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여자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

by Lydia Youn
다른 사람에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



'다른 사람에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는 정말 누구나가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 평생 안고 사는 질문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 한다. 그게 외적인 것이든 내적인 것이든 아무튼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진리다. 그런 마음이 자신감이 되어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마음이 자괴감이 되어 나 자신을 좀먹게 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진리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것은.


나에 대해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를 되돌아보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의 실수 때문이었다. 사람은 실수를 해야 그제야 자신을 되돌아본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무튼 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산 편이었다. 내가 내 모든 잘못을 인정하기까지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당한 것만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이기적인 마음을 억누르고 나를 되돌아보면서 나는 '오해받는 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오해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빠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빠르다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난 너무 마음이 급하고 걸음이 빨라서 아직도 넘어지기 일쑤고, 말이 빨라서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기 일쑤고, 생각이 너무 빨라서 생각을 하고 한마디를 던지면 사람들이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상한 여자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난 너무 마음이 급하고 걸음이 빨라서 일을 할 때 정말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말이 빨라서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은 더 내 말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고, 생각이 너무 빨라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


내가 오해를 받는다고 해서 그 모든 오해를 다 풀 수도 없다. 오해를 하지 않는 사람들만 만나고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게 글을 쓰자는 것이었다. 나에 대한 오해를 제발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쓴 글을 보고 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글을 쓰는지 몰랐네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실 본인을 제외하고는 가족에게 조차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나는 항상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남들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게 된다. 진짜, 남들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려면 다른 행성에 가야 한다. 여기는 지구인이 사는 지구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실 모든 사람은 어렸을 때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다가 삶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어른이 되어가면서 평범해지기라도 하자고 평범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법이 정한 성인의 나이인 한국 나이(정말 싫다) 20살이 되면서 처음으로 느낀 건 중간만 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중간이 대체 뭔데?



중간이란 대체 뭘까? 나는 그 중간만 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피가 진짜 나기도 했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피가 났다! 이만큼 까지 했을 때 나는 겨우 내가 생각하는 '중간' 이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고, 대학 시험도 남부럽지 않은 인 서울의 대학을 논술로 붙었었고, (그 학교엔 가지 않았는데 그게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편지를 잘 써서 편지로 사람을 울린 적도 종종 있었고, 브런치 작가도 한 번에 붙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그다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부러워한다. 도대체 나는 글을 얼마나 더 잘 써야 할까?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까지, 아니 사실 죽기 전까지 글을 쓸 것이다. 글에서 만큼은 중간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만 가기에도 어려운 세상에서 단 하나 정말 잘하고 싶은 것은 바로 글쓰기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직업에 도전해 봤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직업도 있었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쓸 때만큼은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 글이 나를 밥 먹고 살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글이 나를 밥 먹고 살게 해주지 않아도 좋다. 잘해보자.


그거 아는가? 내가 이번 글에서 어떤 주제를 언급했는지? 나는 이 글에서 나에 대한 말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받는 상처에 대한 위로도 했고, 중간만 가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했고, 꿈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너무 빠른 사람이라고. 꼭 글에 한 가지 주제만 담으라는 법은 없다. 제목이 없는 글도 써봐야겠다. 오해를 받아도 좋다. 난 내가 오해받는 여자임을 인정했으니. 나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줄 누군가가 생긴다면 모든 오해가 풀리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사람으로 크려면 조앤 롤링쯤은 돼야 하려나? 역시 삶은 어렵다. 웃으라고 하는 말이다. 당신이 내 글을 보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사실 그게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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