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김광석 #3 : 노부부 이야기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by 정윤식

연일 고 김광석 부인인 서해순씨 이야기로 떠들석 합니다. 진실이 밝혀질 수 도 있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김광석 시리즈 마지막 3편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노라면, 참 슬픕니다. 1996년 1월 6일로 멈추버린 33살 김광석의 삶은 60대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54살이 되었을 나이건만 빨리도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Chapter 5. 김광석 #3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광석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 두 곡은 모두 김광석의 오리지널 노래가 아니다. 전자는 윤도현 곡이고, 후자는 김목경 곡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곡 모두 김광석 대표곡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무엇이 김광석의 노래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아직까지도 수 많은 동료가수와 팬들이 그를 기억하고 노래하는 것일까?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60대 나이가 들어서니, 처음 결혼하고 출근길에 넥타이를 매어주던 신혼시절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지금은 손에 생기도 없고 쭈글쭈글 해졌지만 얼마나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었을까? 행복했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오르게 하고, 이제는 뚜렷이 기억나지도 않고 어렴풋이 생각난다. 첫 시작의 설레임, 첫 시작의 풋풋함이 세월이 훌쩍 지나 "어렴풋이" 생각나는 일이 되었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60대 노부부 노래 속에는 큰 딸, 막내아들이 나온다. 아마도 자식은 2명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막내아들 대학시험과 큰 딸아이 결혼식을 대비시키는 것을 보았을 때는 막내아들 결혼식은 못보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측된다. 노래는 노래한 내용보다 노래하지 않은 내용이 더 슬픈다. 20대 중후반에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면 큰 딸아이 결혼식까지 생각한다면, 대략 60대 초중반일 것이다. 막내아들까지 장가가는 것까지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부모로서 두 자녀 시집장가 다 보내야 부모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그 마지막 짐을 홀로 남은 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만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지금은 60대도 청춘이라고 한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노래는 유효하다. 60, 70, 80대를 지나서 다들 "황혼"에 기울게 된다. 곱고 희던 그 손은 쭈글쭈글 해지고, 이제 더이상 넥타이를 매고 다닐 직장도 없다. 또한 큰 딸은 시집가고, 막내아들은 대학진학으로 집은 텅 비었다. 그래서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라고 부른다. 남편, 아내로 2명이서 시작한 가족은 큰 딸, 막내아들까지 4명으로 늘었다가, 다시 한 명씩 떠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은 남편을 남겨두고 홀로 떠난다.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그 먼길을 홀로 가는 아내와 아내 없는 삶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남편..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보지만 한 마디 답이 없다. 이제 집에는 홀로 남겨진다. 아내가 다 쓰지 않은 화장품이 화장대에 놓여있고, 세면대 옆 양치컵에는 아내가 쓰던 칫솔이 꽂혀있다. 또한 아내 배게도 그대로 있는데, 어찌 혼자서 밥을 먹으며, 혼자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인가? 인생의 황혼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황혼에 홀로 남겨졌다.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아직 막내아들 장가도 안갔는데, 어찌 홀로 그렇게 급히도 가시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제 아프지 말고, 이제 아들딸 걱정 그만하고, 아침저녁 반찬 걱정하지 말고, 안녕히 잘 가시게.. 나도 혼자 사는게 어느덧 익숙해져서 밥도 혼자서 잘 먹고 다니고, 가끔 딸네 집에 가서 손주 재롱보며 살고 있다오. 그러니, 내 걱정이랑 자식 걱정이랑 접어두고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나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 먼 길을 혼자 갈려니, 부디 그 곳에서 나 모른체 하지 말고 꼭 반갑게 만납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테이니, 막내아들 장가 보내놓고 자식 고생 않시키게 병원 신세 많이 안 지고 갈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인생은 "곱고 희던 그 손"에서 시작했고, 이제는 사진 속에서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인생이 되었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 말만 남겨두고 떠났다. 그리고 김광석 또한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하면서 남겨진 사람이기보다는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남겨진 사람과 떠나는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이다. "어느"라는 말은 특정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입니다. 제가 쓴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가 그러했습니다. 어느 60대 노부부가 느낄만한 이야기를 덤덤히 불렀습니다. 우리 모두는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라는 말을 남겨두고 그 먼길을 혼자 가야 합니다.


30대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른 김광석은 너무 세상을 빨리 알아버렸는지도 모른다. 황혼이 오기 전인 정오가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김광석은 노래는 영롱이 이 땅에 남아 수많은 "어느 60대 노부부", "서른 즈음", "이등병"을 위로하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리라. 그 때 까지 "여보 안녕히 잘 계시게.. 여보 안녕히 잘 계시게.." 그 때는 아프지 않은 그 곳에서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노래를 불러주시오..당신의 노래를 다시 한번 더 듣고 싶소.."광석 안녕히 잘 가시게"


P.S 아직은 40대 이지만, 꼭 60대까지 살아서 이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이 적어도 막내아들 대학도 보내고, 큰 딸아이 시집도 보내고 건강하게 60대까지는 살아가길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어느 70대, 80대, 90대 노부부 이야기"가 계속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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