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있나요?
지금은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은 소설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제임스 딘이 나왔다던 영화의 원작을 읽었다. 바로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이었다. 그 이후에 "분도의 포도", "불만의 겨울" 작품들을 읽으며 20세기 초반 미국이 겪어야 했던 대공황기의 사회일상을 접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봉은 "에덴의 동쪽"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작품은 인물들을 각각의 챕터에서 소개하고 등장시켜, 나중에는 특정한 챕터에서 만나는 컨셉으로 구성되었다. 20세기 작품인데, 21세기 영화 편집 기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 17살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경이로운 작품의 구성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에덴의 동쪽"의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세월이 지나서 "한국의 동쪽" 포항에서 이 글을 작성한다. Chapter 1. 김광석 #1, Chapter 2. 김형석 #1 이렇게 개별적으로 챕터를 이어가다가 각각 3편씩 글을 쓴다음에 Chapter 7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할 것이다.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아니면 나같은 둔재가 천재를 닮기 위한 몸짓일 수 있다.
Chapter 2. 김형석 #1 :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이별은 있을까? 작곡가 김형석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1995년, 김건모 3집은 280만장이라는 전무후무한 앨범량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는 "잘못된 만남"의 테크노 음악으로 1995년을 보냈다. 김건모 3집의 첫 곡이 바로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 당시 30살이었던 김형석(66년생)이 써 준 곡을 28살 김건모(68년생)이 불렀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은 한창 만남과 이별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김건모는 유영석과의 별스런 인연을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형석의 대표곡을 살펴보자. 아름다운 이별(김건모), 너의 뒤에서(박진영), I Believe (신승훈), 사랑이라는 이유로(김광석) 이 곡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별이라는데 있다. 김형석은 그 작품세계에서 늘 "이별"에 대해서 노래했다. 그리고 그 이별이 아름다운 이별이어야 했다. "아름다운"과 "이별" 사이에는 우리가 반드시 빼놓지 앟아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별"이다. 아름다운 이별은 슬프다. 이별이 아름다운게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별이 슬픈 법이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걸 알았어" 첫 소절부터 무너진다. 이제 두 사이가 끝인걸 알았다. 상대방이 헤어지자는 말을 늘어 놓는다. 커피 샾 테이블 위에는 늘상 마시던 따뜻한 카페라떼 두 잔은 차디차게 식었다. 때론 마주보며 얘기를 나누고, 때론 옆자리에 앉아서 따뜻한 햇살을 함께 쐬던 그 사람과의 이별이다. 이별이 통보할 그의 차디찬 말 한마디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그 땐 이별인 줄 몰랐다. 다 마시지 못한 차디찬 카페라떼를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 자리를 떠났다. 그제서야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이별인 걸 알았다. 이렇게 수많은 사연이 숨겨진 얘기가 "눈물이 흘러 이별인 걸 알았어" 속에 들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날, 나를 끔찍히 아껴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실제 이별이 있었던 그 날들은 이별인 줄 모른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걸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 이별을 내 이별로 받아드리고, 눈물이 흘러야 아름다운 그 사람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 추억을 "다시 지금"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난다. 헤어지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상대방과 멋있게, 쿨하게 헤어지는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헤어진 그 날 밤, 친구들과 이별을 축하하게 파티를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이별은 늘 슬프다. "힘없이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만큼 너도 슬프다는 걸 알아" 그렇게 느낄 때 그 이별이 더 슬픈 법이다.
김형석은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별"을 노래했다. 그 사람이 유재하, 김광석, 노무현이었다. 셋다 모두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이다. 김형석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줬을 사람들.. 그래서 그렇게 노래하나 보다. "내 맘 깊은 곳에 언제나 너를 남겨둘거야" 라고 말이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친구들, 배우자, 어쩌면 자식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결국엔 나도 떠나게 된다. 떠나보내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모두 어떤 기억을 하게 될까? 아름다운 이별을 노래할 수 있을까? 나는 아름다운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내 맘 깊은 곳에 언제나 너"임을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추억 속에 너를 잊으라고 모두 지워가지만 한동안 난 가끔 울 것만 같아". 시간이 지나면 이별도 잊혀지는 법이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지워지고, "너를 잊으라고 모두 지워가지만".. 우리는 한동안 가끔 울 것이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또 다시 반복된다. "눈물이 흘러 이별인걸 알았어" 라고 말이다. 김형석은 이별은 아쉽고 슬프지만, 마음 속 싶은 곳에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떠올리고 눈물을 흘리고 "아름다운 이별"을 노래한다. 그리고 떠나는 그 사람 뒤에서 "너의 뒤에서"라고 노래한다. 또한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젠 다시 추억이 미소만 내게 남겨주네"라고 노래한다.
김형석은 이별을 노래하기 보다는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별"을 노래했다. 나 또한 가끔 "눈물이 흘러 이별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한다. 그 사람을 내 마음속 깊이 감춘채.. 문득 문득 그 사람이 떠올라 가끔 울어도 좋다. 그게 아름다운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일 지 모른다.
P.S 지금 다시 그의 노래들을 들어보니, 참으로 가슴을 저미는 군요.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른 김건모가 진짜 대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