했던 식당을 가기엔 주머니가 넉넉지 않고 얻어먹기엔 너무 미안해서 내가 한강에서 라면을 먹자고 했던 날. 난 그날이 당신과 보낸 날들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하면 당신은 믿을까.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겠지. 난 라면이 싫다던 당신이 나랑 자전거를 타 주고 나랑 같이 라면을 먹어주면서 밝게 웃던 그날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당신, 사실 라면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고 싶었지만 주제넘는 질문 같아서 입을 다물고 당신이 라면을 먹는 모습만 계속 바라봤어. 난 당신보다 2배는 빨리 먹었거든. 당신은 라면도 그렇게나 천천히 먹더라. 어떻게 맛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늦게 먹나 싶어. 또 당신은 라면을 불렸네.




나도 맨날 라면만 먹고 사는 건 아니지만 라면과 가까운 내가 라면이 싫다는 당신과는 섞일 수 없다는 거 나도 잘 알아. 그래서 갑자기 왜 그러냐는 당신의 물음에도 아무 말하지 못하고 떠났던 거 미안하게 생각해. 언젠가 당신이 라면을 먹자고 대뜸 말했을 때 난 당신을 피했어. 당신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멀어. 당신이 오늘 간 식당은 도대체 라면 몇 개 값일까 생각하는 내가 어떻게 당신을 가까이하겠어. 나랑 라면 먹어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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